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무신불립(無信不立)

소요유 : 2013. 12. 20. 14:34


이하는 초보농부 님께 드리는 글입니다.
아니 그냥 제 독백으로 놔두어도 괜찮습니다.

인간적 의리는 좋은가 나쁜가?
지금 우리의 논의 마당에선, 
전 이런 질문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런 질문은 사회적, 공적 신뢰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근언신행(謹言慎行)

신뢰가 없으면 (존재/관계가) 서지 못한다.

말은 삼가고, 행동은 신중하게.
즉 약속을 하면 반드시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말은 애초부터 삼가며 신중하게 해야지요.
행으로 입증이 되지 않으면 그 말은 공허해지고 맙니다.
때문에 謹慎인 것입니다.
흔히 저지르듯 저 말을 잘못 독해하면 아니 됩니다.
말을 하지 말라든가, 조심스럽게 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인즉 뱉어낸 말은 천신만고를 겪더라도 반드시 행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는 곧 개인 레벨의 인간적 의리가 작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즉 사회적 영역으로 공간 이동을 해버린 상태를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는 바로 이런 공적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이 자리는 의리가 아니라 신뢰로서 선언되고, 입증되며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웃집 아저씨와는 신뢰가 아니라, 의리나 사랑으로 관계를 맺고 살 수도 있겠지요.
가족관계 역시 정이나 사랑으로 서로 보듬으며 살아들 갑니다.

깡패들 역시 툭하면 의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 하나 사회적인 신뢰를 의식하고 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외부를 향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신뢰는 반드시 책임을 동반합니다.
저들은 이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을 우리는 깡패라 부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돌아온 식구들을 우리는 내치지 않고 껴안고 보듬습니다.
지금 이를 두고 제가 그르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노무현이나 이명박은 이웃 아저씨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웃이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말을 펴고 - 宣言,
그를 실천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며,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게 정치인의 소명이자 의무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치란 사적 관계가 아니라, 공적 장치 구조란 말입니다.  

저로써, 곧 만인 간 사회 계약, 믿음의 약속을 한 것임을 바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 계약의 기초는 신뢰에 있지요.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존립하지 못합니다. 

의리, 사랑 따위는 다분히 주관적이라,
계약의 내용이나 그 이행을 평가하는 척도로선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약 정치인을 평가하는데 있어,
이 두 가지 척도를 뒤섞어버리면 혼란이 초래됩니다.
이는 슬픈 일입니다.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얼마든지 인간적인 평가를 할 수는 있습니다.
이를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인간을 정치인으로서 평가할 때는,
아무리 싫더라도,
이런 사적 영역은 잠시 벗어나,
공정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게 아니라면,
우리는 영원히 바른 정치인을 만날 수 없습니다.
설혹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 인간을 가질 수는 있을지언정.
이는 대단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노무현이 정말 바른 정치인이라면,
제가 그를 사랑이 아니라 신뢰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고맙게 여길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저는 그를 한낱 이웃 아저씨가 아니라, 
한 당당한 정치가로서 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말입니다.
골방에 들어앉아서는,
부엉이 바위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생각하며 눈물을 짓는다고 할 때,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아니 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공론의 장소에 나아가서는,
그를 탓하든, 지지하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가 뱉어낸 말씀의 무게와 행위의 근량을 칭량하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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