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구름과 달

소요유 : 2015. 2. 18. 17:00


雲月是同 溪山各異

 

구름과 달은 이(是) 같으나,

시내와 산은 각(各) 다르다.

 

구름과 달뿐이랴?

시내와 산은 물론,

하늘과 대지조차 모두 하나다.

 

하지만, 

시내, 산뿐이랴?

천지만물도 모두 천차만별 다 다르다.

그러함인데,

하늘과 대지가 어찌 하나로 같다 말하는가?

 

***

 

동네에 양아치 하나가 있다.

녀석은 툭하면 삼청교육대 끌려갔다왔다는 것을 자랑 삼아 왼다.

자신은 깡패 치고도 최고라고 읊조리곤 한다.

 

순간 아프리카 똥장군이 떠오른다.

녀석들은 어깨, 가슴도 모자라,

급기야는 등판까지 돌아가며 생철로 만든 훈장으로 도배를 한다.

저 우쭐거림이란,

도대체가 욕지기가 일고 만다.

 

狗攬三堆屎,有了和尚還有寺 

개는 세 무더기 똥을 모으며, 중을 얻으면, 또 절을 얻으려 한다. 

 

전과(前過)도 허물 하나, 둘로 세는 것이 아니라,

별 하나, 둘로 세며 우쭐거리는 녀석들이 아니더냐?

필경, 골목길 쏘다니는 똥개와 자웅을 겨루려 함이리라.

 

녀석은 자신의 집엔 책이 많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 운운하며 ‘데미안’, ‘지와 사랑’을 읽은 양,

한잔 술에 제 앞 섶 밑으로 주르륵 서푼 싸라기 글 부스러기를 떨어뜨린다.

임질, 매독 걸린 녀석 띄엄띄엄 뽑힌 머리처럼 제멋대로 말의 짝이 맞질 않는다.

중고교 아이들이 이미 읽었을 것을 나이 쉰이 넘은 사람이,

나도 교양씩이나 있다고 저것을 들어 한껏 뽐을 내고 있다.

 

和尚剛剃頭,就有了道行 

중이 머리카락을 깎자, 법력이 생기다. 

 

중 되는 인연이 귀하니,

剃髮(체발)하는 순간 도법이 생긴다며 추켜세울 수는 있지만,

이 모두 우는 아이 달래려 눈깔사탕 하나 입에 물리는 수작일 뿐.

십 년 수행하고서도 공양간에서 절구질하는 신세 면치 못하고,

냉방에서 삼십 년 참구하여도 공안 한 귀 꿰뚫지 못하는 땡중이,

기 천,  기 만이 아니더냐?

 

체발 아냐, 머리가죽을 벗긴들,

또는 해골을 뽀갠들,

과연 그 짓으로 도를 이룰 수 있으랴? 

 

헤세 한 줄 읽고,

허세를 부리니,

녀석의 구상유취(口尙乳臭) 어리광이 가소롭다.

 

만약 저 녀석이 세상에서 최고라면,

전두환이 으뜸가는 은인이고,

헤세가 왕노파 조방꾼이렷다.

 

서문경은 왕노파가 끓여주는 쌍화탕 홀짝이며,

반금련을 후려내지 않았음인가?

하지만 이로 인해 종국엔 호랑이 잡는 무대의 한 주먹에,

목숨을 잃고 만다.

 

전두환이 저들 깡패의 은인이라면,

시민들에겐 그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깡패에게 훈장 달아주고,

저들이 아직껏 삼삼한 회억(回憶)을 일으키고 있다면,

두환이야말로 서민들의 적당(賊黨)이 아니더냐?

 

좌회불란(坐懷不亂)의 임자 유하혜(柳下惠), 그의 동생이 도척(盜跖)이다.

도척은 천하에 으뜸으로 꼽는 도적 깡패이다.

이게 꾸며낸 이야기란 말이 있지만,

어쨌건 장자(莊子)엔 제법 그럴듯하니 도척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참고 글 : ☞ 2014/02/25 - [소요유] - 유하혜와 경허)

 

허지만, 유하혜가 도척을 제 동생이라 자랑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고,

도척이 유하혜가 형이라 유세 부리는 것을 접해본 적이 없다.

 

형제가 서로 사랑하는지 아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은 최소한 형제간의 명성을 팔아 자신을 꾸미지는 않는다.

 

삼청교육대 잡혀 갔다 온 것이 자신의 위광을 더하는 짓이라면,

도대체가 전두환의 은공은 간짓대 끝에 깃발 내달아 기릴 것일지언정,

이빨 갈며 원수 삼아 탓할 일은 없을지라.

모쪼록 조촐하니 生사당 지어 모시고는,

철 바뀔 때마다 제를 올려 자자손손 그 은덕을 갚으라.

 

역수한(易水寒).

역수의 물길은 차가운데,

자루 칼 하나 등에 매고 표표히 떠나는 형가(荊軻)가 이제라도 살아 돌아온다면,

그는 여전히 저잣거리에서 포정(庖丁) 노릇하며,

칼을 갈며 의기로움 펼 때를 고르리라.

천하에 자신의 노래를 알아주는 이,

축(筑) 치는 고점리(高漸離) 하나면 족하지,

그 누가 더 필요하리.

