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무신(無信)

소요유 : 2015. 7. 12. 20:35


天無信,四時失序;人無信,行止不立。


하늘이 믿음이 없으면, 사시가 질서를 잃으며,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행하고 그침(행동거지(行動擧止))에 그 타당한 존립 근거를 잃는다.


내가 그 자리에 없어도,

그가 내 대신 바로 지키리라는 믿음이 있을 때,

난 마음을 놓고 떠날 수 있다.


내 이웃 농장에 어떤 이가 하나 있다.

내게 생색을 내느라 그리 하였을 터인데,

이 자가 제 농장 것은 놔두고 이웃 남의 농장에 들어가 농작물을 훑어 내게 내준다.

제 것은 아끼고, 남의 것을 절취하여 인심을 쓰는 바임이라, 

이런 위인이라면 말이다.

가령 내가 일시 자리를 비울 일이 생겼을 때,

어찌 이런 자를 믿고 어찌 내 농장 일을 잠시라도 부탁할 수 있으랴?


제 행이 제 믿음을 스스로 배반하고 있는 사태를 목격하지 않았음인가?

그러함인데 내게 생색을 내었다 한들,

그게 어찌 바르고 귀하다 할 수 있겠음인가?


如果能忠誠守信,這是立身成名之本。君子寡言,言而有信,一言議定,再不肯改議、失約。是故講究信用,可以守約而無悔。(素書淺釋)


만약 성실하고 믿음을 지킨다면,

그게 곧 입신양명하는 근본인 게라.

군자는 말이 적다.

말을 하되 믿음이 있다.

한 마디 뱉으면 의론이 정해진다.

다시 고쳐 의론을 바꾸면 약속을 잃는다.

그런고로 신용을 지킨다.

약속을 지킴에 후회가 없다.

이 정도면 가히 호걸(豪傑)에 상당한다 하겠다.


헌데, 한비자는 아예 인간을 믿지 않았다.

아, 내가 사숙(私淑)하며 따르는 이 분은 어찌도 이리 가슴에 슬픔이 가득하셨을까?

세상 사람들은 이런 그를 비정한 인물쯤으로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난 그의 슬픔을 안다.

천지간에 오직 홀로 나만이 그를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지나 않을까?


今貞信之士不盈於十,而境內之官以百數,必任貞信之士,則人不足官,人不足官則治者寡而亂者眾矣。故明主之道,一法而不求智,固術而不慕信,故法不敗,而群官無姦詐矣。


이제 바르고, 미더운 이는 열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내에 관직의 수는 백(다수)을 넘는다. 

반드시 믿을 만한 이를 쓰려 하여도, 적당한 사람은 부족하다.

이리 인물이 부족하니 바로 정치를 할 이는 드물고, 어지럽힐 자만 많다.

그러므로 밝은 군주는 법에 의지하지 별도로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

술수에 기대지 신뢰할 만한 이를 별도로 구하지 않는다.

고로 법은 실패하지 않고,

뭇 관리들은 간사한 짓거리를 하지 못한다.


이 입장에 서면,

남을 믿는다든가, 믿을 만한 사람을 결코 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남에게 속지 않을 방책을 강구하게 된다.


舍法、任智則危。


법을 버리고 지혜를 따르면 위험하다.


왜냐하면 세상엔 지혜롭거나 믿을 만한 사람은 적다.

적음을 구하느니 바른 법에 의지함이 항구적으로 세상을 유지하는 길이다.

어쩌다 만나는 호걸을 구하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견고한 법적 시스템을 만듦만 같지 못하단 말씀이다.


上賢任智無常,逆道也


현명한 자를 떠받들고, 지혜로운 자에 맡김은 실로 무상한 짓임이라,

도를 거슬리는 바임이다.


오늘은 비가 내리신다.

올 들어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비다운 비가 오시는 양 싶다.

모처럼 틈을 내어 이리 생각을 가다듬는다.


어젠 여럿이 농장에 몰려와 나를 도왔다.

내 한 가닥 생각이 일어나,

경전을 외며 일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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