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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유감(遺憾) 2

농사 : 2016. 10. 22. 17:03


유기농 유감(遺憾) 2


화학비료는 소위 삼대 원소인 N(질소), P(인산), K(칼륨)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여기 비료(肥料)란 한자어를 보면 비(肥) 즉 살찌는 재료란 뜻이다.


이를 토양에 과도하게 넣으면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넘어 살이 너무 쪄버릴 우려가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엔 비(肥)를 이리 풀고 있다.

多肉也。

肉不可過多。故從卪。

즉 비(肥)는 살이 많이 찐 것을 이른다.

하지만 살이 너무 과다한 것은 불가한즉, 卪을 따랐다며,

서현(徐鉉)은 그럴싸한 경계의 말씀을 던져주셨다.

卪은 병부절로서 부절(符節)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료를 식물에 주는 까닭은 본디 살을 찌게 함이라,

살을 찌게 하고, 소출(所出)을 많게 함에, 인간 그들 , 그 욕심의 한계가 끝이 있겠음인가?

그러함이니, 비료를 과대하게 투입함을 삼갈 염량이 과연 있겠음인가?


실제, 온 나라 농토는 과비로 인해 염류장애의 해를 입고 있다.

어찌 땅만 그러한가?


사람들은 맛을 탐하여,

연신 맛집을 탐방하고,

꾸역꾸역 처먹기에 바빠 삼갈 틈이 미처 없다.

그러한즉 다이어트가 현시대의 화두가 되었음이며,

고지혈로 혈관 장애를 얻고,

자미(滋味)에 혹하여 당뇨 환자가 널려 있다.


음식 TV 프로그램을 보라.

하도 먹어 손가락으로 배때기를 쿡 찌르면,

이내 기름이 배어나올 듯한 사람이 등장하여,

좌중을 이끌며 그 탐식, 탐욕의 현장을 벌겋게 불달군다.


욕망의 고삐가 풀린지 사뭇 오래 전 일이다.

어디 이번엔 그 내력을 한번 살펴볼까?


앞에서 내세운 화학비료의 N, P, K외에도 식물은 C, H, O ... 등의 원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원소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통해 흡수한다.

가뭄이 들지 않는 한, 그리고 사막이 아니라면 비교적 물은 얻기 쉽다.

하지만 N, P, K는 그리 만만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농법이 발달하면서, P, K는 인위적으로 작물이 자라는 토양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P는 인산염을 포함한 암석을 산으로 녹여 이를 비료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K는 재를 뿌리면 추가 공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N은 이게 그리 간단히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축분, 인분 그리고 퇴비 등 전통 비료를 통해 얻을 수 있으나,

획득하는 데는 적지 아니 고통과 인내가 따르거니와,

한껏 기대하는 수준의 양을 확보할 수도 없었다.


혹간 질산염이 칠레 초석(硝石, saltpeter, KNO3)처럼 산출되기도 하고,

페루나 칠레 지역에선, 바닷새의 똥이 퇴적된 구아노(guano) 광상(鑛床)에서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한계가 있고,

혹여, 무역을 통해 수입한다고 하여도 고가로 인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질소(가스)는 대기 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건조한 공기 기준으로 대기는, 

질소(nitrogen) 78.09%, 

산소(oxygen) 20.95%,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0.03% 조성을 보이고 있다.


Air: By volume, dry air is a mixture of nitrogen (78.09%), oxygen (20.95%), argon (0.93%), carbon dioxide (0.03%) and several trace gases. Water vapor varies from zero to four percent by volume.

(출처: chicagotribune.com)


주위에 질소가 이리 많이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식물이 이것을 직접 이용할 수 없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식물은 질소분자 상태로는 흡수를 못한다.

왜냐하면 질소 분자는 질소 원자 둘이 삼중 결합이 되어 비활성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성장에 필요한 질소를 제대로 흡수하려면,

질소 성분은 암모늄(ammonium) 이온(NH4+)이나 질산(nitrate) 이온(NO3-)의 형태로,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질소 고정(nitrogen fixation)이라 흔히 말한다.

암석이 풍화될 때 이런 이온들이 방출되기는 하나,

이게 상당히 느리기도 하거니와 적어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따라서 생물 성장내지는 생물 생체량 산출을 위한

질소란 요소(要素)는 획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미생물은 지구상에서 질소 공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행한다.


