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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필스무마(二疋二十麻)

소요유/묵은 글 : 2008.02.25 18:46


두필스무마(二疋二十麻)

예전에 쓰던 척관법(尺貫法)이란 말은 이젠 너무 생소합니다.
MKS, CGS, 미터법이니 하여 이 땅엔 이미 설 자리가 여의치 않습니다.
더우기 피륙을 다루는 계량 단위는 이제 저 멀리 기억 한편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피륙 재는 단위를 잠깐 되새겨 볼까요 ?
한 필(疋)은 40마, 한 마는 10치.

제목으로 내세운,
두필스무마는 그러니 1000치가 됩니다.

우리는 흔히 바보 멍텅구리를 일러 천치(天癡·天痴)라 부릅니다.
한자 글자대로 새긴다면 천성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이른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필스무마,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
사람이 이승을 하직하면 수의(壽衣,襚衣)를 해 입힙니다.
이 수의를 지을 때 필요한 베가 두필스무마가 소요됩니다.

남을 놀릴 때, 천치같다하면 보통은 바보를 떠올립니다만,
이게 실인즉 두필스무마 곧 1000치임을 아는 이는 아마 드물 겝니다.
수의 길이를 전치(轉置)하여 들이밀며 죽은 이를 지칭함이니,
이는 바보를 넘어 이미 숨 쉬는 사람으로 치부하지도 않겠단 소리인즉
사뭇 끔찍한 욕입니다.

그런데 하필 왜 1000치(寸)입니까 ?

아래
ooo의
“'진리'란 서푼 머리와 세치 혀끝들의 노리개일 뿐입니다.”
xxx의
“세치 벌레에도 오푼의 결기가 있다”

이런 재미있는 글을 읽고는 불현듯 잊혀졌던 천치(千寸)가 생각났습니다.
죽기 전에 미리 천치를 자처하면,
옛 동화에서처럼 3년 고개에 한번 넘어지면 3년의 餘命,
10, 20, 30번...의 넘어짐이면 그리 보태 더해지는 그런 지혜를 꿈꾸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기꺼이 천치(天痴)가 되고자 합니다.
천치는 곧 대치(大痴)이니 쉬이 대졸(大拙)하여
제 분수를 거두어 지키고자 하는 소망인 것입니다.

제 결기의 무게는 그리하여 천치입니다.
여러분들은 몇치나 되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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