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부지지(不知知)

소요유 : 2014. 1. 6. 13:35


오늘 아침,
어느 말씀 중에 부딪혀,
문득 노자(老子)의 말씀 하나를 떠올린다.

知不知上 不知知病。夫唯病病,是以不病。聖人不病,以其病病,是以不病。

아지 못함을 앎이 으뜸이다.
앎을 아지 못하면 병이다.
무릇 병을 병으로 알면,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은 병이 없다.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런즉 병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첫 귀절과 둘째 귀절은 묘하다.
가령 달리는 이리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알면서 알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 상책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병이다.’

첫 구절을 이리 해석하면,
원문의 뒷부분과는 얼핏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듯싶다.
즉 

‘성인은 병이 없다.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비춘다면 첫 구절은,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상책이다.’
이리 처음처럼 새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알면서 알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 상책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병이다.’

이를 다시 이리 고치면 어떠한가?

知不知上
不知知上

‘알면서 알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 상책이며.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도 상책이다.’

두 번째 구절은 애초의 不知知病에서 不知知上으로 바꾸어 보면,
첫 번째 구절을 ‘알면서 알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리 새긴 뜻이 아연 오롯하니 살아난다.

이제 이는 잠시 잠깐 놔두고,
견주어 다른 이야기를 더 살펴보자.

子曰:「由!誨女知之乎?知之為知之,不知為不知,是知也。」

공자 왈,
“유(子路)야, 네게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가르쳐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이 말씀은 너무 반듯하다.
그래서 뭣도 모르면서,
천방지축 마구 달려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옷깃을 가다듬게 한다.

헌데,
과연 이런 교훈의 말씀이 그럴듯하다 하며,
무릎을 치는 것으로 족한가?

모르는 것을 알아채고 있다한들,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있는 한 이는 영영 미흡한 것.
이를 어찌 不知란 말 하나 앞세우고 태평하니 만족할 수 있는가?

이 말씀은 잘못 쓰이면,
천하의 무지렁이들이 이에 기대어 게으름을 피우는 핑계의 무덤이 되리라.

모르는 것이 부끄러울 수는 없는가?

是非之心,智之端也。
無是非之心,非人也。

맹자는 시비를 가리는 마음을 지혜의 단서라 하였다.
이게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 하였음이다.

단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써 어찌 위안을 삼을 수 있으랴?
非人
정녕, 그대가 인간이 아닌 바가 아니라면 말이다. 

知不知上
不知知上

앞에서 내가 새로 새긴 이 말씀은 어떠한가?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

이 얼마나 절절 절실한가?

모르는 것을 그저 모른다고 자임하는 것보다는 몇 곱은 바지런하지 않은가?
나의 앞 글 인공위성 운운의 글에 등장하는 조류 퇴치업자는,
이자는 얼마나 노자의 가르침에 충실한가 말이다.
(※ 참고 글 : ☞방조(防鳥) - 블루베리 (인공위성) ) 

서책이란,
나처럼 그 이면에 숨은 글자와 뜻을 들춰내가며 읽는 것이다.
고전은 비둘기처럼 그저 검은 글자 콩을 주워 먹는 것이 아니다.
이리 먹으면 사시장철 매양 비릿내가 가시지 않는다.

길가에 맨홀 뚜껑이 덮여 있다.
마치 거기는 구멍이 없다는 듯이,
의뭉을 떨며 덮혀져 있다.
술을 먹고 길을 걷다가 맨홀 뚜껑을 만나면 전부 열어젖혀놓는다.
아, 술 먹은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절한가?

知不知上;不知知病。夫唯病病,是以不病。聖人不病,以其病病,是以不病。

노자가
知不知上 不知知病。
이리 턱하니 이끄는 말을 뱉어내고는,
이어서 夫唯病病,是以不病。聖人不病,以其病病,是以不病。
이리 풀어낼 때 사람들은 홀려 버리는 것이다.

저 말의 뜻을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알아내면,
천하가 태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인즉 난이 일어나고 만다.

모름지기,
어리석은 녀석은 언제나 어리석게 남아 있어야 하고,
현명한 사람은 홀로 현명해야 한다.
이게 곤두질을 쳐 위, 아래가 바뀌고,
좌우가 섞여 뒤죽박죽이고서야,
어찌 대도(大道)가 바로 굴러가랴?

이를 염려하여,
노자는 글자 하나를 슬쩍 비틀어 써넣고는 시침을 뗀 바이라,

그렇다면,

知不知上
不知知上

이리 떡하니 그 숨겨진 뜻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나의 뜻은 무엇인가?
노자의 흉계를 파헤치고 있는 나는,
과연 장한 이인가?
흉한 이인가?

人亦有言,無哲不愚

예로부터 사람들이 말하길,
밝은 이도 어리석은 이도 없다.

이리 이르렀음인데,
과연 어느 눈 푸른 분이 계셔,
내 뜻을 바로 이르실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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