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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소요유 : 2015. 2. 8. 14:47


곶감을 선물 받았다.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지은 한 분이 계시다.


지리산 곶감을 내게 보내주셨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차가 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전일 온 택배 물건을 건네주신다.


나중 포장을 헤쳐 보니,

감색 보자기에 곱게 싸인 곶감 박스가 들어있다.




반건시(半乾柿)인데, 거죽으로만 보아도 야들야들한 촉감이, 

거지반 투명한 듯 맑은 질감이 절로 느껴진다.

마치 ‘처녀 속치마’처럼 스리슬쩍 접혀진 과피(果皮)가,

분홍빛 염풍(艶風)을 실실 흘리며, 야릇한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난, 조심스레 하나를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치마 단이 혀에 닿자 스르렁 소리를 내며 쉬이 풀어진다.

그러자 이내 달디 단 과즙을 쏟아내며 알몸을 뒤척이며 혼절하고 만다.

내 혀 위엔 지리산 서리 맞으며 곱게 산빛을 여며가던,

어린 계집 아이 하나가 치마가 벗겨지자 바르르 떨며,

수줍음에 겨워 기어이 넉줄을 놓고마는 것이다.

침이 고이나 차마 목 안으로 넘기기가 송구스럽다.

맛이 다나 달다고 느낄 염치가 없다.

이리 흔치 않은 대접을 받기엔,

난 너무 모자라기에.


실로 이 얼마만인가?

늘그막에 분에 넘치는 호강을 한다. 


화냥년 요본감청(搖本甘唱)질은 제 흥에 겨워,

회전목마(merrygoround) 위에서처럼 그저 날뛰는 것을 일삼는다.

허나 반건시 소녀는 이리도 은근하니 곱구나.


벽장 속에 몰래 숨겨두고 긴 밤을 은밀히 즐기리라.

허나 여긴 벽장이 없으니 냉동고에 곱게 모셔두고,

하나씩 불러내어 남은 겨울 한가로움을 달래리라.


夜長夢多

밤이 길면 꿈도 많다고 하였음인데,

인생사,

長路漫漫

길도 멀고,

長冬漫漫

겨울이 기니,

곶감 아가씨와 더불어 한 때의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이 어이 복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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