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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촉무, 초장왕

소요유 : 2008. 3. 9. 20:53


박정권 철권 통치일 때도,
관리들이 부정부패를 적지 아니 저질렀다.
그 때, 박정희가 말하길
요놈 저놈, 돈 밝히지 않는 놈 빼고 나면 쓸 놈이 없다란 취지의 말을 했다지.

요번 조각 파동에서도 역시,
비슷한 흐름이 있다.
즉 능력만 있으면, 과거 평판이나,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인식 말이다.

이걸 거꾸로 뒤집어 보면,
능력있는 사람 찾다보니, 그게 전부 부동산 투기, 5공협력자 등 비리가 있었으니,
이걸 어쩌란 말인가 ?
그렇다고 능력없는 인사 쓸 수는 없지 않은가 ?
이명박은 국민들에게 이리 묻고 있는 게다.

그럼 나는 그에게 거꾸로 다시 묻는다.
부동산 투기 하지 않고, 5공에 부역하지 않은 사람은 무능한가 ?
삼천리 방방곡곡에 인재가 그리 없을까 ?

내 짐작에는 이명박의 교제범위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든 말든,
그저 능력있고 돈 많이 버는 인간에 한정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 그가 찾고 싶다한들,
주변에 아니 그런 사람들을 볼 도리가 없었으리라.

이명박 당신 자신부터,
대선 때 보았듯이, 세금포탈 등 갖은 부정비리로 얼룩져 있으니,
유유상종이라고, 그 주변 그런 사람들이 두텁게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

시장바닥 누비며, 잇속 찾아 제 주머니 불리려고 분주하다면,
남인들 그를 뭣이라 탓하랴.
하지만, 국가 경영을 책임질 사람까지 잇속 찾아 눈 붉히며 분주하면,
나라 꼴이 제대로 될까 ?

저들 모리꾼들 중간에 서서 갈등 조정하고, 공정하게 심판하며,
나라가 나아갈 길을 현명하게 찾아내 조향(調向,Orientation)하려면
잇속에서 물러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인사라야 마땅하지 않으리.

(※ Orientation :
orient는 동양 정도로 번역되지만, 원래는 지중해의 동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orient가 동사로 쓰이게 되면, 이는 교회의 제단을 예루살렘이 있는 동쪽 방향으로 맞추거나, 시체의 발을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orientation은 지남(指南)이 아니라, 지동(指東)으로 번역해야 원의에 알맞다. 후에 이 말이 일반화하여 정위(定位) 등으로 개념이 확대되었으니, 지향(指向)으로 번역된들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나는 지금 조향(調向)이란 말의 역어로 Orientation을 역으로 차용했다. 지향이 방향을 가리킨다, 추구한다라는 의미를 갖는데 반해, 조향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맞이하는 조건상황을 조절하고 관리한다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노력을 함의하고 있다.
)

이는 곧 나랏 일꾼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품성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른다.
더욱이 저들이 말하는 능력이라는 게,
염치 팽겨치고, 곡학아세하고, 돈 많이 번 작자라는 혐의가 짙은 바에랴,
더 이상 무엇을 일러 무엇하리.

***

춘추시대 이야기 한토막 소개한다.

진목공(秦穆公)과 진문공(晋文公)은 장인 사위 사이다.
두 나라는 기왕에 동맹을 맺었었다.

내외가 안정되자, 진문공은 벼르고 벼르던 정나라를 쳐들어갔다.
秦과 晋은 공수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정나라를 晋이 칠 때,
秦도 군사를 보냈다.

秦과 晋은 당시 초나라와 더불어 제일 강한 나라였다.
그러니, 이런 두 나라가 정을 치니 정은 배겨날 도리가 없었다.
바야흐로 정은 풍전등화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에 정나라에서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신하들이 구수회의를 한 결과,
우선 秦을 晋에서 떼어내 물러가게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방책을 택했다.
문제는 이를 담당할 마땅한 신하가 현직엔 없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같으면,
부동산 많은 인간, 5공에 부역한 인간이 두텁게 포진하고 있으니,
이들 동원하면 간단했을까 ?
조각 후보 인사들이 평균 39억씩이나 가진 재산가들이니,
얼추 추렴하여 진목공에게 백옥 100쌍 정도 바치면 물러가지 않으리 ?

정나라 임금 정문공이 신하 일지호에게 그 일을 맡기려 했다.
이에 일지호는 그 소임을 감내할 자신이 없고,
대신 다른 이를 천거하겠다고 아뢴다.

“그 사람은 누구요 ?”