어떤 박테리아는 소위 질소고정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N2(질소 가스)를 암모니아로 바꾼다.

이 박테리아는 독립생활을 하거나 식물과 공생 관계를 맺는다.

또 어떤 박테리아는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또는 거꾸로 질산염을 질소 가스로 변환시킨다.

많은 박테리아나 곰팡이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다른 생물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질소(fixed nitrogen)를 내놓는다.


그 외 암모니아(ammonia)는 번개불에 의해 소량 만들어질 수는 있다.

또한 하버-보쉬(Haber-Bosch) 공법에 의해 공업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질소 가스를 암모니아로 변환시켜 최종적으로 단백질로 만드는데 있어,

미생물의 기여는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하다.


(※ 출처 : http://archive.bio.ed.ac.uk/jdeacon/microbes/nitrogen.htm)


전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생물학적 질소 고정량은 비 생물학적 질소 고정량의 약 두 배 정도가 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공업용 고정량인데, 

왜 그런가?

이것은 전 총량의 20% 쯤 된다.

하지만, 여타의 것은 전 지구적으로 넓은 영역에서 만들어지지만,

공업용 고정 질소 즉 비료는 거지반 농경지에 집중 투하된다.

따라서 겉보기 20%와는 달리 실제 농경지엔 실로 어마어마한 비료가 쏟아져 들어간다.

이런 상태 하에선 미생물도 살아남기 어렵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령 이런 측면에서도 검토해볼 수 있다.

탄질률이 극도로 낮아, 즉 탄소가 따라 공급되지 못하므로,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부족한즉 생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기 어렵다.

화학비료가 나타나자 과시 저들이 말하듯,

농업혁명이 일어나 농산물 소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양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비료 사용이 늘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좋겠다.


☞ Understanding the Effects of Chemical Fertilizers


다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만 특히 지적해두고자 한다.

혹자는 이리 말한다.


“인구가 이렇게 늘어난 것을 두고 인류의 번영은 실로 이런 농업혁명 때문에 가능했지 않은가?

화학비료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를 부정하는 물정 모르는 짓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 많아진 인류를 부양하려면 화학비료에 의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헌데 비료를 쓸 때 소출이 욕심대로 나오지 않으면 다음 해엔 더욱 퍼붓게 되어 있다.

그러면 좀 소출이 늘기는 한다.

하지만 이게 년년세세 되풀이 될 때,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그렇다면, 나는 이리 반문을 하고 싶다.

만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면, 인류가 이리 인구가 많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화학비료를 쓰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구가 많은 것이 과연 선(善)인가?


작금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지고 있다고 걱정들을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애를 더 낳으라고 채근을 한다.

나는 저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화학비료를 더 많이 투입하며 소출을 늘리라고 닥달하는 지주나 마름과 같아 보인다.


기실 시민들이 애를 더는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개인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가는 생산력이 줄어들고, 세금도 덜 걷히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리 볼 때 애를 낳지 않는 일은 개인에겐 득책(得策)이 되고,

국가에겐 준 재앙적 사태를 초래할 위험스런 일이 되고 만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닌즉,

이 자리에서 주제를 벗어나 더는 개진할 여유가 없으니, 이만 삼가기로 한다.


인구가 적더라도,

사느라고 찌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인구가 많아서 생기는 고통을 인내하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 소출이 적게 나올지라도,

적게 먹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누린다면,

이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출처 : http://data.worldbank.org/indicator/AG.CON.FERT.ZS?end=2013&start=2002&view=chart)


유기농 한다는 이들은 흔히 미생물 타령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자랑한다.

가령 산에 올라가 미생물을 가져다 자기 밭에 넣는다든가,

증식조니 발효조니 하며 다량 증식하여 만들어 밭에 넣는다며 기염을 토한다.

이게 다 엉터리인 것이 밭에 넣은들, 

미생물이 자랄 생존 가능 환경이 되어 있지 않은데 무슨 소용이 닿겠음인가?

아니 그런가?

혹자는 이리 말한다.

유기농 밭은 관리가 잘 되어 미생물 생존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매년 그 짓을 되풀이 하고 있는가?

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게 아닌가?


“organic doesn't always mean sustainable.”


유기농 한다 하여 이것이 지속 가능한 농업을 곧바로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가급적 폐쇄형(closed), 지역성(local) 농업을 지향하여야 한다.

