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삼류 인간

소요유 : 2013.09.01 21:17


어제 두더지 퇴치기를 다시 문의하는 이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번 만난 이라,
나는 그의 신실하지 못한 모습을 이미 알고 있다.
(※ 참고 글 : ☞ 2013/04/23 - [소요유] - 공부 못하는 사람의 특징.
그의 전화가 별로 달갑지 않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를 두고,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그의 물음 앞에 나는 다시 차근차근 밝히 자리를 밟아 응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제 주장에 반하여 본디 전기에 대하여 별반 아는 바가 없다.
되풀이 되는 말이 영 요령부득이다.

그럴 양이라면,
차라리 내게 다시 찾아와 그 본령(本領)을 되짚어 보아야 도리리라.

난, 사람들, 아니 이런 장삼이사들을 대하기엔 여기 이곳에서 이미 지쳤다.
도대체가 예의도 없고,
사리 판단도 따르지 못하는 이들이 하많이 이리 너브러져 있음을 이제껏 미처 아지 못하였다.

선의가 통하지 않는 세상.
왜 사람들은 제 마음을 열어 재끼지 못하는가?

여기 전곡은 연천군 최대 도시다.
그러함인데 이 지경일 수 있는가?

난 보다 더 궁벽한 곳으로 옮겨 가리라.
차라리 외진 곳,
아무도 관계치 않는 산골로 가고 싶다.

그곳에서,
홀로 책 읽고,
남은 여생을 홀로 자족하고 싶다.

그러함인데,
방금 약수터를 다녀오면서,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태우는 것을 목격하고는,
지나치지 못하고 한 말을 보태다가 봉변을 당했다.

나라면 바로 미안하다고 하며 사태를 수습할 터인데,
저들의 반응 양식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네가 무엇이냐?
xx  쓰벌 놈아."

나로선 이미 예견하고 있지만,
이리 말하면 좀 제대로 응하고 옷 매무새를 가지런히 챙길 위인을 볼 수 있을까 하는데,
언제나 이런 기대는 무산되고 되돌아 오는 것은 욕설 뿐이다.

저런 패악질을 저지르는 치들에게,
남은 염치가 있을런가?

한비자를 생각한다.
법으로 다스림.
그외에 저들에게 베풀 것이 남아 있지 않음이다.

나는 바로 군청에 신고를 한다.
다음부터는 저들과 접촉하지 말고 바로 담당 관서에 신고하고 말리라 다짐을 하면서도,
나는 매번 저들과 맞부딪치고 만다.
그냥 마구 화가 나기 때문이다.
저 쓰레기 같은 불한당들.

담당 공무원도 언제나 천편일률적이다.
내가 주문하길 '처리 후 꼭 피드백해주세요.'
하지만 언제나 저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 더러운 쓰레기 공화국 인간들.
난 저들을 버리고 산골짜기로 들어가고 말리라.

그러함인데도 나는 왜 이리 예민한가?
왜 저들과 부딪히고,
나태한 공무원들에 의지하는가?

여긴,
섬세한 인간,
떨림이 있는 사람,
깨어있는 이들이 이 도시엔 부재하다.

난,
이젠 다시 기대를 하지 않기로 한다.
저 비루(鄙陋)한 삼류 인간들을 마주하기 싫다.
 
나는 더 깊숙하니 은밀한 곳을 원한다.
하긴 이런 나의 원망(願望)이 이 지상에서 이뤄질 수 있기나 한가?
남이 아니라,
우선은 나부터 점검해나가야 한다.

