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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소요유 : 2016.09.02 12:57


전단(田單)은 화우지계(火牛之計)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래 이야기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진작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이런 인물과는 사뭇 대조적인 다른 이를 나란히 병치하고 음미하고자 한다.

우선 전단의 인물됨을 엿본다.


田單晨起謂城中人曰:「吾夜來夢見上帝告我云:齊當復興,燕當即敗。不日當有神人為我軍師,戰無不克。」有一小卒悟其意,趨近單前,低語曰:「臣可以為師否?」言畢,即疾走。田單急起持之,謂人曰:「吾夢中所見神人,即此是也!」乃為小卒易衣冠,置之幕中上坐,北面而師事之。小卒曰:「臣實無能。」田單曰:「子勿言。」因號為「神師」。每出一約束,必稟命於神師而行。謂城中人曰:「神師有令:『凡食者必先祭其先祖於庭,當得祖宗陰力相助。』」城中人從其教。飛鳥見庭中祭品,悉翔舞下食。如此早暮二次,燕軍望見,以為怪異。聞有神君下教,因相與傳說,謂齊得天助,不可敵,敵之違天,皆無戰心。

(東周列國志)


“田單(전단)은 아침 일찍 새벽에 일어나” 성안의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밤에 꿈을 꾸었는데, 상제께서 내게 이리 고하셨다.

‘제나라는 다시 국권을 회복할 것이며, 연나라는 패할 것이다.’

조만간 신인(神人)께서 우리의 군사가 되실 것이니,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바가 없을 것이다.’


졸개 하나가 그 뜻을 헤아리고는 전단 앞으로 조르르 달려가 나지막이 여쭈었다.


‘신이 군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말을 마치자, 급히 물러났다.

전단은 급히 일어나 그를 붙들고는 그에게 이른다.


‘내가 꿈속에서 신인을 보았는데, 그게 이것이로구나.’


이내 그 졸개의 의관을 바꿔 입히고는 군막사의 윗자리에 앉혔다.

북면하여 전단이 그를 섬겼다.

졸개가 말한다.


‘신이 실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에 불과합니다.’


전단이 말한다.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를 불러 이르길 신사(神師)라 하니, 이는 곧 신의 군사란 뜻이다.

매 출병할 때마다 그 신사에게 품하고 나섰다.

성중의 사람에게 이르길 이리 했다.


‘신사의 명령이라,

‘무릇 식사를 하는 이는 먼저 뜰에 조상을 제사 지내라,

그러면 조상님의 도움을 마땅히 얻을 수 있으리라.' 

성안의 사람들은 그 가르침을 따랐다.


그러자 나르는 새가 뜰 앞의 제사 음식을 보고는 모두 아래로 내려와 음식을 쪼아 먹었다.

이리 아침저녁 두 차례 하니, 연나라 군사가 이를 보게 되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라.

이는 신사가 그리 가르침을 내리는 바라,

이리 소문이 나서 서로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제나라는 하늘이 도우니, 적으로 삼기 어렵다.

그들을 적으로 삼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짓이라,

모두 싸울 마음이 없어졌다.”


전단은 본래 제나라 사람이다.

연나라가 쳐들어와 제나라는 쑥대밭이 되었다.

오직 거(莒)와 즉묵(即墨) 땅만 남았을 뿐이었다.

이 때 제나라에서 크게 활약한 이가 있으니 이가 전단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고 하는 문제 이전에,

그가 전쟁에서 이기고자 쓴 술수가 영 야릇하기 짝이 없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좋다고 마냥 그를 칭송만 할 수 없는 것이,

어느 날 제 이익에 맞으면, 제 나랏 사람, 제 벗도 가차 없이 속이고, 희생양을 삼지 않으랴?

전단 같은 이는 혹 능력이 있을지언정, 신뢰를 주지 못한다.

