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이병(二柄)

소요유 : 2020. 11. 6. 19:13


이병(二柄)


내가 어느 영상 한 편을 보게 되었다.

게서, 어떤 분이 중국에서 사업체를 맡아 운영하였던 이야기를 펴내고 있었다.

직원 기숙사에는 12명이 들어가 살게 되어 있었다 한다.

헌데, 가보니 24명이 살고 있더란다.

모두 여자들을 끌어들여 혼거를 하고 있었다 한다.


하여, 기율을 잡고자 조치하였다.

기숙사를 떨어지게 마련하고, 남녀를 분리하였다 한다.

규칙을 어기는 자들에게 벌금을 내도록 하였는데,

이런 일들은 중국인 중에 적당한 이를 뽑아,

완장을 채워 관리토록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상을 주는 일만 담당하였다 한다.


그러니, 원망은 동족인 중국인에게 돌아가고,

자신은 좋은 일만 하는 이로 기억되었다 한다.


이 말을 듣고, 좋은 도리를 배웠다며,

옳다구나 하는 이가 혹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 판단은 급하지 않다.


저 동영상을 보자.

이내 한 생각 떠올랐다.


과연 저 방법으로써 온전함을 다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후에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음이다.


왜 그런가?


여기 먼저 이야기 하나를 꺼내들고 시작한다.


연왕(燕王) 쾌(噲) 밑에 자지(子之)란 재상이 있었다.

자지란 인물에 대하여는 동주열국지에 잘 그려져 있다. 


再說燕相國之身長八尺,腰大十圍,肌肥肉重,面闊口方,手綽飛禽,走及奔馬,自燕易王時,已執國柄。及燕王噲嗣位,荒於酒色,但貪逸樂,不肯臨朝聽政,子之遂有篡燕之意。

(東周列國志)


“키가 팔 척이요, 허리둘레가 열 아름되는 뚱뚱한 몸에,

얼굴은 넓고, 입은 컸다.

손으로 나는 새를 잡고, 달리는 말을 뛰어가 잡을 수 있었다.

연왕 역(易) 때부터 정승이 되어 정권을 잡고 있었다.

연왕 쾌는 부왕 역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그는 주색에 빠지고, 나라 일에 게을러, 아침 조회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자지는 마침내 연나라를 빼앗을 뜻을 품게 되었다.”


자지는 이에 야욕을 채우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종국엔 성공하게 된다.


가령, 

소진(蘇秦), 소대(蘇代), 녹모수(鹿毛壽 又名潘壽, 한비자에선 반수로 등장) 등을 매수하여,

쾌를 구슬리고, 격동하여 급기야 왕의 자리까지 물려받게 된다.


왕이란 자가 이 지경에 이를 수 있는가?

얼핏 설마하니 그럴 수 있을까 싶은가?

천만에 사람이란 어리석기로 작정(?)하면,

누구나 그리 어리석은 길로 따라 들어갈 수도 있는 법.

이를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함이니, 그 내력을 상세히 짚어보며,

깊이 그 일의 전개 과정을 점검해볼 일이다.


여기 좁은 자리에서 그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두 가지 에피소드만 남겨두고자 한다.


潘壽謂燕王曰:「王不如以國讓子之。人所以謂堯賢者,以其讓天下於許由,許由必不受也,則是堯有讓許由之名而實不失天下也。今王以國讓子之,子之必不受也,則是王有讓子之之名而與堯同行也。」於是燕王因舉國而屬之,子之大重。

(韓非子 外儲說右下)


“반수가 연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 자지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요를 두고 일러 현인이라 하는 것은,

천하를 허유에게 양위하려 하였기 때문입니다.

허유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요가 허유에게 물려주려 하였다는 명분만 있고,

실인즉 천하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왕께서 나라를 자지에게 물려주신다면,

자지는 필시 받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왕께서 나라를 자지에게 물려주려 하셨다는 이름을 얻고,

요와 함께 하시는 격이 됩니다.’


이에 연왕은 나라를 들어 그에게 맡겨,

자지의 권세가 크고 무겁게 되었다.”


