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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물동

소요유 : 2015.02.15 19:00


信而勿同


논어엔 ‘화이부동’이란 말이 나온다.


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서로 화목하나 같지 않다.

소인은 끼리끼리 뭉쳐 한가지로 놀아드나, 실인즉 화목하지 않는다.


千人千色 萬人萬色


세상엔 천인이 있으면 천 가지 갈래로 나눠 다르며,

만인이 있으면 만 가지로 찢어져 각기 제 길로 달려 나가는 법.


가령, 종교 단체를 두고 보자. 

애초엔 교주 하나를 중심으로 뭉쳐 있으나,

세월이 흐르면 백, 천 종파로 나눠 제 길을 만들어 나간다.

선불교의 경우 한창 때 五家七宗으로 나눠지는데,

요즘엔 분파가 새로 이뤄진다든가,

참신한 종지를 내세워지는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선종이 활력을 잃고 쇠미해졌기 때문이리라.

결코 대중들이 서로 화목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기실 선불교가 옳다면, 세상 사람들 숫자만큼 분파가 일어나야 할진대,

사람들이 몽매하여 이제껏 오가칠종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노태우의 보통 사람론이란 것이 다 사람들을 거짓으로 속이는 짓인 게라,

사람이란 본시 백 천 만이 다 저마다 특별하여야 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바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 언명일 뿐인 것을,


천 가지, 만 가지로 나눠져 뜻이 갈리고,

주장이 다른들(不同), 반목하지 않고,

군자는 상대를 존중하며 화목한다.(和)


君子和而不流

군자는 화목하나 따라 휩쓸려 다니지 않는다.


허나 소인배들은 강잉히 남을 한데 묶어 거죽으로 같은 양 행세를 하지만,

속으론 딴 셈을 하며 제 잇속을 따지기에 급급한다.


한 집에 같이 한 가족(a family)을 일구고 살아 가고,

한 가지 옷(uniform)을 입고 있지만, 

늘 불화하고 딴 셈을 하며 살아들 간다.


헌즉, 문제는 분파(分派)로 나눠져 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상호 다름을 이유로 해하지 않고, 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다만 자신의 뜻을 바로 세우고, 제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이게 화이부동하는 군자의 모습이다.


天地位焉,萬物育焉。


천지가 제 자리를 차지하고,

만물이 자란다.

이는 바로 만물이 화(和)할 때의 모습이다.

헌즉 이러한 말이 옛부터 전해오고 있다.


和者,天之正也,陰陽之平也,其氣最良,物之所生也


화(和)란 천지가 바르며,

음양이 고를 때니라, 

그 기가 최고로 좋아,

만물이 생하는 바이니라.


여기 군자의 사귐이 어떠한 것임을 다시금 되새겨 보고자 한다.


故君子之交人也,歡而不媟,和而不同;好而不佞詐,學而不虛行;易親而難媚,多怨而寡非;故無絕交,無畔朋。

(中論)


이 때 문득 한비자에 등장하는 다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魏昭王欲與官事,謂孟嘗君曰:「寡人欲與官事。」君曰:「王欲與官事,則何不試習讀法?」昭王讀法十餘簡而睡臥矣,王曰:「寡人不能讀此法。」夫不躬親其勢柄,而欲為人臣所宜為者也,睡不亦宜乎。


위소왕이 관리들이 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해서 맹상군에게 이른다.

‘과인이 관리 일을 해보고 싶다.’

맹상군이 아뢴다.

‘왕께서 관리 해보고 싶으시다면, 어찌 그 법을 배우시려 하지 않습니까?’

소왕이 십여 조각의 죽간을 읽다가 그만 졸고 말았다.

왕이 말한다.

‘과인이 이 법을 읽지 못하겠노라.’

무릇 권세를 놔버리고 신하의 일을 배우고자 함이니,

어찌 졸음이 오지 않겠음인가?


내 결단코 왕정을 인정하지 않지만,

예하건대 왕이란 왕의 길이 있고, 신하란 신하의 길이 있는 법,

이게 뒤죽박죽 뒤엉키면 나라꼴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이르고자 하는 게다.


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우며, 

아비가 아비다우며, 자식이 자식답다.


이게 뒤집히면,

엉망이 되는 것이다.


信而勿同


그렇다면 이제 신이물동이란 말은 또 무슨 뜻인가?


먼저 여기 그 내력을 따라가 본다.


