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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어수(安之於數)

소요유 : 2013. 12. 24. 11:49


진굉모는 말했다.

“시비는 내가 가리며,
칭찬과 비난은 남으로부터 듣는 것,
득실은 운수에 달린 것이다.”

陳宏謀說
是非審之於己,毀譽聽之於人,得失安之於數。


陳宏謀畫像
陳宏謀是清代廣西籍官員中,官位最高,任官時間最長,任官歷經省份最多的一位清官、名臣


여기,

得失安之於數

구절 중 數를 계산에 달렸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운수(運數)라고 달리 해석하였다.

한문은 새기는 이에 따라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
계산이라고 역(譯)하여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數를 安과 함께 비추이면 그 뜻이 보다 명확해진다.
즉 운수에 따라 안녕 여부가 정하여진다는 의미가 이내 잡힌다.

안심입명(安心立命)
이게 유교, 불교를 넘나드는 용어이지만, 마음을 깨닫고 생사를 초탈하여,
천명을 좇아 흔들림이 없는 경지를 일컫고 있다.

그러함이니,
시비(是非), 훼예(毀譽)는 모두 너와 남의 갈등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종국엔 천명에 따라 득실이 오갈 뿐이란 것이다.

數를 계산이라고 새기면,
3귀(句)는 다시 인간의 문제로 귀착되고 만다.
너와 나의 갈등 관계 속으로 다시 진입하여야 한다.
나 그리고 너 마지막에 천(天)으로 귀결함은,
단지 문장 구조의 조화로움, 그 미적 완결성 때문에 택할 일은 아니다.
다만, 실제 명운의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대하여 또 하나의 이런 말씀은 어떠한가?

왕안석은 말했다.

“하늘의 변동은 두려워 할 바 없고,
사람의 말은 걱정할 일 없으며,
조상은 본받을 바 없다.”

王安石說
天變不足畏,人言不足恤,祖宗不足法。


王安石(1021年12月18日-1086年5月21日),字介甫,號半山,諡文,世人又稱王荊公,
北宋撫州臨川人(今江西省東鄉縣上池村人),封荊國公,
中國曆史上傑出的政治家、思想家、學者、詩人、文學家、改革家,唐宋八大家之一。


여기선 천(天)을 곧바로 먼저 부정하며,
남도 내치고,
조상에게도 의지하지 않겠다 하였다.

기세가 자못 세며,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는 당당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진굉모의 글과 비교해서,
그 본의는 그리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지만,
외양으론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전자에선 인간사 갈등에 초연하며,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추상된다면,
후자는 반대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제 뜻을 펴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엿보게 된다.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왕안석 신법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세상의 기득권 세력과 구조는 언제나 막강한 법.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들은 부와 자원을 거지반 갖고 있다.
 
그 견고한 성에 도전하는 이들을 순순히 놔둘 까닭이 없다.
하여 고대엔 모두 왕의 권위, 그 지원이 없으면 애시당초 시도조차 할 수가 없다.
곧잘 왕에 의지하여 변법이니 신법이니 하며 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대개는 하룻밤 꿈으로 그치고 만다.

오늘 날은 정체(正體), 정체(政體)가,
국민에 의해 정해진다고 점잖게 말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도 역시나 고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득권 세력은 강잉하니 제 자리를 지켜내려 함이나,
우중(愚衆)은 여전히 거기 부역하기 바쁘다.
정치하는 이들은 언제나 대중을 온갖 감언으로 꾀어내나,
저들은 대개 표를 얻고 나서는 제 본색을 드러낸다.
 
是非審之於己,毀譽聽之於人,得失安之於數。

오늘 아침 등산길에 오르면서,
전일 마주한 이 구절이 새롬히 떠올라,
돌아와 이리 글을 남겨둔다.

是非,毀譽,得失。
審,聽,安。
審之於己,聽之於人,安之於數。
己,人,數。

이 삼단의 구조 형식도,
내용만큼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요즘 是非에 대하여 곰곰 생각해볼 일이 많다보니,
읽다가 이런 주제 글에 닥치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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