육신을 가진 이들의 이 한없이 나약한 존재조건이라니,
아니 더러운 모습을 보자하니,
나는 역겹다 못해 마냥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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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3.09.01 22:42 PERM. MOD/DEL REPLY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그리 바쁘지 않았으면서도 정신이 없었지요.
    오늘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작성하여 프린트해서 책상 앞에 붙여놨답니다.
    먼저 저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 같아서요^^

    ***

    하늘님!
    이렇듯 널찍하고 깨끗한 작업공간과
    아늑하고 편안한 쉼터를
    제게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실제론 가장 정직한 척해왔고,
    늘 무능한데다 게으르기까지 하면서도 실제론 가장 잘난 척해왔고,
    남에 대한 평가와 사랑엔 인색하여 마치 독불장군처럼 살아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며
    누구를 대하든 늘 겸손함과 고마움을 표현하도록 도와주소서!

    bongta 2013.09.02 14:22 신고 PERM MOD/DEL

    오래 간만입니다.

    한비자는 원래 송견(宋鈃) 윤문(尹文)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초기 도가 학파인데,
    한비자는 나중엔 법가로 나아갑니다.

    관자란 책에 나오는 다음 글귀는
    송견과 윤문의 글로 짐작들을 하지요.
    한비자의 사상적 편력 그리고 그 귀결 과정을 이로써 나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虛無無形謂之道。化育萬物謂之德。君臣父子人間之事謂之義。登降揖讓,貴賤有等,親疏之體,謂之禮。簡物小未一道,殺僇禁誅謂之法。

    비어 있고 형상이 없는 것을 일러 도라 한다.
    만물을 화육시키는 것을 덕이라 한다.
    군신부자 따위의 인간사를 의라 한다.
    오르고 내림, 읍함과 사양함, 귀천의 등급, 친하고 먼 관계를 일러 예라 한다.
    사물의 시비를 분별하여 죽이고 금지하고 벌하는 것을 일러 법이라 한다.

    도로부터 덕, 의가 흘러나오지만,
    종국엔 법으로 매듭을 짓고 맙니다.

    도가 본이라면, 법은 기실 말에 해당됩니다.
    한비자는 도, 예를 다 배웠지만,
    종국엔 그 사상적인 귀착점을 법으로 마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도를 바로 알고, 예를 바로 펴려면 도리 없이 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요.
    세상일은 상찬과 주벌로써라야 가능하다는 깨달음에 도달한 것입니다.

    한비자야말로,
    세상에서 도와 예와 의를 제대로 아는 이가 아닐까?
    저는 그를 그리 생각하곤 합니다.

    백성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행할 줄도 모르는 바,
    그는 다만 법으로 다스려야 할 객체로 보았을 뿐입니다.

    맹자나 순자처럼 교육으로써 저들을 도와 예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한비자는 보지도 않았고, 그리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약수터 바로 곁에 늘 버려져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
    저는 한국에선 백 년이 지나도 저 모습이 하나도 변치 않으리란 확신을 합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우는 바,
    '빨간 불엔 서고, 파란 불에 나아간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
    이게 도대체 씨알이나 먹히고 있습니까?
    수십년 가르쳐왔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지 않습니까?

    맹자나 순자처럼 교육으로써 저들을 계도할 수 있단 생각을 저는 하지 않습니다.
    저들은 교육을 받을 품성, 자질이 아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격조차 없고, 본래부터 그릇이 아니 되지요.
    그저 법으로써 규율할 수 있을 뿐.
    한마디로 지지하, 비루한 무리들이지요.
    저들은 객체나 될 수 있을 뿐,
    결코 주체가 될 형편들이 아니지요.
    한비자의 이런 생각을 저는 따릅니다.

    때문에 저는 저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을 애써 낮추려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법이 엄격히 시행되는 세상 외엔 원하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무 담임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또한 지극히 허망한 기대라,
    저 홀로 노닐 뿐, 크게 의지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분대로 때론 분노하고,
    때론 슬퍼할 뿐,
    그리 그렇게 소요유할 따름입니다.

    사실 저는 저들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그리고 제가 사랑(존경)하는 사람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우립니다.

    묵자는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두루 펴는 사랑, 겸애론(兼愛論)을 주창하였습니다.
    저는 그의 사상을 유가들의 별애(別愛)처럼 특별히 좋아합니다.