凡上之患,必同其端。信而勿同,萬民一從。

(韓非子)


무릇 군주의 우환은 그 말단과 반드시 같아지는 것이다.

믿기는 하되 결코 한 가지로 같아지지 않는다.

그러하면 만민이 하나로 따른다.


이 말씀엔 실로 중대한 뜻이 숨어 있다.

백성들이란 모두 작위(作爲)의 존재들이다.

모두들 제 각각 제 셈대로 살아들 간다.

그러함이니 절대 하나의 통일된 가치 밑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제 위치, 지위, 조건, 욕망에 따라 품은 바 지향점이 다른 것이다.

허니, 어찌 한가지라 할 터인가?


영도자는 나라를 염두에 두나,

개개인은 자기 가정이나 자신을 염려할 뿐이다.

그러함이니 영도자란 백성, 신하가 뱉은 일면의 언사에 전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

다만 그 행동이 말(주장, 제안)에 맞는가 틀리는가를 나중에 점검할 뿐이다.  

애초 내놓은 말에 행동이 부합되면 상을 주고,

그릇되면 벌을 준다.

여기서 영도자란 조직의 수장을, 

백성이나 신하는 조직을 이루는 조직원이라 환치하여 보면 된다.

헌즉 언사(주장)를 서로 믿어주기는 하나,

함께 부화뇌동하여 놀아나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다.


그의 말을 믿어는 주나,

아직 행동의 결과까지 동조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여기 등장한 信이라는 것은 장래 그의 행동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信而勿同이란 말은 옳게 해석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언행(言行)은 동시 이행조건이 아닌 것이다.

언사란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이는 차후에 행으로써 입증될 뿐이다.


영도자라도 좋고, 임금이라도 좋다.

나아가 조직의 수장, 사장이라도 좋다.

차후 밑의 사람이 그의 말에 부합되는 공을 이룰 때 상을 주고,

차질을 빚으면 벌을 주라는 말이다.

이 때라서야 만인이 일치 복종하여 따른다는 말이다.


원래 어줍지 않은 치들이,

한 가족이니, 한 조직원이니 하며,

하나로 묶어 몰아가려고 하는 법이다.

IMF 환란시절 사라진 모 재벌 기업이 ‘OO 가족’이니 하며,

회사원을 하나로 묶으며 몰아간 적이 있다.

가당치 않은 짓거리다.


요즘도 핸드폰 벨이 일없이 울어댄다.

얼결에 받아보면,

‘고객님 사랑해요...’

하며 떠벌리는 광고를 접하곤 한다.

나는 가차 없이 바로 끊어버린다.

제깟 놈들이 통화료 버려가며,

나를 언제 보았다고 감히 사랑한단 말가?

이젠, 내 집사람한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있다.

내치지 않고 그저 밥이나 차려주면 고마울 뿐이다.

짜증이 난다.

제놈들이 감히 나를 사랑하다고 하고 있음인가?

녀석들의 시끄러운 소리는 내겐 광고가 아니라,

외려 혐오를 불러 일으키고 있음이다.

터무니 없는 짓이다.


대저 소인배들이란 무작정 한 가족이라며,

뭇 사람들을 도매금으로 묶어가며 매소부(賣笑婦)들의 값싼 웃음을 날린다.

화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 속셈을 챙기려고 한 가족이라 꾀는 것이며,

사랑한다는 허언을 남발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헌즉 지혜로운 이는,

그가 뱉은 말에 마냥 동조하지 않는다.

이를 행동으로 입증하여, 신뢰를 담보하기까진 아직 이르다.

이게 信而勿同의 함의인 것이다.


공자의 和而不同은 이 말씀보다는 좀 부드럽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다.


허나 信而勿同은 날카롭고, 철저하다.

본원적으로 인간에 대한 회의론자의 말씀이 분명하다.

순자의 성악설에 맥이 가닿는다.

이 시원(始原)에 흐르는 강물을 타고,

한비자는 지혜의 조각배를 혼탁한 세상에 띄움이 아니더냐?


미국의 수정헌법이라는 것도,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선의를 믿지 않았던 소산(所産)이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쫓기듯 건너온 저들은 인간을 근원적으로 회의하였던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을 저들은 뼈저리게 느꼈다.

때문에 이리 바르고 정확한 정신을 가진 한,

미국은 온갖 문제가 일어나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강건하다.

사람을 저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信而勿同


오늘날 갖은 변태들이 들끓는 세상.

和而不同이 아니라,

信而勿同이란 말이 내겐 더 주의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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