이게 어찌 연나라의 경우에만 미쳤을까 보나?

다른 나라에도 이런 예는 하나 둘이 아니다.


故田常上請爵祿而行之群臣,下大斗斛而施於百姓,此簡公失德而田常用之也,故簡公見弒。子罕謂宋君曰:「夫慶賞賜予者,民之所喜也,君自行之;殺戮刑罰者,民之所惡也,臣請當之。」於是宋君失刑而子罕用之,故宋君見劫。田常徒用德而簡公弒,子罕徒用刑而宋君劫。故今世為人臣者兼刑德而用之,則是世主之危甚於簡公、宋君也。

(韓非子 二柄)


“그러므로, 전상은 위로 작위와 봉록을 청하여, 군신(群臣)에게 나눠주었고,

아래로는 두곡의 크기를 크게 하여, 백성들에게 베풀었다.

(백성들이 곡식을 빌려갈 때는 큰 말로, 받을 때에는 적은 말로 재었다는 뜻)

이로써, 간공은 덕을 잃었고, 전상은 그것을 사용하였기에, 간공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제나라는 본디 강씨 것이었는데, 이로써 전씨 것이 되고 만다.)


자한이 송나라 군주에게 말하였다.


무릇 포상과 사여(賜予)는 백성이 좋아하는 것인즉,

그것을 군주게서 직접 행하십시오.

형벌은 백성이 싫어하는 것인즉, 신이 그 일을 감당하겠습니다.


이에 송군이 형벌 집행 권한을 넘겨주어, 자한이 그것을 부리니,

송군이 겁박을 당하게 된 것이다.

전상이 단지 덕을 쓴 것만으로 간공이 시해 당하였으며,

자한이 단지 형벌 권한을 행사한 것만으로 송군이 협박당하였다.

그러함인데, 지금 남의 신하된 자가 형, 덕(벌과 상) 두 가지 권한을,

겸하여 행사하고 있으니,

이는 세상 군주들의 위태로움이 간공이나 송군보다 더 심하다 하겠음이다.”


오늘날 경영학에선,

업무의 하부 이양을 민주적 경영 수법인 양,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한비자는 그 위험을 실제의 사례를 들며 엄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책임도 함께 따라야 하며,

끝까지 그것을 묻는 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

가령 베트남의 경우, 공무원에게 종신 책임을 지도록 하였으며,

임용도 한시적 임기제로 하여, 

한번 공무원이라 하여 평생 자리만 지키고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헌데, 한비자는 상, 벌 권한만큼은 아예 하부 이양조차 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둘(二柄)은 호랑이의 발톱과 이빨에 해당되는 즉,

도대체가 이 둘을 앗기고도 호랑이라 이름할 수 있겠음인가?

무릇 현대의 경영학도나, 경영자들은 그 함의를 잘 되새겨둘 일이다.


어쨌건, 이런 식으로,

자지의 사주를 받은 간신배들이 연왕을 들까불며 충동질 하여,

자지의 권한은 끝없이 늘어났고,

왕의 권한은 축소되어 갔다.

나중엔 왕의 자리까지 넘겨받게 되었다.


대저, 사람을 부리는 요체는 상과 벌이다.

이 둘을 일러 이병(二柄)이라 한다.


※ 柄 : 자루를 뜻한다.

본디 도끼 자루를 의미하는데, 이 자루를 쥐고서 handling함으로써야,

도끼날의 작용 효과가 비로소 나오게 된다.

그런즉 사물의 근본 요체를 뜻하게 되었다.

흔히 권력을 두고 權柄이라고 하는 즉, 

이 역시 권력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자루,

즉 如意, 요술 자루를 연상하면 가히 그 뜻에 쉬이 가닿을 수 있으리라.


(北斗星 資料圖 圖源網絡)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자루를 두고 고인들은 이리 읊었다.

斗柄東指,天下皆春;斗柄南指,天下皆夏;斗柄西指,天下皆秋;斗柄北指,天下皆冬。

북두 자루가 동쪽을 가리키면, 봄이요, .......


