Bongta      

헤미 가다.

생명 : 2012. 2. 7. 18:39


지난 정월 초순 헤미가 농원을 나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으나 종무소식이다.

그 날 풍산개에게 당한 이후,
오돌 오돌 떨며 서러움에 젖어 흐느끼던 아이가,
내가 마련해준 이불 위에서 단잠을 자더니만,
저녁나절에 살펴보니 없어졌다.
(※  참고 글 : ☞ 2012/01/06 - [소요유] - 개를 키우지 마라)

저녁 밥을 주려고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할 일없이 밥을 남겨 두고는 서울로 돌아왔다.
농원 앞 부대 초병에게 갈 때마다 물어보았지만,
요즘엔 도통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저 천진난만한 얼굴을 이젠 볼 수 없게 되었다.
 무사히 겨울을 나면 이번 봄엔 나와 함께 한 철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 터인데.)

혹시 죽은 아이라도 보면,
함부로 대하지 말고 나에게 알려주라고 일러두었다.

우리 농원 둘레 뚝방엔 죽은 고양이, 강아지들이 몇 구나 묻혀 있다.
앞 집 황씨네 강아지를 비롯하여 들고양이 시신들,
때론 황씨네가 자기가 기르고 있던 개집에 넣어 버린 먹고 남은 개뼈다귀까지,
주어내 우리 밭에다 고이 묻어주었다.
이제도 그 무참함, 무지함, 교만함을 생각하면 화가 솟는다.
차마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패륜적인 짓을 할 수 있음인가?
(※ 참고 글 : ☞ 2009/11/15 - [소요유] - 불한당(不汗黨)
                   ☞ 2010/08/27 - [소요유] - 별꽃 하나
                 ..... )

(그가 뚫어논 구멍. 거기로부터 전엔 찬 바람이 불더니만, 이젠 서러움이 흘러 들곤 한다.)

(그가 남겨 두고 간 빈 자리. 덩그란히 떨구어진 노란 외로움 한 줌.)

(그의 밥그릇들. 심란하여 깨끗이 닦았다. 하얀 꽃무덤인 양 옹기종기 모여 슬픈 미소를 짓고 있다.)

헤미가 혹여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디엔가 시신이라도 남아있을 터이다.
녀석을 수습하여 다시 뚝방에다 묻을 일만 남은 듯하다.
뚝방엔 또 하나의 별꽃이 피어나리라.

그 날 이후,
지나는 결에 얼핏 보니,
문제의 풍산개는 새로 산 듯한 목걸이를 하고 묶여있다.

그 개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사람 도리, 인사(人事)를 제대로 모르는 인간들이란 도대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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