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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옥보다 돌에 더 친(親)하다.

소요유 : 2013.11.05 12:23


오늘,
문득 한 생각 떠올라,
경전 한 편을 삼가 여기 베끼어 둔다.

《韓非子》-《和氏》

초나라 사람으로 화씨라는 이가 초산(楚山)에서 옥 덩어리를 발견하였다.
그것을 여왕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을 다루는 옥쟁이(玉人)에게 감정케 하였다.
옥인이 말하길,

“돌입니다.”

왕은 화씨가 속였다고 여겨 그의 왼발을 잘랐다.
그 후 여왕은 죽고 무왕이 즉위 했다.
화씨는 다시 그 옥덩이를 무왕에게 헌상하였다.
무왕 역시 그를 옥인에게 감정케 하였다.

옥인 또한

“돌입니다.”

이리 고했다.

왕은 다시 화씨가 자기를 속였다고 여겨 그의 오른 발을 잘랐다.
무왕이 죽자 문왕이 즉위 했다.
화씨는 이내 그 옥덩이를 품고는 초산 아래에 가서 곡을 하였다.
3일 밤낮으로 우니 눈물이 다하여 피가 흐르더라.
왕이 그것을 듣고는 사람을 보네 연고를 물었다.

“천하에 발 잘리는 형벌을 당한 이가 많다.
자네는 어찌 그리 울기를 슬피하는가?”

화씨가 대답한다.

“저는 발이 잘려서 슬픈 것이 아닙니다. 
저 보옥이 돌로 불리우고, 
곧은 사람이 거짓말을 아뢴 사람이 되고 만 것을 슬퍼할 따름입니다.”

왕은 옥인으로 하여금 그 옥덩이를 다듬도록 시키니, 보옥을 얻게 되었다.
마침내 그 때부터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불러 이르게 되었다.

(※ 참고로 벽(璧)은 옥을 평평하게 간 것으로 한 가운데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말한다.
가장자리의 폭이 내공(內孔) 지름의 배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별(Great Star of Africa)", "코이누르(Koh-I-Noor)" 같은 다이어몬드가 있듯, 
당시 전국시대에 등장한 이 화씨지벽(和氏之璧)은 성 15개와 견주는 명옥이었던 것이다.
후에 이 화씨지벽은 임자가 바뀌며 돌고 돈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블로그엔 이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소개가 되고 있다.)

楚人和氏得玉璞楚山中,奉而獻之厲王,厲王使玉人相之,玉人曰:「石也。」王以和為誑,而刖其左足。及厲王薨,武王即位,和又奉其璞而獻之武王,武王使玉人相之,又曰「石也」,王又以和為誑,而刖其右足。武王薨,文王即位,和乃抱其璞而哭於楚山之下,三日三夜,泣盡而繼之以血。王聞之,使人問其故,曰:「天下之刖者多矣,子奚哭之悲也?」和曰:「吾非悲刖也,悲夫寶玉而題之以石,貞士而名之以誑,此吾所以悲也。」王乃使玉人理其璞而得寶焉,遂命曰:「和氏之璧。」

화씨지벽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만 알지만,
혹 안다 하여도 보통은 여기까지만 아는데 그친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모순(矛盾) - 창과 방패
이 말씀 역시 그저 단순히 창과 방패가 서로를 이겨내는 이야기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한비자가 모순이나 화씨지벽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그저 이야기를 재미있으라고 주워섬긴 것이 아니다.

이 비유를 통해 정작은 그 다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이제스트는 그래서 언제나 사태의 진상을 다 전하지 못하고,
우리를 반편으로 만들고 만다.

정작 말씀의 골간(骨幹), 정수(精髓)는 끊어지고,
지붕에 던져 올린 망자의 웃저고리처럼,
그저 말씀의 껍데기만이 골목길을 먼지 날리며 횡행하고 만다. 

자, 이제 한비자가 화씨지벽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를 마저 알아보자.

무릇 옥이란 군주가 급히 얻고자 하는 것이다.
화씨가 바친 옥덩이는 아직 아름답지는 못할지언정 군주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양발이 잘리고 나서야 비로소 보옥을 논할 형편이 되었다.
보옥이냐 아니냐를 감정하게 되기까지는 이리도 어려운 것이다.

지금 군주에게 있어서의 법술(法術)은 화씨지벽처럼 급히 탐낼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신하들과 백성들의 사악을 금하게 할 수 있다.
허면, 법술을 아는 자가 죽임을 당하지 않은 것은,
다만 제왕의 옥덩이(=법술에 비견)를 아직 올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 현책이 군주에게 헌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빗댄 말씀.) 

군주가 법술을 쓰게 되면 대신들은 제 마음대로 일을 재단할 수 없게 되고,
곁에 모시는 측근들은 감히 군세를 팔 수(제 사익을 추구) 없게 된다.

