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견벽청야(堅壁淸野)

농사 : 2013. 4. 7. 12:33


얼마 전(04.05) 밭일을 하는데 온 들녘이 연기로 덮여 숨 쉬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근처 논밭에서 농민들이 불을 놓기 때문이다.
달리 이름을 부를 것이 마땅치 않아 우선 이리 부른다만,
기실 저들을 점잖게 농민이라 부르는 것조차 영 민망스럽다.

논두렁, 밭두렁 또는 밭 가운데 널브러진 풀과 갖은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다.
그냥 놔두면 유기질 공급원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대기 오염을 시키지 않을 터인데도,
농민들은 년년세세 가리지 않고 저 짓을 저지른다.
풀들을 태우면 남는 것은 재뿐이고,
온갖 가연성 물질들은 허공중으로 사라진다.

빛, 물, 흙, 바람.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
만물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라,
이를 불교에서는 특별히 사대종(四大種)이라 이르기도 한다.
이는 곧 색온(色蘊)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물질계는 이 사대를 종자로 하여 만들어진다.
우주로부터 건네진 기운이 모여 사대, 색온 즉 만물을 이룬다.
그러한 것을 어이 하여 애써 흩어버리려고만 하는가? 

풀들이란 극명하게도 바로 이 ‘빛, 물, 흙, 바람’ 으로 빚어진다.
이러한 것이온데 어이하여 농민들은 기를 쓰고 태우려함인가?

애시당초 불로 무엇을 태운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깨끗이 한다는 정화(淨化) 의식이 하나요.
몹쓸 것을 무찔러 쓸어 없애버리겠다는 적개심(敵愾心)의 발로가 남은 하나이다.

전자는 무엇을 태운다는 행위를 빌어 꾀하는 바가 따로 있으니,
그것은 태워지는 물체가 행위의 표적이 아니라,
기실은 그를 통해 나를 정화하려는 것이다.
그러함이니 대개는 의식화(儀式化)되어 ‘꾸밈’이 가해지고,
종내는 제례화(祭禮化, ritual)되어 고정된다.
나를 정화하려고 하였음이나 불로 태우는 것만으로 미덥지 않아,
필경은 하늘에 고(告)하고 제를 지내고야 만다.
왜 사람들은 꾸밈을 가하는가?
이에 대하여는 다음 글을 참고 할 것.

병법에 견벽청야(堅壁淸野)라 이르는 독랄(毒辣)한 수법이 있다.
자신의 성벽을 굳건히 하고, 
성외 주변 일대를 전부 초토화하여 적군이 취할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백성과 물자를 전부 소개하고 수목은 물론 심지어는 민가도 불태워버림으로써,
적군이 발붙일 곳도 없게 해버린다.
이 때 군중(軍衆)은 모두 기아에 허덕이고,
급기야 백성들은 서로 자식들을 바꿔 먹기를 꺼리지 않게 된다.

고대의 전란에선 늘 농민들이 이리 희생을 당했다.
정치인, 군인들이야 그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대의 목표지만,
이 통에 죽어나는 것은 힘없는 농민들뿐이다.

그러함인데 농민들이 이를 배워두었음인가?
그 핏줄을 통해 면면히 내리 각인된 원형질의 발현이어든가?
현대에 이르러서도 틈만 나면 태우길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 주변 농가들을 보면 도대체가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다.
분리수거는 흉내만 내다 말고 모조리 태워버린다.
제 집 안마당, 밭을 가리지 않고 온갖 생활쓰레기를 태워버린다.
천박한 사람들이다.

누천년 그리 군병들에게 당하고도,
배운 것이 고작 쓰레기를 태우는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저들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음이다.

온 산하를 그리 가득 연기로 매우고, 그을음을 피어날리는 미망(迷妄)들.
그날 제 땅도 아닌 곳에 불을 내며 한참 신이 나며,
논두렁을 서성거리던 낯익은 농부 하나가 저 멀리 보인다.
저이들이 오늘 기어이 밤잠자리에 오줌을 지리고들 말겠고뇨.

내 그냥 내달려가서는 따끔하니 훈수를 놓고도 싶으나,
서울에서 온 죄인이라 또 한 번 참고 만다.
내 기필코 내일 날이 밝으면 관서에 문의를 하려 벼른다.

왜 아니 그러할까나?
그날 불자동차 세대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논밭으로 달려 나왔다.
용케 큰 불이 나지는 않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이웃 민가로 번져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불내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 행위인가?
저것이 과연 농사에 보탬이 되는 짓인가?
군청, 농업기술센터, 소방서에 두루두루 알아볼 참이다.

(0408 조사
 소방서 : 산림구역내, 100m 이내 소각 위법
 군청(산림녹지과, 청소행정팀) : 논두렁, 밭두렁 불놓는 것 위법인즉 순회 단속 실시중.
 기술센터 : 위법 사항임. 소각행위 농행위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음. 지도 교육 시켜줄 것을 당부함.)

