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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農談)

농사 : 2013. 2. 18. 00:18


어제 다른 농장에 가서 전지(剪枝) 공부를 했다.
다른 것은 어찌 혼자서라도 궁리를 트며 연구해볼 수 있겠는데,
전지만큼은 남이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배우지 않으면 그 문리를 틔기 어렵다.
여기저기 여럿을 따라다니면서 익혀 왔지만 인도하는 분들마다 차이가 난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금 더 배워두어야 할 것이다.

여럿이 모여 자른 삽수로 삽목을 하는데 어떤 이가 말한다.

“나는 펄라이트 대신 스티로폼을 부셔서 넣는다.”

펄라이트가 비싸니 대신 겉모습이 비슷한 스티로폼을 생각해낸 모양이다.
감히 스티로폼을 흙에다 섞을 생각을 하다니 고약하기 짝이 없다.
아무려면 이리 생각이 무지막지스러울 수 있는가?

그런데 이자가 더욱 가관인 이야기를 뱉어낸다.

“삽수 끝이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 니스를 뿜칠해서 바른다.”

니스를 도포해버리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흙도 오염되고 삽수의 도관부를 타고 니스가 퍼지지 않겠는가?

이런 자는 농부로 나서기보다는 도장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
저런 마음보를 가지고 어찌 감히 신성한 전장(田莊)에 들어설 수 있으랴?

건강하고자 부러 사서 먹는 열매 식물을 재배하면서,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정말 끔찍하다.
저런 농장의 과일을 뭣도 모르고 사다 먹을 소비자를 생각하자니,
내가 외려 걱정이 된다.
저리 매년 오염돼 갈 토양은 또 어찌 할 것인가?

강원도에서 온 부부는 이 방면엔 초보 농부인가 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다 알려주겠다고 이르다.

이런 모임에 참석하면 아무리 적어도 최소 한 두 가지라도 배우는 것이 있다.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쫓아다니며 참예하련만 그게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모임을 파하고 농원으로 달려갔으나, 시간이 늦어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도리 없이 하룻밤을 농원에서 자기로 한다.
다음날 농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1차 년도에 심은 것이 2차 년도에 심은 것보다 자람이 외려 못하다.
1차 년도는 남의 조언을 듣고 그에 의지해 식재한 것인데,
이게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해서 2차 년도엔 나름 공부를 해서 터득한 방법으로 심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적이 좋다.
농장에 방문한 분들에겐 열심히 내가 찾아낸 식재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는 이 분들이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1차 년도엔 재배 이력이 제법 되었다는 이 자를 믿고 전적으로 의지한 것인데,
순전히 엉터리인 것이 한 해만에 밝혀지고 말았다.
역시 몸만 바쁘게 굴리지 연구가 미처 따르지 못한 이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당시 뭣도 모르고, 다만 오가는 길에 가끔 들려서 훈수를 해달라고,
적지 않은 1년 치 사례금까지 미리 전해주었는데,
이자는 한 번인가 오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그런데, 그 이후 스스로 공부를 해가자 이내 묘리를 터득하고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외려 저 자 때문에 발분하여 힘을 쓰게 된 것이니 세상 이치란 참으로 새옹지마인가 싶기도 하다.
이제 카페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주어오는 일을 삼가려 한다.
초기엔 제법 폭넓은 정보를 얻었으나 아무래도 깊이가 부족하고,
은폐된 정보도 많아 홀로 공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모 카페에서 훌륭한 분을 만나 행으로 공부를 많이 하였으나,
이 분이 나가셨기에 외려 기회는 좋다하겠다.
이를 계기로 나도 본격적으로 자립을 하려 한다.
우선은 중국 사이트를 훑어 대관(大觀)하고, 주로 북미쪽 사이트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일본의 경우는 잔 재미를 붙일 수는 있지만 깊이 있고 체계적인 면에서 북미를 못 쫓아온다 하겠다.
내가 주식을 연구할 때도 역시나 매한가지였듯이 일본 사람들은 조밀조밀은 하나,
미국처럼 큰 줄거리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는 면에선 한참 부족하다고 느낀다.

인간관계란 인간사 중에 참으로 난제 중에 난제다.
그 중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게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대함에 신중하기보다는,
얼마나 내가 상대에게 성실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이리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엔 개개마다 분명 호오가 따르지만,
차별 없이 성실하게 임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방문한 이에게 부족하나마 아는 것은 몽조리 숨김없이 나눠주는 것은,
인연 닿은 저들에게 사심 없이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온 길이기 때문에 저들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선히 보인다.
이 때 조금만 도와주면 한결 편한 도리가 설 수 있으리란 생각이 자연 든다.
그 뻔한 이치를 몰라 한참 고생을 한다면 안타까운 노릇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내 신뢰를 잃은 사람은 나로서도 인연을 더 이을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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