(武氏祠前石室「荊軻刺秦王圖」拓片

東漢(西元 25-220年) 

荊軻刺秦王的畫面中,荊軻右手揚起,一人正面攔抱其腰,匕首刺於柱上,秦王被扯斷的一截袖子,猶飄懸於柱旁。秦武陽則害怕得匍匐在地,樊於期的頭盛在匣子裡,匣蓋已開,頭露了出來,秦王手執一璧,倉皇失措地跑抵柱的另一側。榜題是:「荊軻」、「秦武陽」、「(秦王)也」。)

 

風蕭蕭兮易水寒,壯士一去兮不復還!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는 차구나,

장사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리.

 

난 이 노래를 잊지 않고 소싯적 이래 외우고 있다.

형가는 이 날 이후 의협의 시조가 되었다.

형가가 진시황을 죽이려 떠나기 전의 환송 장면,

당시의 모습을 다시 음미해본다.

 

復為羽聲慨,士皆瞋目,髮盡上指冠。於是荊軻就車而去,終已不顧。

 

(형가가 위 노래를 부르자,)

다시금 우조의 강개(慷慨)스런 노랫가락에 젖어,

전송하던 이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칼이 관 위로 곤두서다.

이 때 형가가 수레에 오르며 떠나다.

끝내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다. 

 

난, 무지막지한 인간이 싫다.

아니 그보다 더 싫은 것은,

그러하고도 안일하니 게으른 채,

제 원수가 뱉은 더러운 침을 빌려,

자신의 얼굴을 단장하는 모습이다.

역겹다.

내 인생에서 저런 추한 영혼들을 더는 만나지 않게 되길 빈다.

 

*** 

 

雲月是同 溪山各異

 

머리에 뿔도 없는 이들이,

雲月만 노래하는 것도 한참 가당치 않은 노릇이지만,

溪山이 또한 다름을 아지 못한다면,

이 또한 외눈박이(隻眼) 되기는 요원한 일일 터.

 

南禪에 귀의하는 이는 바다와 같이 많지만,

게서 진짜배기는 좁쌀 한 되도 건지기 어렵다.

北宗을 꺼리는 이가 삼태기를 넘치지만,

예서 진짜배기를 외려 한 섬은 넘게 찾을 수 있으리라.

 

며칠 전 우연히 사찰 주지의 운전수라는 이를 만났다.

주지 녀석이 고기 먹는 것은 예사고, 술 처먹고, 룸살롱 다닌다고 한다.

취처(娶妻)는 이미 하고 있다 한다.

기실 종로 한 복판에 또아리 틀며,

독신청정승이라는 이들도 도박하고, 성매수한다 하지 않던가?

그러함이니 새삼 대처승의 허물을 탓할 일이 어디에 있겠음인가?

 

도대체가 雲月是同이란 말은 얼마나 짜릿하니 아름다운가?

溪山各異는 쩨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삼청교육대 다녀온 양아치 녀석이 말한다.

난 깡패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산다고.

제가 雲月을 안다는 말이다. 

그리 구린내 나는 누런 아구창 벌려 떠벌리면서도,

오늘 동생한테 버림받고서는 외롭다고 하소연한다.

溪山이 다르다고 징징 짜고 있음이다.

내가 그래 일러주었다.

아니, 들려준들 알아 먹을 인간이 아니니,

허공 중 한데에 대고 소리 질렀을 뿐이다.

 

너 자신의 외로움에 침몰하라.

 

저들은 외로움을 못 견뎌한다.

마음의 부스럼처럼 이를 마냥 부정적 가치로 인식한다.

그렇다면 그 외로움에 빠져 자신을 점검하라.

그 외로움이 자신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면,

외로울 자격조차 없음인 바라.

주제넘은 녀석이다.

 

자기 자신에 충실한 이는,

자기만의 고립된 섬(isolated island)을 갖고 있다.

비록 현실에 땅 한 평 갖고 있지 않더라도,

마음 밭에 자신만의 외로운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비나리시는 오늘, 

모두는 각자의 외로운 섬, 그 아름다움에 침몰하라.’

 

하지만 언제나 타자를 의식하고,

이로써 자신의 존립기반을 확인하는 이들은,

외로움이란 형벌처럼 견디기 어렵다.

외로움, 왕따, 소외란,

외부로부터 제 존재가 배제되는 것인즉,

스스로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제 삶에 주체적 자기 결정력이 없다.

그러함이니 고통스럽다.

 

하지만, 자기 자신 안에 자족하는 인간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제 삶에 자기 결정력을 갖고 있다.

그러함이니, 외로움이란 소외가 아니다.

대사회(對社會)가 아니라,

자신에 집중하고,

점검하고, 반성하며, 

미래의 비전을 전망하는,

은밀한 자기 충족적 시간의 사태이다.

이 왜 아니 자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랴?

 

미처 떼배 한 척도 마련하지 못한 인간이,

어찌 감히 雲月의 바다에 들 수 있으랴?

孤雲寒月

본디 이 세계는 자비가 넘실되는 곳이 아니라,

차고 시린 외로움이 사무치는 곳임을 알라.

 

덕산이나 임제라 할지라도 기껏 한 줌 인간 밖에 건지지 못하였는데,

두환이 삼청교육대로써 도대체가 무엇을 구해낼 수 있으랴?

스무 발 간짓대로 대해를 휘저은들,

쓰레기 한 줌조차 걸리지 않는다.

 

그나저나,

나의 오늘.

비나리는 오늘이야말로 외롭구나.

종일 투병향(透甁香)에 젖고 있으나,

머릿장은 섣달 자리끼 물처럼 차고, 시리고뇨.

 

孤雲寒月

 

외로운 구름,

찬 달,

순결(純潔)과 결계(結契) 짓다.

 

(※ 며칠 전 쓴 글이나 오늘에서야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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