군병들은 백성들 삶의 터전을 요절을 내고,
농민들은 풀벌레 기식처(寄食處)를 깡그리 태워버린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박멸(撲滅)하고야 말겠다는,
이 분노로 점철된 적개심(敵愾心)들이라니. 
거긴 슬픔의 전가(轉嫁)가 요원의 들처럼 점화되어 퍼져나간다.

본디 적개심이란 적에게만 돌려지는 것이 아니다.

抱怨天, 埋怨人
抱怨天, 埋怨地

하늘에 품은 원, 사람에게 묻은 원, 땅에 진 원.

허공으로부터,
저들의 원한, 슬픔이 들려오지 않는가?

이 때 나야말로 적개심이 돋는다.
저 약자들을 괴롭히는 흉한들을 향해 기어이 분노가 인다.

그래 온갖 풍성한 소출을 내어주는 땅을 그리 홀대하고 유린할 수 있는가?
감히 그 땅에다 갖은 비닐 등속을 태울 수 있음인가?
그러하고도 그대들은 감히 농민 나아가 농부란 이름으로 불리어질 수 있음인가?
네 계집보다 왜 아니 땅이 귀하지 않더란 말인가? 
지모신(地母神) 땅이 어찌 사랑스런 네 집 여인네들과 한 치인들 다를쏜가? 
차라리 네놈들 안방 한가운데 핏빛 말뚝을 꽂거라.

나는 농부가 되었음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농부란 이름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저 사이비 농꾼들을 보고 이는 적개심을 거둘 수 없다.
내가 농부이고자 함에 있어 주요 행위 추동력(推動力)은 바로 적개심인 것임을.

저들은 슬픔을 알지 못한다.
당한만큼 갚아야한다는 보상 의식이라면,
농장기를 꼬나들고 군병에게 대들어야지,
왜 하필이면 죄 없고 가여운 풀벌레를 상대하고,
소임을 다하고 사려져 가는 쓰레기에게 분풀이를 하는가?
지지리도 못난 사람들.

도대체가 슬픔을 모르는 이들을 어찌 인간이라 이를 수 있음이더냐?

非人也!

내 그간 몇 해 저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잡풀을 태운다는 그럴싸한 명분에 기대어 은근 슬쩍 그동안 방기해온,
농약통, 여름 내내 먹다 버린 냉음료통, 폐비닐 등속을 태우는 경우도 사뭇 많더라.
모두 다 핑계인 것이지.
일합네 하는 티를 내기엔 연기를 피워올리는 것보다 사뭇 더 나은 것이 어디에 있으랴? 
고추가루 낀 누런 이빨 드러내놓고 히히덕 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날 일한 품을 타자를 유린하면서 외려 되갚는다.

되는대로 온 산하에 내다버린 쓰레기를 봄이라 하여 다시 거둬들일런가?
행여, 
그럴 마음이 한 톨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애시당초 버릴 염량이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러함이니 필경은 밭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나뒹구는 것을 태워버릴 생각을 아니 할 턱이 없다.

저들에게 저곳은 생명의 원기가 길러지는 신령스런 전장(田莊)이 아니다.
문둥이 코에 박힌 마늘씨까지도 빼앗아 먹을 궁리를 트기 바쁘다.
어떻게 하든 비료 처넣고, 농약 듬뿍 뿌려,
한 톨이라도 더 빼앗아 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른바 약탈, 착취 농업이라 부르는 것도 사뭇 점잖은 표현이다,
나는 저 농법을 후안무치 천박한 쌍것 농법이라 부른다.

도대체가 자신 말고는 남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입족지지(立足之地)
내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도대체가 외물(外物)들은 단 한치도 발 딛지 못하게 쫓아내고들 만다.
저들은 철저히 나와 남이 분리되어 있다.

이를 두고 어찌 천박한 쌍놈 농법이라고 이르지 않을 수 있음인가?


논·밭두렁 태우지 마세요.

충북 농업기술원, 논둑 이로운 곤충 89%, 해충은 11%불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광환)은 3월이 되면 해충 방제를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논·밭두렁 태우기는 잘못된 상식이라며, 금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하여 논·밭두렁 태우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나 방제효과보다는 논·밭두렁에서 월동하고 있는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류 등의 피해가 커 오히려 방제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논둑의 경우 거미류 등 유익한 곤충이 89%인 반면 해충은 11%에 불과하다.

법적으로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이나 산림인접 지역에 불을 놓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연평균 발생된 산불 478건 중 대부분이 봄철에 발생되고 그중 26%가 논·밭두렁 소각이 원인으로 지난 10년간 60여명의 농업인이 사망했다는 자료도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잘못된 상식으로 관행적으로 행하여 오던 논·밭두렁 태우기를 이제는 금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끝

(출처 : http://www.ares.chungbuk.kr/pub/board/bbs_free_read.html?uid=10440&cboardID=bord050204&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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