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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구(天風姤)와 슈퍼퍼지션(superposition)

소요유 : 2016.09.06 13:47


천풍구(天風姤)와 슈퍼퍼지션(superposition)


금년엔 폭염의 위세가 대단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폭염의 위세가 누그러지자마자 곧 가을 기운이 온 세상을 덮었다.

내가 매일 온도를 체크하는 실내의 온도가 31˚ 이하로 내려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26˚로 5˚나 뚝 떨어져 있다.


(출처:http://web.kma.go.kr/notify/press/kma_list.jsp?mode=view&bid=press&num=1193241)


기상청은,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번 더위는 중국북부에서 러시아남부까지 광범위하게 가열(평년대비 5℃ 내외)된 공기가 

상층 고기압과 함께 우리나라로 이동하면서 대기가 안정화되어 구름발달이 감소하고 일사로 

인한 가열이 증가했기 때문임’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여기 내 생각을 잠시 적어두고자 한다.


이 괘(卦)는 천풍구(天風姤)로서,

괘상(卦象)을 보면 6효 중에서 맨 아래 하나만 음효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효이다.

주역의 세계상은 음양으로 나눠져 있다.

음은 나쁜 것, 양은 좋은 것,

양은 위, 음은 아래, 

양은 남자, 음은 여자 ...

따위로 이분화 되어 있다.


이분법(二分法, dichotomy)


세상을 이리 둘로 나누면 일단은 분석 대상이 확정된다.

왼 통으로 있을 때는 천지 우주는 혼돈(渾沌) 그 자체일 뿐,

인식능(認識能)이 상대할 대경(對境)은 뿌연 안개 속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칼을 들고 반으로 쪼개면 나뉜 단위들은 서로를 상대화할 근거가 생긴다.

이를 교두보로 하여 인식은 아기처럼 자란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거꾸로 천지만물을 둘로 쪼갤 때야,

비로소 인식능이 발생한다 하여야 할 것이다.

둘로 나뉜 것 각각을 다시 재차 둘로 쪼개면 넷이 된다.

이리 차서(次序)로 내리 쪼개 나가면,

1 – 2 – 4 – 8 – 16 – 32 – 64 – 128 – 256 – 512 – 1024 - ...

가뭇없이 나아간다.


주역은 64에서 멈춰,

가만히 만물을 응시한다.

64 넘어 128, ....로 나가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여기 64에서 옷깃을 여미고 삼감으로써 절제의 미덕을 갖춘다.

그리고도 외려 온전히 천하만물을 자신의 가슴 안 거울 속에 비춰 안는다.


1 – 2 – 4 – 8 – 16 – 32 – 64 – 128 – 256 – 512 – 1024 - ...


그런데, 이 변전태는 수리학적으로 이진법(the binary system)과 같다.

오늘 날 초등학생들조차 떠드는 디지털의 세계는 바로 이 이진법을 토대로 구축되어 있다.

나는 언젠가 이에 대하여 블로그에 시리즈 글을 쓴 적이 있다.

주역은 64에서 멈췄지만,

오늘날 디지털 진영은 가없는 세상을 향해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 나간다.

1024 – 2048 – 4096 .....

저들은 그 끝을 끝낼 생각이 없다.

원래 욕망은 끝이 없다.

다만 그 끝은 외부로부터 주어진다.

그 날이 언제가 될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제가 되었든 끝은 나고 말 것이다.


南海之帝為儵,北海之帝為忽,中央之帝為渾沌。儵與忽時相與遇於渾沌之地,渾沌待之甚善。儵與忽謀報渾沌之德,曰:「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此獨無有,嘗試鑿之。」日鑿一竅,七日而渾沌死。

(莊子)


"남해의 제왕을 숙이라 이르고, 북해의 제왕을 홀이라 이르며, 

중앙의 제왕을 혼돈이라고 이른다.

숙과 홀은 혼돈의 땅에서 서로 더불어 만나곤 했다.

혼돈은 이들을 지극히 잘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을 보답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모두 7개의 구멍이 있다. 이것으로써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쉰다.

하지만 그만은 홀로 그것들이 없다.

시험 삼아 그것을 뚫어주자.’


