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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박(劫迫) - ⅱ

소요유 : 2013.08.25 10:29


남의 땅을 내가 무단 점유한 폭이니 이 또한 자초지종을 따지기 전에,
나의 과오라 이른들 부정할 도리는 없다.
(※ 참고 글 : ☞ 2013/08/25 - [소요유] - 겁박(劫迫) - ⅰ)

하지만 여기 시골 동네라는 것이 토지 경계가 불확실하고,
서로 물리고 물리며 누대로 살아왔기에 측량을 하기 전엔,
정확한 소유, 점유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우리만 하여도 백여 평을 동네 도로로 내준 형국이다.

내가 25여 년간 평온무사하니 점유하고 살아왔음인데,
이웃은 단 며칠 새에 나타나 울타리를 치겠다며 점유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응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도대체가 자신의 땅이 남에 의해 점유 당한 것을 달가워 할 위인이 누가 있으랴?

그러하기에 나는 협조해주겠다고 자진하여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함인데 반나절도 아니 되어,
그 아비라는 자가 나타나 반말에 욕설을 퍼부으며 사단을 불러 일으켰다.
이리 형편무인지경을 광인처럼 내달려 나가는 이가,
어찌 사업을 꾸려나가는지 도무지 요해할 수 없다.

나는 분심이 일어 이리저리 알아보는 중,
내가 시효취득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시골 동네 법무사 두엇에게 알아본 바,
이들은 나 보다 더 어설프고,
서로간 주장이 다르고 도시 요령부득이다.

제245조 [점유로 인한 부동산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게 점유 시효취득에 관한 기본적인 민법의 정신이다.

하지만 소를 제기하여,
구체적인 법 현실에 들어가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법률 판단엔 현실적 제약과 기술적인 문제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내 이미 모든 것을 다 점검해보았지만,
여기선 그중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적시해본다.
점유자가 20년간 점유해 시효를 완성했다고 하여도,
그 후에 이전등기(移轉登記)한 승계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가령 점유 22년째라 하여도 21년 차에 등기를 승계한 이에겐 대항력이 없다.

시효 완성전 등기 승계인에게라야 대항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점유 17년째에 소유권을 승계한 자가 출현하고,
그 후 시간이 흘러 점유 20년째에 이른다면,
이 때 저 등기 승계인에겐 대항력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엔 바로 이 경우가 되어,
시효취득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소를 제기하면 내가 100% 이긴다며 부추기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깊지는 않지만 법에 대한 공부가 조금은 되어 있는 폭이라,
기분에 취해 터무니없이 대든가 하는 수준은 벗어나 있어,
법률적 판단에 있어 절제된 균형감각은 갖추고 있다.
나서기로 한다면 승산은 분명 내게 있다. 

내가 남의 땅을 취할 욕심이라면,
애저녁에 아들 녀석이 나타날 때 어깃장을 부려도 부리지,
자진하여 협조해주겠다고 하였겠음인가?

그러함인데 욕설을 퍼붓는 저 양아치 같은 녀석들을 당시로선 절대 용서할 수는 없었다.
대명천지 밝디 밝은 요즘 세상에 이리 비도하류(卑鄙下流) 깡패 녀석이 있을 수 있음인가? 
하여 시효취득을 지렛대로 하여 녀석들을 혼내주려는 마음이 한 때 일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짓이라 한들,
남의 땅을 취한다는 것도 심히 마음이 떳떳하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취득하여 고아원에 기증하는 한이 있어도,
저 찌질한 녀석을 응징하고 말리란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 또한 싱거워지더란 말이다.
상한 마음은 서서히 아물어 가고,
남의 땅을 취하고 나서 내 마음도 다칠 것이니,
내내 과히 편치는 않을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나는 온전히 저들에게 양보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실 내가 근 한달 간 걸어간 역정(歷程)은 나로선 처음 겪는 바라,
일편으론 고통스러웠지만 또 다른 편으론 흥미롭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의 본성에 대하여 재우쳐 깨달음을 얻는 계기도 되었다.
이는 망외의 소득이라 하겠다.
여기선 자세한 이야기는 약하련다.
오늘은 그저 나의 예전 글을 상기하는 것으로 대(代)하고 말련다.
(※ 참고 글 : ☞ 2008/02/15 - [소요유/묵은 글] - 배반의 장미 
                    ☞ 2013/07/31 - [소요유] -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

또 다시 큰 공부를 하게 된 폭이다. 
여기 시골로 들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가 이 한적한 곳에 그동안 평생을 걸쳐 보도, 듣도 못한 일들이 연신 터져나온다.
그 때마다 분심도 일으키고, 슬픔도 솟아나지만,
이로 인해 사람 일반에 대한 인식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게 확장된다.
사뭇 고마운 노릇이라 일러야 할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농작물을 거둬들이고,
저들의 땅으로부터 나무를 빼어 안으로 옮겨 심었다.
이 염천지절에 옮겨 심자니,
내가 겪는 고역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무들에게 참으로 몹쓸 짓이었다.