무릇 왕이나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는 이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한비자는 이리 갈파하고 있다.

明主之所導制其臣者,二柄而已矣。二柄者,刑、德也。何謂刑德?曰:殺戮之謂刑,慶賞之謂德。為人臣者畏誅罰而利慶賞,故人主自用其刑德,則群臣畏其威而歸其利矣。

(韓非子 二柄)


“총명한 군주가 신하를 제어하기 위하여 지녀야 할 것은 이병(二柄)이다.

이병이란 형(刑)과 덕(德)이다.


무엇을 형덕이라 일컫는가?


벌로써 죽이는 것을 형이라 하고,

칭찬하여 상주는 것을 덕이라 한다.


남의 신하된 자는 벌을 두려워하고, 상 받는 것을 이득이라 여긴다.

고로 군주자신이 직접 형덕을 집행하면,

뭇 신하들은 그 위엄을 두려워하고, 그 이익 쪽으로 귀순하게 될 것이다.”


이병(二柄)이라,

그러니까, 상과 벌을 행사하는 권한 모두를 내가 행사하여야지,

어느 하나라도 남에게 주어서는 아니 된다.

한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夫虎之所以能服狗者、爪牙也


대저 호랑이가 능히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발톱과 이빨(어금니)을 가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발톱과 이빨의 권능을,

남에게 맡기고서야 어찌 위엄과 존엄을 확보할 수 있겠음인가?

외려 그 발톱과 이빨을 물려받은 자가,

거꾸로 군주를 능욕하고 나라를 빼앗고 말 것이다.


옛날 사대부라 하여, 마냥 공맹의 도만 외우고,

그 도리에 안주하였는줄 아는가?

등청하여서는 모두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짐짓 점잖은 척 조빼며,

헛기침을 하였지만,

퇴청하여서는 열심히 한비자를 뒤적이고, 노자는 물론이거니와,

위료자(尉繚子), 육도삼략(六韜三略) 그리고 춘추좌씨전 등을 부지런히 익혔던 것이다.

이런 공부가 되어 있지 않고서는,

도대체가 정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저 검은 바닷 속을 제대로 헤엄쳐 다니며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이 있다.

상, 벌의 이병을 손아귀에 쥐었다한들,

만사가 다 잘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이 원칙, 철학을 실천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교묘한 장치, 고안, 수법이 따라야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소위 형명참동(形名參同)이란 것 등속이 있으나,

이는 이야기가 한참 늘어지는 즉, 다음으로 미뤄야 하겠다.


결론은 이병(二柄)은 결코 남에게 주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


자식이 손 벌린다고, 가엽다고, 

있는 재산 다 물려주고 나면,

미구(未久)에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이병을 놔버렸기 때문이다.


충, 효, 의를 아무리 외친다한들,

자식조차 재물이 없으면 아비를 돌보지 않게 되는 법.

항차, 형제, 그리고 남에게 과연 의리를 구할 수 있을까보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한비자는 하기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이 비정한 인간세의 도리를,

저리 울분을 토하듯 설파하고 있음이다.


하여, 내가 늘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비자야말로 위대한 휴머니스트라고.


이를 두고 울분이라고, 그리고 휴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오로지 bongta가 유일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철저하다든가, 총명해서가 아니다.

애오라지, 이는 다만 내가 그를 사모하기 때문이다.



여적(餘滴)

이 이치를 깨우치게 될 때라야,

저 소진(蘇秦)의 인생사 경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진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형수는 밥 한 그릇 나누는데 인색하였다.


富貴途人成骨肉

貧窮骨肉亦途人


"부귀하면 남도 형제처럼 나를 따르고

가난하면 형제도 나를 남처럼 대하는구나."


허나, 육국의 재상이 되어 금의환향하자,
형수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蘇秦笑謂其嫂曰 何前倨而後恭也 

嫂季地浦服 以面掩地而謝曰 見季子位高金多也


"어찌하여 전에는 거만하더니 오늘날에는 이토록 공손하십니까?

도련님의 지위가 높고 황금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참고 글 : ☞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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