이런 이를 벗으로 삼는다면,

혹 위태로운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가 나를 배신하고, 함지(陷地)로 떠밀 수도 있는 위험도 함께 감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람은 어떠한가?


晟屯渭橋也,熒惑守歲,久乃退,府中皆賀曰:「熒惑退,國家之利,速用兵者昌。」晟曰:「天子暴露,人臣當力死勤難,安知天道邪?」至是乃曰:「前士大夫勸晟出兵,非敢拒也。且人可用而不可使之知也。夫惟五緯盈縮不常,晟懼復守歲,則我軍不戰自屈矣!」皆曰:「非所及也。」

(新唐書)


이성(李晟)이 위교란 곳에 있을 때,

형혹성(화성)이 세성(목성)을 범하여 오래 있다 물러났다.

  (※ 혹은 ‘형혹성이 설날에 나타났다 물러났다’ 이런 뜻일 수도 있으나, 

  전후 문맥상 이를 택하지 않았다.)

  (※ 화성은 戰神으로 전쟁과 관련이 있는 별이다.  

  이게 변화가 무쌍하여 동에서 서로, 또는 서에서 동으로 종잡을 수 없이 움직여,

  사람들을 미혹(迷惑) 시키는 고로 형혹이라 부른다.

  나는 진작 형혹성에 관련한 글을 블로그에 하나 쓴 적이 있다.)

그러자 부중 사람들이 모두 축하의 말을 건넸다.


‘형혹성이 물러났으니 나라의 이익입니다.

속히 병사를 일으키면 전쟁에 성공하여 번영할 것입니다.’


그러자, 이성이 이리 말하였다.


‘천자는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신하는 사력을 다하여 곤궁을 이겨 나갈 뿐,

어찌 천도를 알 수 있으랴?’


이어 이리 말하였다.


‘전에 사대부가 나 이성으로 하여금 출병을 권하였기에,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쓸 수는 있으나, 이를 알게 할 수는 없다.

무릇 별들의 변화는 무쌍한 것이라,

나 이성은 다시 형혹성이 세성을 범할까 두렵다.


(※ 五緯 : 太白, 歲星, 辰星, 熒惑, 填星로서 각기 金, 木, 水, 火, 土에 대응된다.

여기 五緯盈縮不常란 별들의 변화는 무쌍한 것을 뜻하는데,

이성은 점성술 같은 데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즉 우리 군대는 싸우지 않고 지킬 뿐이다.’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하다.


‘그 누구도 이성에 미치지 못하겠구나!’


앞의 전단은 미신을 끌어들여 제나라 사람들을 속였으며,

적국인 연나라 사람들을 미혹(迷惑)시켰다.


하지만, 이성은 점성술 따위에 기대어,

출병을 결정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


전단은 미신(神道)을 끌어들여 어쨌건 전쟁에서 이겼다.

兵者,詭道也。

대저 전쟁은 속임을 불사한다.

전단은 자신의 나랏 사람은 물론, 적국의 사람들까지 모두 속였다.

하지만 이성은 제 나랏 사람은 물론 적국의 사람들도 속이지 않고,

다만 수성(守城)커니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애초 전쟁이 나자 전단은 제 권속들을 데리고 피난을 갔었다.

이 자의 꾀가 남다른 것을 보고 그를 추대하여 장군으로 삼은 것이다.


兵以正合,以奇勝。


용병은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책으로 이긴다 하였다.


그의 기민한 전술은 격발인심(激發人心)이라 병사들의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싸움을 잘하는 이는 기묘한 전술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이게 정공법과 아울려 끝이 없는 둥근 고리처럼 돌아간다.

과시 전단의 병술은 놀랍다.


원래 제나라는 강씨(姜氏)의 것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강태공 바로 그에게 분봉된 나라이다.

헌데 후대에 전씨(田氏)가 이 나라를 탈취하였다.

세상에선 이를 전제(田齊)라 하고, 앞서의 나라를 강제(姜齊)라 한다.

