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오줌 액비와 죽

농사 : 2016. 10. 13. 20:11


내가 시골 농사 일기를 쓰는 어느 블로그를 하나 방문하였다.

흔치 않은 글 실력에, 문체가 사뭇 정감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이웃 여인네들이 많이 드나든다.

 

최근 본 글은 오줌 액비를 만들어 밭에 뿌린다는 것인데,

이 정도는 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새삼 특별할 것도 없다.

 

이글을 대하자 두어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기실 예전부터 생각을 해둔 것인데, 발표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필시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한들 이게 무서워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로되,

다만 귀찮은 생각이 들어 접어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 글을 계기로 차제에 내 생각을 밝혀두고자 한다.

 

우선 저 블로그 글의 오류를 먼저 지적해둔다.

오줌액비를 만들어 블루베리에 준다는 것이다.

이것 엉터리다.

블루베리엔 오줌 액비가 득보다 실이 많다.

외국 자료를 보면 블루베리는 황산칼륨(유안)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토양 pH가 사뭇 낮으면 요소비료를 쓸 수도 있다 하였다.

 

블루베리에 혹 화학비료를 쓴다면 유안을 쓸 수는 있지만,

요소는 그리 좋은 대안이 아니다.

전자는 토양 산성화에 기여를 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혹 토양 pH가 아주 낮을 때는 요소를 써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오줌이든, 오줌 액비든 물에 희석한 농도가 높으면,

블루베리가 죽어나가고 말 것이다.

일반 작물도 과농도의 오줌을 만나면 말라 죽곤 한다.

 

오줌 액비는 오줌에 들어 있는 요소(urea, 尿素, (NH2)2CO) 성분이 주요 자료가 된다.

동물은 단백질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이 때 노폐물로서 암모니아(ammonia, NH3)가 나온다.

그런데 이 암모니아는 생명체엔 맹독성 물질이다.

당연한 것이 유용한 것이라면, 이차 분해/합성을 하던지 하여 재이용하지,

오줌의 형태로 체외 배출할 까닭이 없다.

 

노폐물인 암모니아를 체내에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생체는 해를 입는다.

따라서 빨리 배출하는 것이 중요 과제이다.

하지만 생기자마자 배출할 형편이 아니 될 경우,

물로서 희석하여 지니거나, 다른 물질로 변하게 한 후,

오줌보에 일시 저장한 후 배출한다.

 

암모니아를 물고기는 바로 배출할 수 있지만 이에는 물이 많이 필요하다.

많은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포유류는,

대신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어 일시 저장하게 된다.

요소는 암모니아에 비해서는 생체에 미치는 독성이 사뭇 약하기 때문이다.

조류는 더욱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요산(uric acid)으로 바꿔 처리한다.

 

 

(출처: http://intranet.tdmu.edu.ua/data/kafedra/internal/chemistry/classes_stud/en/nurse/BSN/ptn/2/22.%20Investigation%20of%20physico-chemical%20properties%20and%20chemical%20composition%20of%20normal%20urine.htm)

 

오줌의 성분을 보면 95%가 물이고, 요소가 2%로 그 다음으로 많다.

화학비료인 요소 비료엔 요소가 46% 들어 있다.

이것과 비교하면 오줌에 들어 있는 요소는 너무 미미하다 하겠다.

 

오줌 액비를 만드는 이유는, 

오줌에 미생물이 작용토록 하여 성분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로써 비효(肥效)를 얻고자 함일 것이다.

이것을 발효라 하지만,

기실 발효든 부패든 고분자를 저분자로 분해하고,

미생물의 대사활동 과정 중 새로운 물질들이 생성됨은 같다.

 

자연계에선 요소는 습기를 만나 다음 과정을 거치며 분해된다.

 

(NH2)2CO + 2H2O -> (NH4)2CO3

(NH4)2CO3 + 2H2O -> 2(NH4(OH) + H2CO3

 

요소가 가수분해 되어 탄산암모늄으로 변하고,

이어 탄산암모늄은 다시 가수분해 되어 수산화암모늄과 탄산으로 변한다.

수산화암모늄은 알카리성이고 탄산은 약산성이다.

그런즉 전체적으로는 알칼리성이다.

주지하다시피 블루베리는 산성 토양이라야 잘 자란다.

따라서 요소는 블루베리에 적합한 비료라 할 수 없다.

아주 강산성 토양인 경우 요소를 써서 좀 pH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질소 비료로서 요소는 블루베리와 정합성이 맞지 않는다.

오줌이나 오줌 액비 역시 블루베리에 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soil.com의 자료에 의지하였으나,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자료를 참고할 것.

 

(출처:http://nue.okstate.edu/ammonia.pdf)

 

오줌 액비는 용기에 오줌과 미생물, 발효 촉진 자재를 넣어,

전에 미리 발효시키고,

후차에 이를 밭에 넣어,

단시간에 유기물 분해 효과를 얻고자 고안된 것이다.

 

만약 자연계에 오줌을 그냥 내버려두면 어떻게 되는가?

즉 오줌을 밭에다 뿌리면 위 제시한 화학식처럼 분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된다.

 

NH4+ + OH+ -> NH3 + H2

 

즉 암모늄이온이 암모니아 가스가 되어 공기 중으로 휘발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흙으로 덮어두면 이를 지연시킬 수 있다.

 

오줌 자체를 밭에 넣는 것과 액비를 만들어 넣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후자는 발효가 끝난 최종 산물을 직접 작물에 인가하여 즉효(卽效)를 보자는 것인데,

기실 이 방법의 인용은 농업의 역사와 함께 한다.