하루에 하나씩 뚫어주었는데,

칠일 만에 혼돈은 죽어버렸다."


이분화 단계가 더욱 진행될수록,

저 혼돈처럼 더욱 죽을 날이 가까워 온다.

오늘날은 구멍을 더 뚫을래야 더 이상 여지(餘地)가 없다.

이제 구멍 좀 작작 뚫자.

주역은 64에서 멈춰 염치를 차렸다.

그래 누 천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시 천풍고로 돌아온다.

괘상을 보면 양효가 다섯이요, 음효가 하나이다.

양을 사내, 음을 계집으로 보면,

요즘 세상의 이치로 보면, 참으로 고약한 해석이 나온다.

주역은 본시 군자지학(君子之學)이라 윤리학적으로는 양을 음보다 상위 가치로 본다.

그러니 일음시생(一陰始生)이라,

양이 음에 의해 침탈을 당하고 있으니 비극이 도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주역의 괘는 아래로부터 위로 밟아가며 해석을 한다.)


그런데 주역의 괘는 고도로 추상화된 기호 체계이다.

따라서, 음을 냉기(冷氣), 양을 온기(溫氣)로 본들 하등 잘못이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천풍구 괘는,

이제 양의 기운 즉 온기를,

음의 기운 즉 냉기가 서서히 침탈해가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절기로 보면 하지(夏至)에 상당(相當)한다.


참고로 전후의 절기 차서를 짚어본다.


입하(立夏) : 0506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 0521 모내기를 시작  

망종(芒種) : 0606 곡식의 씨를 뿌림 

하지(夏至) : 0622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소서(小署) : 0707 여름 더위의 시작  

대서(大暑) : 0723 중복 무렵, 여름 큰 더위 

입추(立秋) : 0808 가을의 문턱  

처서(處暑) : 0823 더위가 가시기 시작  

백로(白露) : 0907 이슬이 내림 

추분(秋分) : 0923 밤이 길어지기 시작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이니,

여름의 더위가 막 시작되는 소서를 예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하지에 當하는 

천풍구(天風姤) 괘상을 보면 맨 아래 음효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입하에서 입추까지 6절기가 있다.

그 사이를 여름이라고 할진대,

그 한 여름 가운데 음, 즉 가을내지는 겨울기운이 서리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가?

그 누가 있어 불 속에서 얼음을 찾아낼 수 있는가?

선인들의 예지력,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러니까 연일 계속되는 폭염 아래에서도 천풍구는 겨울을 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북부에서 러시아남부에 형성된 고기압.

천풍구의 음효.


이 각각의 세력을 벡터라 한다면,

얼마 전의 폭염은 이 양 벡터의 superposition 결과라 할 수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uperposition_principle)


워낙 고기압 세력이 강하여 감춰져 있었으나,

가을 기운이 자라고나 있었음이라,

저 아기 오리처럼 시간이 자나면 크게 자라 어미가 될 것이며,

어미는 시간의 강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풍구의 일음시생(一陰始生)은 절기를 지나,

마침내 온 효가 음효로 바뀌는 겨울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매 시각,

음과 양, 냉과 음,

양 세력은 시변(時變, time varying)하며 superposition된다.


superposition은 linear systems에 적용되지만,

선형(線形)이란 말처럼 단순하고, 그저 밋밋한 것은 아니다.


green wave traverse to the right while blue wave transverse left, the net red wave amplitude at each point is the sum of the amplitudes of the individual waves.  (출처:wikipedia)

우측 그림을 보면,

진폭이 곱으로 커지거나(±) 영화(零化)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개별 사물에 매몰되면,

전체의 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龍、陽物也,故時變化。鬼、陽氣也,時藏時見。

(論衡 訂鬼)

(※ 鬼、陽氣也 : 명백히 '鬼、陰氣也'의 오기로 보아야 한다.)


“용은 양물이라, 고로 시시로 변한다.

귀신은 음기라, 때론 숨고, 때론 나타난다.”


저 그림을 보면,

바로 용과 귀신,

양기과 음기가 교호(交互)하며,

시간 축을 따라 변화하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아무리 폭염이 거세다하여도,

이미 지난 하지 때 천풍구가 가을을 예비하고 있었다.


이것,

얼마나 놀라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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