아로니아는 옮겨 심은 것 태반이 시들어 죽어나가고,
블루베리는 워낙 강하여 그런대로 버티어주고 있다.

그러함인데,
며칠 전 아들 녀석이 공유지분자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
모처럼 만에 내게 인사를 하는데 가관이다.
도대체가 나이도 사뭇 어린 인간들이 입만 헐어 인사를 하지,
머리를 숙이지도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그대로이다.
이런 오랑캐 예법은 도대체 어디서 배웠음인가?
넋은 부재하고 그저 허공중에 풀려나가는 연기처럼 실체가 없는 화법이라니,
이것은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아닌가 말이다.
저런 혼을 팔아먹는 셈법으로 도대체 긴 인생을 어찌 살아갈 수 있겠음인가?
스스로에게도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저들은 왜 이런 자각을 일으키지 못하는가? 
저 종이짱처럼 얇은 자존들이라니.
가여운 이들이다. 

“내게 또 할 말이 있는가?”

“사과를 하러 왔습니다.”

“내용 증명 보내 갖은 협박을 일삼고, 
지난번에 ‘죄송하다’는 말 내뱉고는 사과하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아들 입장에서 한 것이다.”

“사과할 당사자는 나타나지도 않고 아들이 나타나 백날 떠들어야 귀치 않은 것,
나는 내 할 일을 다 할 뿐이니 상관치 말라.”

녀석들이 작정하고 온 것일 터이지만,
사뭇 공손한 태도를 견지하며 농작물을 서서히 옮겨 가셔도 된다고 한다.
펜스를 늦게 칠 터이니 쉬엄쉬엄 하시라고 한다.

아무리 혼이 뜰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즈음이라지만,
다 큰 성인들의 마음보들이 이리 조석변개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나 같으면 설혹 그러고 싶어도 자존심이 상하여 그리 못하겠다.
과시 변덕이 죽 끓듯, 변괘(變卦)가 무쌍하다 할 밖에.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
참으로 그 말씀의 이름이 이리도 여실하니 바로 와닿는구나.
(※ 참고 글 : ☞ 2009/12/31 - [소요유/묵은 글] -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군자표변(君子豹變)

“맨 처음 그리 하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냐?
그러했던 것을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당장 옮겨 가라고 사단을 버린 것이 그대들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생각이 바뀌었는가?
나는 이미 다 옮겼다.
보아라, 저 옮겨 심은 나무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도대체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그 동안 저자들이 하는 짓이 뻔한데,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여 생각들이 바로 돌아왔음일 터인가?
어림없는 소리다.
필시 내가 시효취득을 빌미로 소를 제기할까 염려가 되어서,
누그러트릴 겸 미리 염탐을 하러 온 것이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가 들고 온 동충하초 음료수가 밖에서 떨고 있다.
처서가 지나자 간밤에 한기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여긴 툭하면 욕설을 퍼붓고는,
애꿎은 음료수를 빌어 제 잘못을 가리려는 풍속이 있는가 보다.
(※ 참고 글 : ☞ 2012/06/26 - [소요유] - 박카스 아줌마)
참으로 용렬한 소인배들이다.
시골로 들어오면 본데없는 치들의 마음보들이 해이해져,
평소 닦이지 못한 제 본바탕들이,
여지없이 창새기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것이리라. 

※ 바로 위 '박카스 아줌마'는 누가 엿보려하는지,
내 블로그의 검색 순위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글이다.
도대체가 '박카스 아줌마'란 제목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절절 사무치게 훔치는 것인가?

※ 시효취득과 관련하여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에선 일일이 새기는 것을 아끼거니와,
그 분들의 조언과 가르침은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은혜로왔다는 점마저 잊을 수는 없다.
삼가 감사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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