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물고상루(物固相累)

소요유 : 2019.11.08 23:24


내가 며칠 전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이게 상당히 흥미로워 바로 응구대첩으로,

고사를 늘어놓으며, 그 말씀의 구조와 갈피에 숨은 뜻을 펴며,

전해 들은 이야기 속의 인물을 빗겨 비평하였다.


나로선 그 이야기가 처음 듣는 것인 바,

과연 실제한가 검색을 해보았다.

허나, 비스름한 것은 있으나,

그 원인 행위는 상당히 달라,

이게 필경은 어느 입 가벼운 자가 지어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허나, 실제가 무엇이든 간에,

충분히 현실에서 벌어질 만한 것이고,

기왕에 대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인지라,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고,

내가 전개한 당시의 의론들을 여기 적어 남겨두고자 한다.

제법 흥미로운 주제가 될 터이다.


가상 혹 윤색(潤色) 사건 전개 내용.


중요한 건물을 책임지고 있는 한 관리(이하 A라 칭함)가 있었다.

왕이 이이에게 건물이 낡았으니 수리를 하라고 비용을 건네주었다.

허나, 이게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이에 그 관리는 왕에게 잘 보이려고,

사비를 털어 모자란 것을 메우며,

훌륭히 건물을 수리해내었다.


왕이 그 사연을 듣고는,

그를 의심하여 돈의 출처를 추궁토록 지시하였다.

아뿔싸,

그의 집에 거만금(巨萬金)이 발견되었다.

그가 민중의 고혈을 빨아 모은 것임이 밝혀졌다.

왕은 불같이 화를 내고,

마침내, 그는 처형되고 말았다.


그가 건물 수리의 중책을 맡자,

순간 이때 점수를 잘 따서 군주로부터 신임을 얻으려는 욕심이 생겼을 터.

헌데, 바로 이때 점검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이를 소홀히 하여,

아니, 그는 이를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결국, 군주로부터 인정을 받기는커녕 목숨을 잃고 만다.


나라면, 이 순간, 이하에서 소개할 서너 가지 고사를 떠올리며,

미혹을 거두고, 내가 행할 행동을 이 거울에 비추며 점검할 것이다.

그 고사를 차례로 제시하며,

간략히 평을 해두고자 한다.


孟獻伯相魯,堂下生藿藜,門外長荊棘,食不二味,坐不重席,晉無衣帛之妾,居不粟馬,出不從車,叔向聞之,以告苗賁皇,賁皇非之曰:「是出主之爵祿以附下也。」

一曰。孟獻伯拜上卿,叔向往賀,門有御,馬不食禾,向曰:「子無二馬二輿何也?」獻伯曰:「吾觀國人尚有飢色,是以不秣馬。班白者多以徒行,故不二輿。」向曰:「吾始賀子之拜卿,今賀子之儉也。」向出,語苗賁皇曰:「助吾賀獻伯之儉也。」苗子曰:「何賀焉!夫爵祿旂章,所以異功伐別賢不肖也。故晉國之法,上大夫二輿二乘,中大夫二輿一乘,下大夫專乘,此明等級也。且夫卿必有軍事,是故循車馬,比卒乘,以備戎事。有難則以備不虞,平夷則以給朝事。今亂晉國之政,乏不虞之備,以成節,以絜私名,獻伯之儉也可與?又何賀!」

(韓非子 外儲說左下)


“맹헌백은 노나라의 재상이었다.

당하엔 잡초가 나고, 문밖엔 가시나무가 자랐다.

둘 이상 반찬을 들지 않았고, 앉을 때 방석을 겹으로 포개지 않았고,

곁에 비단 입은 시녀가 없었고, 집에 있을 때 말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았으며,

출타할 때 수레가 따르지 않았다.


숙향이 이를 듣고, 묘의 분향에게 전하였다.

분향은 이를 비난하여 말했다.


‘이는 군주가 내린 작록을 버리고 아랫것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맹헌백이 상경이란 벼슬을 제수받았다 한다.