가령 자원을 외부에서 가져다 밭에다 투입하여 소출을 많이 꾀하려 하는 순간,

균형은 깨지고, 욕심이 마구 자라며 생태환경이 엉망이 되고 만다.

내가 누차 이야기 하지만 이는 관행농이든, 유기농이든, 자연농이든 매한가지다.


산이 어디 외부로부터 자원을 가져다 쓰는가?

산은 저 홀로 자족한다.


제대로 된 농사를 지으려면,

자기 밭을 폐쇄계(closed system)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거름조차 쓰지도 않고 아예 관심도 기우리지 않지만,

쓴다한들 거름도 자체 내 산물로 완결지어야지,

외부에서 유박을 들여온다, 우드 칩을 트럭으로 가져다 덤핑한다, 

하는 따위의 짓을 지양(止揚)해야 한다.


한편, 지역에서 난 농산물은 가까운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이 좋다.

산 넘고, 바다 넘어 옮겨지게 되면,

물류 비용도 많아지고, 보존제 따위로 처리하여야 한다.

여기 무리가 따르게 된다.


지속가능한 유기농 비료에 대한 기사를 여기 소개해둔다.


☞ Sustainable and Organic Fertilizer

  

여기 보면 이제까지의 유기농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이 간략히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내 농법에 비해 closed-cycled system에 대한 엄격함은 부족하다 싶다.

농장 밖으로부터 외부 자원을 조금이라도 끌어들이면,

요소 자원 간 과부족으로 인한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 요소 자원을 추가로 더 들여와야 한다.

이리 되면 농부는 바빠지기 시작하며,

욕심도 덩달아 자라나며,

매양 셈질에 날이 새고 만다.

마치 굴렁쇠를 올라탄 다람쥐처럼 쉼 없이 쇠를 굴려야 한다.

굴리지 않으면 자빠질 것이란 자기 암시가 나찰귀(羅刹鬼)가 되어,

연신 허공중에 다리를 놀리며 품을 팔아야 한다.


저 글을 보면 아직도 연신 무엇인가를 밭에 넣을 궁리를 틀고 있다.

이는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도대체가 무엇인가를 넣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풀조차 이것을 거름으로 쓰려고 키운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과가 그리 되고 아니 되고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어느 날, 시골 동네 이장 부인은 키를 넘겨 자라고 있는 풀을 보고 이리 말했다.


“저리 풀을 키우는 것은 나중에 거름으로 쓰려고 하는가?”


표정으로 보아서는 힐난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 그리 풀이 무성하도록 손을 놓고 있느냐 하고 싶으되,

차마 그러하지는 못하고 마지못해 예를 차려 내뱉듯 쏟아낸 말이렷다.

 

나는 도대체가 무엇을 취하여 거름으로 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엔 풀을 의도적으로 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거름이 될 것을 기대한 것과 정반대로,

거름기를 밭에서 빼내려고 그리 했다.

비독(肥毒)인 바라, 저것은 양분이 아니라 독인 게임이라,

저 아랫녘 일부 밭은 그래서 농장을 개설하고서도 4 년간 일체 아무 것도 심지 않고,

연신 비독을 제거하려고 풀을 키웠다.


내 길지 않은 농부 생활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유기농이든 자연농이든 어떻게 하면 외부 자원을 끌어들이지 않고,

자족적인 농생태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인 것이다.


내 애를 써서 산을 닮고자 하는 것도 아니지만,

산도 그러하지 않은가?

산을 닮고자 의도하지 않고서도,

나의 농업 철학의 길은 자연스럽게 산과 만난다.


이게 해결되면 농부도 행복해지고, 작물도 씩씩해지며,

농산물을 이용하는 도시민들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질소 순환 도식에 관련된 그림을 여기 소개해둔다.


(The nitrogen cycle

 출처 : http://archive.bio.ed.ac.uk/jdeacon/microbes/nitrogen.htm)


그림을 잘 살펴보면, 질화, 탈질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블루베리와 관련된 한 가지 사실을 지적해두련다.

질화 박테리아(nitrifying bacteria)는 대부분의 토양, 그리고 중성의 물에서 발견 된다.

그러나 산성이 높은 토양에서 활성화되지 못한다.

블루베리 재배 시 산성 토양 그리고 암모늄태 질소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만약 재배지의 pH가 높으면,

그림의 3, 4에서 보듯이 NH4+ -> NO3-로 변하여,

블루베리가 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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