전자는 자연스럽게, 천천히 요소가 분해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효과가 느리다.

또한 분해 과정이 길어지기 때문에 작물 성장주기에 바로 맞춰 효과를 본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작물에 작용하지 못하고 허공중으로, 유수(流水)에 쓸려 사라지는 허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허실로 보는 것은 작물을 키우는 인간의 입장에서 그러한 것이지,

자연계 전체로 보아서 이것을 허실로 보아도 되는가?

나는 반드시 그리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렇다 하고, 그런데 액비가 과연 최선인가?

나는 여기 의문을 갖고 있다.

오줌이든, 유기물이든 자량(資量)을 사전에 발효시킴은,

그 최종 산물이 작물에 가해져 바로 흡수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유컨대,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고 죽(粥)을 주는 것과 거의 같다.

죽은 밥에 비해 우선은 물리적으로 잘게 분쇄되어 소화 흡수가 잘된다.

또한 세포막이 터져 호화(糊化)되었기 때문에 역시 소화가 잘된다.

그런데 이러면 아이의 건강이 담보될까?

 

아마 이리 아이를 키우면,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소화기관이 무력화 되어 조금만 거칠은 음식을 먹게 되면 당장 설사를 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먹이는 죽에 묶여, 조금이라도 종류가 다른 것을 대하면,

이를 소화 처리할 역량을 키우지 못하였기에 사달이 나고 말 것이다.

 

아픈 이에게, 죽을 먹인다.

이는 밥을 먹이면, 소화하기 힘들어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나, 죽은 소화가 잘 되어 바로 흡수할 수 있다.

그런데, 병자가 다 나으면 밥을 먹게 된다.

죽(粥)은 아픈 이, 소화불량인 이가 먹는 것이지,

정상인이 삼시세끼 먹을 음식이 아니다.

 

액비 역시 마찬가지다.

액비를 만들 때, EM이니 또는 희한한 특수 유익균이니 하는 것을 비싸게 주고 구입을 한다.

이것 따져 보았자 균종이라야 십 수종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이 오줌이나 다른 유기물에 작용하여 무엇인가 유효물질을 만들어낸다한들,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 천, 수만 종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것엔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즉효성을 얻을는지 몰라도 지속성은 실거(失去)하고 만다.

가령 액비가 설혹 잘 만들어졌다 하여도,

거기 미생물은 일대사를 끝내고 사체로 남아있게 된다.

사체 역시 단백질인즉 비료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밭에 들어가면 그저 질소질 비료 더 준 것밖에 더 보탤 것이 없다.

 

유기물, 살아 있는 미생물, 토양 전체가 아우러져 생태환경을 만들어 내어야,

건강하고 지속성이 담보된다.

년년세세 유기물은 축적되고, 다양한 미생물은 터를 잡고 생태계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이것은 액비 따위를 넣어서는 절대 이룩될 수 없다.

 

자생 야초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이들이 죽어서는 밭에 유기물을 자연 공급하게 되며,

그 밑에서 미생물은 제 재주껏 살아가며,

호르몬, 효소, 비타민 등 각종 물질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낸다.

이게 자연계의 본 모습이다.

 

만약 액비를 넣다가 한 해 거르면,

작물들은 당장 비실대며 자라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밭엔 유기물 축적이 거의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이 농부는 애써 액비 단지 안에서 발효를 끝내버리고 말았지 않은가?

이미 유기물들은 낱낱이 분해되어 최종 잔해물만 남았다.

재만 남은 상태와 무엇이 다른가?

 

살아 있는 미생물도 없고,

유기물도 사라진 밭.

거긴 오로지 농부들이 만들어 넣어준 액비만 있을 뿐이다.

 

작물들은 마치 어미가 주는 죽만 받아먹고 자라는 아이처럼,

젖살만 붙어 있지,

거칠고 단단한 즉 건강한 수체(樹體), 

그리고 게서 과일 고유의 진미(眞味)는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초원의 빛 블루베리 농장에선,

액비를 만든다든가, 퇴비를 쌓아놓는 짓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생 풀이 각자의 품성대로 재주껏 생을 꾸려가고 있다.
이럼으로써 밭엔 년년세세 유기물이 축적되어가며,
땅 속에선 미생물이 마음껏 제 생을 구가한다.

 

액비나 퇴비를 한번 만들어보아라.

이것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보통 공력이 아니면 이를 진행하기 어렵다.

해마다 이 짓을 하려면 여간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작위적인 짓으로부터 자유롭다.

아무런 짓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무는 제 고유의 본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이것 기실 한 두해에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급해할 것은 없다.

다만, 천천히 자연을 본받을 일이다. (道法自然)

 

숲인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가?

한 해, 두 해, ... 한 십 여년 욕심을 버리면,

서서히 밭은 숲처럼 변해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여 십 년이면 끝이 나는가?

십년을 두고 왔는데,

아직도 조급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그로부터 한 서른 해를 더 두고 보라지.

그 때 다시 물어도, 그날 아직은 빠를 수도 있으니, 보챌 일이 아니다.

 

죽(粥)은 다 죽어가는 이에게 먹이면 혹 도움이 될런가 모르겠다.

액비 역시 실인즉 오늘 내일 시들시들 한 식물들에게 주어,

빨리 기력을 회복하게 주는 임시, 구급방 같은 것이라 하겠다.

이 이치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 안달을 하며,

액비 만드느라 노심초사 할 것도 없고,

매양 액비 주는 것으로 농사의 본을 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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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 2016. 10. 13.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