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師事) ⅱ
내가 뒤늦게 사사(師事)와 관련된 어떤 글 하나를 읽었다.
여기에서 주장하길 사사받다도 가능한 표현법이라 한다.
그러면서 게서 한 예를 든다.
이밀(李謐)과 공번(孔璠)의 이야기다.
먼저, 그 내용을 여기 인용해둔다.
“중국 남북조 시대 사람 이밀(李謐)은 어려서 공번(孔璠)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에 매진하였습니다. 훗날 공번이 보기에 이밀의 학문이 자신을 능가한다고 여겨 제자였던 이밀에게 오히려 스승이 되어 달라 청합니다. 이때 이밀은 “황송하게도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경지인 것이지요.
즉, ‘사사받다’의 형태로 쓰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맞지 않지만, 위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충분히 가능한 말입니다. 또, 스승의 입장에서도 ‘제자로부터 사사받았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말의 쓰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사사받다’의 형태로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사사하다'는 타동사이므로 "OO 선생님을 사사하다."처럼 씁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cozoo/40156183402)
나는 “무조건 ‘사사받다’의 형태로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리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청출어람에 대하여는 내 또 다른 의견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다룰 형편이 아니니 이는 차후로 미뤄둔다.
하지만, 굳이 이 예를 꺼내지 않아도 저 글의 주장은 하나로 귀결된다.
즉 저 글에서 지적한 이런 말이다.
“스승의 입장에서도 ‘제자로부터 사사받았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스승의 입장에서 이런 억지스런 말을 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아무개를 제자로 두었다.” 하면 그만인 것을,
저리 애돌아 먼 길을 갈 필요가 있겠음인가?
사뭇 구차스러운 표현법이다.
마치 송구스럽게도 제자로부터 점지를 받았다는 식이니,
법식의 예를 한참 벗어난다 하겠다.
도대체 세상의 어느 스승이 있어,
‘제자로부터 사사받았다.’
이런 엉터리 말을 쓰겠는가?
이밀의 경우에도,
공번을 두고 “황송하게도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라는 말을 하겠음인가?
이것은 지극히 형식 논리적인 접근일 뿐,
현실 정합성이 전혀 없다하겠다.
이밀이 진정 황송하게 느낀다면,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라는 말조차 꺼내지를 않을 것이다.
이거 오만스럽고도 부끄러운 말이지 않은가?
말이란 것이 물과 같아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무리가 없다.
헌데, 마치 기계틀에 우겨 넣고 찍어내며 그 조형 형식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어법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점점 거칠어지고 품위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원래 내가 ‘사사받다’라는 말이 그릇되었다고 지적할 때는,
당연 제자 입장에 서서 그 표현법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현실 세계에선 제자들이 ‘아무개 스승으로부터 사사받았다’
이런 식으로 흔히 말을 하지 않던가?
이게 엉터리라는 것을 널리 환기시키고자,
앞전에 나섰던 게다.
그런데, 저 글은 스승 입장에 서서 ‘사사받다’도 쓸 수 있다 주장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사(師事)란 말은 이미 스승으로 섬기다(삼다)란 뜻이란 사실이다.
이럴진대 스승이 이 말을 쓸 까닭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사정이므로 사사란 말을 쓰는 순간, 바로,
스승 입장에선 자리가 버성기고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헌데도,
‘제자로부터 사사받았다.’
굳이 이런 말을 쓰려면,
‘아무개(제자)가 나를 스승으로 여긴다(삼았다, 받든다)’라고 풀어 쓸 수는 있을 것이다.
(써놓고 보니 이것도 좀 어색하다.
하여간 이런 따위로 말할 필요성이 혹간 있을 수는 있겠으니 그냥 참자.)
이런 경우엔 사사란 말을 쓰지 않고, 잊어 두어야 자연스럽다.
억지를 부리며 사사란 말에 매일 필요가 없다.
그럴싸한 폼을 잡으려고 이 말을 고집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스승의 위치에 있는 사람치고 과연 이 말을 쓸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형식논리에 구속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이 어찌 경계하고 두려워하여야 일이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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