숙향이 축하하러 갔다. 

문에 수레 끄는 말이 있었으나, 곡식을 먹이지 않았다.

숙향이 말했다.


‘그대에게 두 마리의 말과 두 대의 수레가 있는데, 어인 까닭인가?’


헌백이 말하였다.


‘내가 보니 사람들이 아직도 굶주린 기색이 있어, 

말에게 꼴(여물)을 먹이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흰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니기에 수레 두 대를 두지 않았습니다.’


숙향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가 상경이 된 것을 축하하려 하였는데,

이제는 검소한 것을 축하하여야겠소이다.’


또한, 숙향이 밖에 나와, 묘 분황에게 이르기를,

‘나와 함께 헌백의 검약을 축하해줍시다.’ 하였다.

분황이 말하였다.


‘축하라니요!

무릇 작록과 기장(旂章)이란,

소위 공적을 달리하고, 현명함과 모자람을 구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기에 진(晉)의 국법에,

상대부는 두 대의 수레와 이승(二乘, ※ 일승은 말 4필),

중대부는 두 대의 수레와 일승(一乘),

하대부는 오로지 일승(一乘)을 두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등급을 명확히 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무릇 경(卿)이라 하면,

반드시 군사 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즉, 수레와 말을 잘 정돈하고,

병졸과 기마병을 가지런히 하여,

싸움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평상시에는 그로써 조정의 일을 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진(晉)나라의 정사를 어지럽히고,

만일의 사태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하여, 

검약한 것으로 개인적 명성을 도모하는,

저 헌백의 검약이 옳은 일이며, 또한 축하할 일입니까?’”


한비자의 언설 구조는 이야기 하나를 풀어놓는데 그치지 않고,

이어 그 대론으로써 또 다른 이단, 삼단의 이야기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단의 경우 위와 같이 앞의 이야기에 대하여 다시 새로운 변설을 포진하여,

또 다른 관점의 이야기가 풀려져 나오는 형식을 취하곤 한다.


대개 전단의 내용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깊이 헤아려 보면, 거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

이를 예리하게 파헤쳐,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전망을 드러낸다.


무릇, 관리가 검약하면,

군주가 이를 기특하게 여기며, 백성들 또한 칭송하게 된다.

하지만, 저 관리의 행동이 과연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어도 되는가?

그저 단순하게 거죽만으로 판단하면, 자칫 큰 탈이 날 수 있다.


역사상 자신의 재물을 헐어,

백성의 인심을 훔치고,

훗날을 도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령, 제(齊)의 공자상인(公子商人 - 후에 제의공(齊懿公)), 

송(宋)의 공자포(公子鮑 - 후에 송문공(宋文公)), 

그리고 그 유명한 왕망(王莽) 등은,

왕이 되기 위하여,

사재(私財)를 헐어 풀고, 백성의 환심을 사서, 후일을 기약하였다.


맹헌백(孟獻伯)의 행동은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른 것인가?

숙향(叔向)은 여느 사람처럼 혹하여, 축하할 일이라 칭사(稱辭)를 한껏 늘어놓았다.

하지만, 분황(賁皇)은 즉각 그를 두고 아랫사람에게 아첨하는 자라 비판하였다.


실제 맹헌백이 나라를 노리거나, 아니거나 간에 상관없이,

또는 그가 검소하거나, 아니거나에 무관하게, 

분황은 맹헌백의 행동이 법도에 어긋난 것임을 밝혔다.


법도를 따르면,

아첨한다는 공연한 의심을 받을 일도 없을 터이며,

맡은 일의 범위를 넘겨, 무리할 까닭이 없다.

(※ 이야기해놓고 보니,

바로 이 부분, 즉 ‘맡은 일의 범위를 넘겨’ 이를 두고,

반드시 짚고 넘어갈 고사 하나가 또 있다.

이를 여기 마저 소개해두고자 한다.