“그 사람은 성은 燭이요 이름은 武라고 합니다.그는 나이가 70입니다.
그의 집안은 우리나라에서 어정(圉正)으로,
삼대를 살았지만, 아직 다른 벼슬은 하지 못했습니다.
바라건데, 주공은 그를 예로써 대접하시고 보내십시오.”
(※ 圉正 :  
김구용 역 열국지에는 이게 '나라의 苑을 맡아보는 직책'이라 나와 있지만,
보다 정확히는 養馬的長官니 곧 말 기르는 책임자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苑이라는 것이 고대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던 곳이니, 이는 곧 제왕의 화원, 정원에 해당됨을
아울러 적기해둔다.
)

마침내 정문공은 촉무를 보내기로 하고, 궁중으로 인견했다.
이윽고 촉무가 궁중으로 들어왔다.
촉무는 수염과 눈썹이 희고, 허리는 꼬부라져 꼽추같고,
제대로 걷질 못해서 비틀거렸다.
신하들은 그 꼴을 보고 모두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
...

이후의 사연은 번거로와서 약하거니와,
촉무는 세치 혀를 놀려 진목공을 설득하여
군사를 물리게 하는데 성공한다.

이 얘기는 좌전(左傳)에 실려 있으니,
“燭之武退秦師”로 잘 알려진 바 있음이다.

燭之武退秦師 僖公三十年 左傳
晉侯泰伯圍鄭,以其無禮於晉,且貳於楚也。晉軍函陵,秦軍氾南。
佚之狐言於鄭伯曰:「國危矣!若使燭之武見秦君,師必退。」公從之。辭曰:「臣之
壯也,猶不如人。今老矣,無能為也已。」公曰:「吾不能早用子,今急而求子,是寡人之
過也。然鄭亡,子亦有不利焉。」許之,夜縋而出。

見秦伯曰:「秦晉圍鄭,鄭既知亡矣。若亡鄭而有益于君,敢以煩執事。越國以鄙遠,
君知其難也。焉用亡鄭以陪鄰?鄰之厚,君之薄也。若舍鄭以為東道主,行李之往來,共其
乏困,君亦無所害。且君嘗為晉君賜矣,許君焦、瑕,朝濟而夕設版焉,君之所知也。夫晉
,何厭之有?既東封鄭,又欲肆其西封,若不闕秦,將焉取之?闕秦以利晉,唯君圖之。」

秦伯說,與鄭人盟。使杞子、逢孫、楊孫戍之,乃還。
子犯請擊之,公曰:「不可,微夫人力不及此。因人之力而敝之,不仁。失其所與,不
知。以亂易整,不武。吾其還也。」亦去之。

이 이야기를 여기 이끌어낸 이유는,
능력이란 게, 부동산 많다거나, 얼굴 두텁게 곡학아세,
세상 시류에 편승하여 일만금 재산을 불렸음에 있는 게 아니요,
저 말 기르는 이(圉正)에게도 나라를 구할 재주가 있음을 알아야 함이니,
인재란 방방곡곡 초야에도 적지 아니 숨어 있음임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게 기원전 640년, 周襄王十二年 때의 이야기다.
장장 2650년전의 지혜가 저러하였음이니,
오늘을 사는 이명박은 이 도리를 듣는가 ?

다만, 그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버는 데 재주가 있음을
기리고, 그들만을 가려 교제하였다면,
저들 초야에 숨은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의 고사가 말하듯,
초장왕(楚莊王)처럼 비록 3년 주색잡기로 세월 보냈다한들,
어느날 문득 날개를 펴고 웅지를 펴니,
널리 인재를 모으고, 부정부패를 일소하여 나라를 일으켜세웠음이다.

자신이 비록 여러 비리로 얼룩졌다한들,
기왕에 나라 살림을 책임질 중책을 맡았으면,
부릴 인재는 저 닮지 않은 청렴강직한 인사로 가려 채울 수는 없을까 ?

하기사,
초장왕이야 三年不飛又不鳴 짐짓 연출한 바였음이니,
이명박 같은 인사가 그 깊은 뜻을 알련가 싶은 요즘이다.

불명즉의(不鳴則已), 일명경인(一鳴驚人)”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놀랄, 이명박의 큰 울음 소리를 들어 볼 수 있을런가 ?
이게 지금 같아서는 도무지 염치없는 욕심이라는 게,
한국의 불행이라면 불행이라 할 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봄이로되,
참으로,
한국이란 나라가 나아갈 길이 아득묘연한 시절이다.


(※. 三年不飛又不鳴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는 이 고사의 주인공이 초장왕(楚莊王)이나,
사기(史記)에선 초장왕뿐이 아니고, 
비슷한 이야기가 제위왕(齊威王)을 주인공으로 하여도 그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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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촉무의 변설을 찬양한 시 하나를 남겨둔다.

 說時石漢皆開眼,道破泥人也點頭。紅日朝升能夜出,黄河東逝可西流
(说时石汉皆开眼,道破泥人也点头。红日朝升能夜出,黄河东逝可西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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