전단은 하급 관리였지만, 본디 이 전씨 가문의 먼 일가였다.


세상은 음양으로 이뤄진 것.

군자가 있으면 소인이 있고,

암컷이 있으면 수컷이 있다.

헌즉 소인이 있다하여 마냥 화를 낸다한들,

소인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렇다 하여 화를 내지 않으면,

소인은 마냥 창궐하여 세상을 결딴낸다.

이와 관련되어 내가 최근에 겪은 일이 하나 있은즉,

이는 차회에 소회를 피력하기로 한다.


전단이 나라를 구한 것이 사실이며,

田單雪地解衣救人라,

눈 속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등 천하의 인심을 샀다.


貴族大夫們七嘴八舌,無中生有,胡編亂造地嚷成一團。


하지만 귀족대부들은 저마다 조둥부리를 헐어,

없는 것을 만들며 전단을 헐뜯었다.

끝내 그는 참언에 의해 궁지에 몰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한 것.


事小功多

일은 적은데 공이 많다든가,

功多賞少

공은 많은데 상이 적다든가

하면 분란이 일어난다.

전자는 공이 없는 자가 시기하며 일으키는 일이요,

후자는 공이 있는 자가 투정을 부리는 일인 바라,

세상에 끊임없이 사단이 벌어진다.


이성은 반면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그는 공을 탐하지도 않고,

미신을 빌어 다른 이를 격발하지도 않는다.


전단이 공을 이룬 후,

安平君에 봉하여져 신분이 높아지지만,

뭇 사람의 질시를 받아 궁지에 몰리기도 한다.

후에 요행이 왕의 의심을 벗어나긴 하지만,

이성은 부동심(不動心)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흔들림 없이 마땅한 도리를 찾아 제 할 역할을 다한다. 


그런데 그대 아시는가?


天生李晟,以為社稷,非為朕也。


“하늘이 사직을 위하라 이성(李晟)을 냈다.

짐을 위해서가 아니다.”


공을 세운 후,

당(唐) 덕종(德宗)은 그를 두고 이리 말했다.


헌데,


왕은 후에 이성의 병권(兵權)이 과하다며, 병권을 삭탈하고,

벼슬을 낮추며 그를 멀리했다.


이성은 병으로 죽었다.

그의 시호는 충무(忠武)다.

충무라?

사람들은 잘도 이름을 짓는다.

죽은 다음엔,

그 이름에 금은박 박아 올린들 누구는 못하랴?


먼 후대에 그의 공적을 기록에 남기긴 하였으나,

이미 그는 쓸쓸히 죽어간 후라.


오늘 날 우리는 어떠한가?

친일파들은 도처에 또아리를 틀고 나라를 전단(專斷)하고 있으며,

독립투사, 그 유족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역사와 현실에서 버림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저분들 공을 깍고,

친일부역 세력은 외려 공이 있다 상을 주려,

역사를 바꾸고, 법을 새로 만들려 하고 있다.


헌데 이 친일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나랏 사람 반을 넘고 있다.

맙소사.

이 정도면 나라가 썩은 것이다.

망국은 가까이 있다.


실로 친일분자가 문제가 아니며,

권세를 둘러싼 정치 모리배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매하고, 천박한 저들 더러운 영혼을 가진 국민들이 더 문제인 것이다.

거죽으론 멀쩡하며,
마주한 사람들은 언제나 착한 듯 웃음을 띄고 다가온다.
난 그래 관상학을 배우기로 하였었다.
사람을 믿을 수 없으니,
혹 관상을 배우면,
실수를 하지 않을 도리를 찾을까나 싶었던 것이다.

나는 사람 낯 가림이 있어,
사람을 널리 사귀지 못한다.
하지만 피치 못할 기회가 생긴다한들,
전단보다 이성 같은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기민한 사람보단 우직한 이가 더 귀하다.

아니,
기실 못난 나는 사람을 그리워 하지 않는다.
사뭇 오래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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