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영혼 하나

소요유 : 2013. 10. 17. 21:00


여기 시골은 제법 춥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주차장 입구에 하얀 것이 얼핏 눈에 띈다.
타원형의 차가운 물영(物影) 하나.
저것은 필시 고양이이리라.
젖은 풀잎 사이를 헤치고 이른 신새벽 내게로 다가온 녀석 하나.

간밤엔 좀 떨었을까?
저 가여운 영혼 하나.
저들은 어이 하여 이 진 세상을 저리 홀로 건너고 있는가?

아가야.
짐짓 타이르듯 좀 소리를 높여 불러본다.
내 아픈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낯도 닦지 않고 사료를 챙긴다.
이젠 나도 늙어 가는가?
밥을 먹지 않아도 별로 고픈 것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날은 춥고 배가 고프다. 

어떤 인연으로 저와 나는 이리 길을 갈러 나눠,
마주 서서 대면(對面)하고 있는가?

저 슬픈 영혼을 가끔 생각하곤 한다.
허기지고, 아프고, 외로운 저 영혼 하나.

여기서 사귄 분 하나.
닭 장 안으로 들어온 들고양이를,
대나무 몽둥이로 후려쳐서 허리를 분질러 버렸다 한다.

고양이를 막아내지 못하면,
닭을 잃고 말겠지.
그러면,
사람도 힘을 놓고 말런가?

중이 묻는다. 
뱀이 개구리를 삼키려 한다.
구하는 게 옳은가? 구하지 않는 게 옳은가?

중이 말한다.
구하는 즉, 두 눈이 멀 것이요. 
구하지 않은 즉, 형체도 그림자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죽을 것이다.)

僧問 蛇呑蝦 
救則是 不救則是 
師云 救則雙目不睹 不救則形影不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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