관이 법대로 행하면,
떠돌며 유랑하던 백성들은 농경 쪽으로 옮겨가게 되고,
놀고먹던 선비들은 전쟁터의 위험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된다.
  (※ 사람들이 삿된 짓거리에 빠지지 못하게 하고, 생산 활동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말씀)

그러므로 법술은 신하들과 선비와 백성들의 화(禍)가 된다.
  (※ 바른 법 때문에 이제까지 마음껏 저지르던 부정부패를 저지르기 곤란해진다.)
군주가 대신들의 의론을 등지고, 백성들의 비난을 넘겨 무시하고,
애오라지 법술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다 하자.
그러면 법술지사가 비록 죽음에 이른다 하여도 그 도는 결코 (영영) 평가 받지 못할 것이다.   

夫珠玉人主之所急也,和雖獻璞而未美,未為主之害也,然猶兩足斬而寶乃論,論寶若此其難也。今人主之於法術也,未必和璧之急也,而禁群臣士民之私邪;然則有道者之不僇也,特帝王之璞未獻耳。主用術則大臣不得擅斷,近習不敢賣重;官行法則浮萌趨於耕農,而游士危於戰陳。則法術者乃群臣士民之所禍也。人主非能倍大臣之議,越民萌之誹,獨周乎道言也。則法術之士雖至死亡,道必不論矣。

옛적 오기(吳子)가 초나라 도왕을 가르쳐 초나라 풍속을 이르길,

“대신들의 권세가 너무 무겁고, 봉군(封君)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와 같으면 위로는 군주를 핍박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학대하게 됩니다.
이는 나라를 가난하게 하고,
군대를 약화시키는 길입니다.

봉군의 자손은 삼 대째에 그 작록(벼슬과 녹봉)을 거두고,
관리의 봉록 질서를 깨뜨려 끊거나 삭감하며,
급하지 않은 문어발처럼 늘어난 관서를 줄여,
제대로 선발한 자의 봉록에 충당하는 것만 못합니다.”

도왕이 그대로 시행하였으나 일 년 만에 죽자,
오기는 초나라에서 사지가 찢겨 죽었다. (기득권 세력의 역반격에 의해 죽임을 당함.)
 
상군(상앙)이 진나라 효공을 가르쳐 연좌제로써 범죄를 고발하게하고,
시서(詩書)를 태우고,  
  (※ 이게 소위 분서갱유인데,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주제로 다뤄야 하는즉, 차후 기회가 있을 때 알아본다.) 
법령을 명확히 하고,
권세가의 사적인 청탁을 막아,
공실의 공로를 추천하고, 
벼슬자리를 찾아다니는 짓을 금하게 하고,
농사짓거나 전쟁터에 나가는 자를 헌양하였다.

효공이 이를 행하자
군주의 지위가 존엄해지고 편안해졌다.
나라는 부강해졌다.
그러나 8년 만에 죽자,
상군은 진나라에서 거열(車裂) 당하고 만다.
  (※ 상군은 상앙이라고도 부르는데, 법술의 실천가로서 진의 천하통일은 기실 이로부터 그 초석이 닦였다.)

초나라는 오기의 정책을 쓰지 않았기에 영토가 깎이고 난이 일어났다.
진나라는 상군의 법을 행하자 부강해졌다.
두 사람의 말씀은 정말 마땅한 것이었으나,
그러함에도 오기는 손발이 찢기우고, 상군은 거열 당한 것은 어찌된 까닭인가?

대신이 법을 고통스럽게 여기고, 
서민들은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는 것을 싫어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신들이 권세를 탐하고, 서민들이 어지러움에 안주하는 것은,
진나라나 초나라의 습속보다 더 심하다.

게다가 군주가 도왕이나 효공처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실정이니,
어찌 법술지사가 두 사람의 위험을 감당하며 법술을 밝힐 재간이 있겠음인가?
이것이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패왕이 나타나지 않는 까닭이다.

昔者吳起教楚悼王以楚國之俗曰:「大臣太重,封君太眾,若此則上偪主而下虐民,此貧國弱兵之道也。不如使封君之子孫三世而收爵祿,絕滅百吏之祿秩,損不急之枝官,以奉選練之士。」悼王行之期年而薨矣,吳起枝解於楚。商君教秦孝公以連什伍,設告坐之過,燔詩書而明法令,塞私門之請而遂公家之勞,禁游宦之民而顯耕戰之士。孝公行之,主以尊安,國以富強,八年而薨,商君車裂於秦。楚不用吳起而削亂,秦行商君法而富強,二子之言也已當矣,然而枝解吳起而車裂商君者何也?大臣苦法而細民惡治也。當今之世,大臣貪重,細民安亂,甚於秦、楚之俗,而人主無悼王、孝公之聽,則法術之士,安能蒙二子之危也而明己之法術哉!此世所以亂無霸王也。

내 최근 블루베리 카페 내에서,
잠깐새 널리 퍼져 이야기꺼리가 되고 있는,
잣송이 껍데기에 대하여 한 말씀 부려내놓은 적이 있다.


허나 이 화씨지벽의 이야기 구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정경이 펼쳐지고 있더라.
신사민(臣士民)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법술(法術)을 빠져나갈 궁리를 트기 바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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