昔者韓昭侯醉而寢,典冠者見君之寒也,故加衣於君之上,覺寢而說,問左右曰:「誰加衣者?」左右對曰:「典冠。」君因兼罪典衣與典冠。其罪典衣、以為失其事也,其罪典冠、以為越其職也。非不惡寒也,以為侵官之害甚於寒。故明主之畜臣,臣不得越官而有功,不得陳言而不當。越官則死,不當則罪,守業其官所言者貞也,則群臣不得朋黨相為矣。


“옛날 한소후가 술에 취하여 잠을 잔 적이 있다.

전관(典冠, 머리에 쓰는 관을 담당하는 이)이 군주가 추울 것을 염려하여,

군주의 몸 위에 옷을 덮어주었다.

잠에서 깬 군주가 좌우에게 말하였다.

‘누가 옷을 덮어주었는가?’

좌우가 대답하였다.


‘전관입니다.’


군주는 이에, 전관과 함께 전의(典衣, 옷을 담당하는 이)를 벌하였다.

전의를 벌한 것은, 그가 담당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전관을 벌한 것은, 그가 직분을 넘어 남의 일까지 행하였기 때문이다.


추위를 싫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 소임 외의 일까지 침범하는 해(害)가 추위보다 더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가 신하를 거느릴 때는,

신하가 월권하여 공을 세울 수 없게 하며,

진언한 것과 행한 것이 다르면 용납하지 않는다.

월권하면 죽이고, 말과 행동이 다르면 죄가 된다.

각기 관직에 따라, 그 직분이 지켜지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신하들이 서로 패거리를 짓지 못하게 된다.”


아아, 저 A가 진정 이를 배웠다면,

저리 경솔히 행동할 수 있었으랴?

아무도 모르리라 여겼겠지만,

전제군주나, 세습 독재국가의 왕, 주석쯤 되면,

제왕학을 배운다.

차라리 요즘 민주 사회의 대통령은,

제 전문 분야나 배울 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별도의 제왕학을 익혔으리라 여기기 어렵다.

A는 당신 뒤엔 언제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거대한 힘, 숨결이,

내리 굽어보며,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았어야 한다.)


韓昭侯握爪而佯亡一爪,求之甚急,左右因割其爪而效之,昭侯以此察左右之誠不。

(韓非子 內儲說上)


“한(韓)나라의 소후(昭侯)가 자른 손톱을 손안에 쥐고,

부러, 손톱 한 개를 잃은 양하며, 그것을 몹시 급히 찾았다.

좌우 신하들이 자기 손톱을 잘라, 그것을 바쳤다.

소후는 이 사실로서,

좌우 신하들이 성실하지 않음을 살필 수 있었다.” 


기실 이런 짐짓 실물(失物)한 척하며,

신하들의 성실성을 점검하는 패턴의 고사는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 주주망옥잠(周主亡玉簪)의 고사를 더 살펴본다.


周主亡玉簪,令吏求之,三日不能得也,周主令人求而得之家人之屋閒,周主曰:「吾知吏之不事事也。求簪,三日不得之,吾令人求之,不移日而得之。」於是吏皆聳懼,以為君、神明也。


“주(周)의 군주가 옥비녀를 잃어버렸다.

관리로 하여금 이를 찾게 하였으나,

사흘이 지나도 찾지 못하였다.

주군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찾게 하였더니,

민가의 건물 사이에서 찾았다.

군주가 말하였다.


‘나는 관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관리들은 사흘이 지나도 찾지 못하였다.

내가 다른 이에게 이를 찾도록 하였더니, 

날이 가기 전에 찾아내었다.’


이에 관리들이 송구스러워하며,

군주가 귀신 같다 하였다.”


이것 어찌 보면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더군다나, 자기가 부리는 신하조차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니,

대단히 비열한 처사처럼 보인다.

허나, 재왕학, 통치술에선, 하나도 거리낌이 없다.

생사를 걸고,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고, 상대를 제압하여야 하는 현실인지라,

전쟁터와 다름이 없으니, 술수를 마냥 그르다 치부할 수만도 없다.


