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師事)
사사(師事)
“시가 키요시는 도쿄제대 출신으로 페스트균을 발견한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의 제자였으며, 독일에 유학하여 매독 치료제인 살바르산 606을 발견한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로부터 사사받은 당대 최고의 의학자였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0925)
내가 오늘 이 기사를 읽다 어느 한 부분에서 멈춰서서 이리 글 하나를 남긴다.
여기 보면 ‘사사받은’ 이란 글귀가 보인다.
사사란 한자로는 師事로 쓴다.
이것의 뜻을 새기자면,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받들다’가 적당하다.
그러니까 이 단어로 말을 옳게 짓자면 이러하다.
‘사사하다.’
그런데 이 기사처럼 ‘사사받다’라고 쓰면 본래의 뜻이 어그러져버린다.
나는 이런 말이나 글을 대할 때마다 적지 아니 불편하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활시위에 살을 거꾸로 매겨 쏜 것과 같다.
살촉이 상대를 향하지 않고, 쏜 이를 가리키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날아갈런지도 의심스럽고,
설혹 날아간다한들, 날아가는 내내 화살의 소임이 하처(何處)에 매어있는지 아리송하다.
다시, 師事란 말은 以師禮事之의 축약된 말로 새겨보면 그 뜻이 완연해진다.
즉 ‘스승의 예로 그를 섬기다.’란 뜻인 게다.
이제 실제 용례를 보자.
故孟懿子,與南宮敬叔,師事仲尼
고로 맹의자와 남궁경숙은 공자를 스승으로 섬겼다.
그러니까, 그 구조는 이러하다.
A 師事 B
A가 주어, B가 목적어가 되는 것이다.
師事를 ‘사사를 받다’로 새기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배사(拜師)가 있다.
사부로 모시다, 제자가 되다, 또는 입문하다라는 말인데,
이 경우엔 별반 오독하는 경우가 없다.
국어사전에서 사사를 찾아보면 이리 되어 있다.
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
이에 기초하여 그 쓰임 예를 들자면 이러하다.
‘아무개를 사사하다’ -> 김선생을 사사하다.
‘아무개에게(서) 무엇을 사사하였다’ -> 김선생에게(서) 창(唱)을 사사하였다.
그런데 두 번째 뜻 새김은 사사 본래의 뜻으로부터 많이 변이되어 있다.
언중(言衆)들이 현실적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사사가 대상으로 하는 직접 목적격이,
사람에서 사물로 달라지고 있으니 변용이 자못 심하다.
나로선 이것은 본 뜻을 되새겨본다면,
도가 좀 지나친 맞춤법 처리라 생각한다.
(※ 저 인용한 기사는 덕에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배움이 크다. 사뭇 고맙게 생각한다.
기사를 훼할 뜻은 전혀 없고, 다만 사사란 말의 쓰임, 그 한 예로 인용하였을 뿐이다.
적당한 때 출처를 적시하지 않고, 바꿔, 문제의 문장 하나만을 제시할 예정이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인농부(哲人農夫) (0) | 2015.11.16 |
---|---|
청출어람(青出於藍) (0) | 2015.11.13 |
사사(師事) ⅱ (0) | 2015.11.13 |
한비(韓非)의 비극 (1) | 2015.11.02 |
한비자의 용인술 (0) | 2015.10.29 |
손가락 튕기기 (0) | 201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