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에 댓잎자리를 펴서
춘정이 전각 안에 그득하고뇨.
공자는 이리 말했던 적이 있어
吾少也賤,故多能鄙事
❝나는 어려서 천했어,
그래 여러 많을 일을 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아버지는 천한 신분이 아니었지.
하여간 사마천이 지은 사기엔
紇與顏氏女野合而生孔子라고,
아버지인 숙량흘叔梁紇이 안씨顏氏 여인과 야합野合하여 공자가 태어났다 하였지.
아아,
빛 나리는 언덕배기尼山에서 야합하여 태어났으니,
그래 이름이 구丘라던가?
아니면, 머리통이 짱구라 丘라 하였더냐?
아아,
그러하다면, 틈만 나면,
막걸리 옆구리에 차고
언덕배기에 올라,
달님을 벗하여,
잔을 기울이는 나야말로,
그 님과 야합한다 일러야 하리라.
하지만, 야합이라 하여,
들판에서 교합하였다는 뜻이 아니라,
흔히 정상적인 결혼 관계하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새기는,
멋대가리 없는 자들도 많아.
野合,不合禮儀이라고,
당시의 풍속상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야합은 예의에 합하지 않았다 보는 것이지.
하지만 실제 들판에서 태어났으면 어떠하리.
외려 낭만적이지 않아?
원시시대라면 야합이 일상이었겠지만,
당시 춘추시대만 하여도 귀족들은 예를 차렸겠지.
그러니 야합이라 이른 것은,
필시 숙량흘이 신분이 낮은 안씨를 취한 것을 들어,
야합이라 하였다는 그럴싸한 설도 있어.
吾少也賤,故多能鄙事
그래 어렸을 때 자신이 천했다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원식이가 총대 메고,
얼음 위에 댓잎자리 펼치며,
야합할 자리를 마련하니,
뚜쟁이 역하고,
양복 한 벌이라도 얻어 입으려나?
아니면 직접 동저고리, 누덕 바지 벗어버리고,
직접 엎어질 참이었을까?
하여간,
이 시국에,
김칫국부터 마시려 드니,
녀석들 천하디 천한 족속들이라 할 밖에.
얼음 위에서 그 짓거리 하다가는,
고추 다 얼어 붙는다.
에잇 흉한 녀석들.
***
만전춘(滿殿春)
얼음 위에 댓잎자리를 펴서 님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자리를 펴서 님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정둔 오늘밤 더디 새소서 더디 새소서
뒤척뒤척 외로운 침상에서 어찌 잠이 올까
서쪽 창문을 열어보니 복숭아꽃은 시름없이 봄바람을 비웃네 봄바람을 비웃네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남의 일로 알았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남의 일로 알았더니
어기시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은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느냐
소마저 얼면 여울도 좋으니 여울도 좋으니
남산에 자리를 펴서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품고 누워
남산에 자리를 펴서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품고 누워
약든 가슴을 맞추십시다 맞추십시다
아소 임이시여 평생토록 여읠 줄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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