    한비자의 법이론은 기실 별애가 아니라 겸애에 가깝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오해하길 법가는 너무 차갑고 무자비하다고 느낍니다.
    이는 전혀 공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 불한당, 파렴치한 인민들을 미워하는 것은,
    기실 한비자처럼 세상 사람들을 겸애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저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아예 기도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혹여 기도를 한다면 내 겸손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는 저를 위해, 저의 당당한 생각, 입장, 사상을 위해 기도하렵니다.

    제가 의롭고, 예에 바르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 기도해야 할 노릇이지,
    결코 남을 위해 기도할 일은 아니지요.

    만약 스스로 겸손하지 못하고, 자만하고 있다면,
    이는 기도가 아니라,
    당당한 처신으로써 제 자리를 찾을 일이지,
    기도로써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기도는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 같은 것이지요.
    부족하고 나태한 자신을 일시적으로 속이는 은밀한 제례 같은 것이 아닐까요?
    기도가 아니라,
    당당한 자기 자신의 창조적인 표현으로써 세상을 향해 증거해야 할 노릇이지,
    골방에 앉아 신을 부르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미루며,
    지치고 거친 숨을 잠시 고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기도가 아니라,
    행으로써 거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이리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2. 은유시인 2013.09.11 16:28 PERM. MOD/DEL REPLY

    실례의 말씀이지만,
    봉타 선생님의 성정이 저랑 여간 비슷한게 아니라 여겨집니다.
    간교하고 사악한 무리에 대해 감정이 부글부글 끓는 것하며,
    그런 족속들을 표현함에 있어 쌍욕도 마다 않는...

    저는 이제 친척도 없고,
    친구들도 동료들도 없습니다.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제 할 일만 합니다.
    누굴 찾지도 않지만 전화 거는 일도 없습니다.
    누굴 상대하다 보면 꼭 마음이 상하게 되고
    시간 낭비만 초래한다 여겨지니까요.
    제가 독불장군이라서 그렇겠지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병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람 만나는게 두렵다든가,
    골을 잘낸다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누굴 만나서 얘길 하다보면 절반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지요.
    그러려니 하고 나 역시 거짓말을 밥 먹듯하면 될텐데
    저는 그러질 못합니다.
    그게 병이지요^^

    bongta 2013.09.11 18:07 신고 PERM MOD/DEL

    그저께쯤입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08:00 경인데 자신의 밭으로 와주었으면 하고 청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 블루베리를 심으려는 자인데 09:00까지는 밭에 있을 예정이랍니다.
    그 짬을 이용하여 저를 끼워 넣으려는 것이지요.

    제가 이리저리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만,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하며 몸소 납시어 점검 좀 해주십사 하여도,
    이게 영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일 터인데,
    느닷없이 제 편한 대로 전화를 해서는 식전부터 오라 가라 할 수 있음인가?
    게다가 바로 이웃도 아니고 차를 타고 한참 기동하여야 할 거리임인데 말입니다.
    만약 제가 가서 자문을 해주었다 하여도,
    자신은 바로 밭을 떠나야 하니,
    저는 저자의 뒷치닥거리하고는 바로 돌아와야 할 형편이 됩니다.

    본디 무지한 이인지라 그냥 무시하고 말았습니다만,
    여기 촌사람들은 어쩌면 그리 하나 같이 예의염치가 없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남의 기분대로 장단을 맞추며 따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 동안 그자에게 사심 없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만,
    이리들 형편무인지경들입니다.
    물론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님을 알지만,
    사람들이 본데없고 닦인 흔적이 이리도 없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이제 여기 촌사람들의 일반 행위 양식을 알게 되고 나서는,
    저들과 가급적 접촉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잇속들은 그악스러울 정도로 밝히고들 있지만,
    사람들 간의 기본적 예의염치들은 정말 한심할 정도로 없지요.

    저는 여기 와서 새삼 깨닫습니다만,
    이게 여기 촌놈들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공화국 인간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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