莊周遊乎雕陵之樊,睹一異鵲自南方來者,翼廣七尺,目大運寸,感周之顙而集於栗林。莊周曰:「此何鳥哉?翼殷不逝,目大不覩。」蹇裳躩步,執彈而留之。睹一蟬方得美蔭而忘其身;螳蜋執翳而搏之,見得而忘其形;異鵲從而利之,見利而忘其真。莊周怵然曰:「噫!物固相累,二類相召也。」捐彈而反走,虞人逐而誶之。


莊周反入,三月不庭。藺且從而問之:「夫子何為頃間甚不庭乎?」莊周曰:「吾守形而忘身,觀於濁水而迷於清淵。且吾聞諸夫子曰:『入其俗,從其俗。』今吾遊於雕陵而忘吾身,異鵲感吾顙,遊於栗林而忘真,栗林虞人以吾為戮,吾所以不庭也。」


“장주가 어느 날 조릉(雕陵)의 번(樊)이란 곳에 가서,

이상스레 생긴 까치가 남방에서 오는 것을 보니,

날개 너비가 7척, 눈은 1치로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는 밤나무 숲으로 날아간다.  

장주가 말한다.


“이게 새인가? 

날개가 커도 제대로 날지 못하고, 눈이 크다 한들 잘 보지 못한다.”


옷자락을 걷어붙이고는 뛰어가서는 탄환을 집어 들고는 잠깐 지켜보았다. 

그때 매미 하나가 자기 몸을 잊고는 그늘에서 쉬는 것을 보았다. 

당랑(사마귀)이 이를 덮쳐 잡으려고 자신의 형체를 잊었다. 

까치는 따라 이를 잡으려고 자신 역시 장주에게 잡히려는 그 진짜 처지를 잊었다. 

장주가 추연히 말한다.


“아! 모든 물건은 서로 얽혀 두 가지 利와 害를 부르고 있구나.”


하고는 탄환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자 산지기가 따라오며 꾸짖는다. 


장주가 집에 돌아와서는 3개월간 뜰에 나오지 않았다. 

인차(藺且)가 이를 물었다.


“선생님은 어찌하여 근래 뜰에 나오지 않으셨습니까?”


장주가 말한다.


“나는 생을 지키기 위해 몸을 잊었다. 

마치 탁수를 보다가 푸른 못에 미혹된 바와 같다. 

또한, 나는 선생에게 들었노라. ‘시속에 들어가면 시속을 따르라.’ 

그런데 나는 雕陵에서 내 몸을 잃었고, 

까치가 내 이마를 스치므로 따라가, 

밤나무 숲에서 내 천성을 잊었으며,

밤나무 산지기는 나를 보고는 죽일 놈이라고 욕을 해대었다. 

나는 그런즉 뜰에 나오지 않았음이라.”


A는 왕에게 잘 보이려고,

앞뒤 재지 않고, 사재를 헐어, 

건물을 멋지게 수리하고 말았다.


이것 다 욕심인 것이다.

見利而忘其真이라,

욕심이 눈 앞을 가리면,

앞뒤 재지 않고,

진실을 팽개치고,

이리 일을 벌이게 된다.

크게 경계할 일이다.


한편, 저 A는 이미 수상쩍다는 첩보가 왕에게 들어갔다 할 수도 있다.

왕이 제왕학을 제대로 배웠다면, 저자를 요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하여, 짐짓 턱없이 모자라는 돈을 주고 건물을 수리하라 시켰을 수 있다.

그리고는 저 자를 지켜보면서, 멱을 따려고 준비를 하였을지도 모른다.


아아, 

噫!物固相累,二類相召也。

“아! 모든 물건은 서로 얽혀 두 가지 利와 害를 부르고 있구나.”


그러함이니,

그 행함엔 탐(貪)을 여의어야 하는 법.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의 치(痴)는,

실로 탐(貪)에서 기인한다.

이는 이제 모두 무명(無明), 번뇌(煩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A는 욕심의 불을 좆아,

어리석음의 우물에 빠지고,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음이다. 


어,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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