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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공

농사 : 2016.11.18 17:23


최근 보름 이상 농장에 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였다.


우체통을 새로 크게 만들었다.

우체국에서 거리에 세워두는 통만한 크기로 만들었으니,

어지간한 우편물은 거의 투입이 가능하다.

커다란 봉투에 넣어진 우편물이나, 서류, 책 따위는 

이제까지는 작은 통에 구겨져 넣어져 있기 일쑤여서 분실의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설치한 곳이 농장 안이라 우체부가 배달하기에 좀 번거로웠을 것이다.

이를 염려하고 있었으나, 이제야 새로 채비를 하였다.



한편, 풀로 덮힌 유목(幼木)들을 보살피고,

넝쿨 풀들로 너울 쓰듯,

아니 그래 마치 천개(天蓋)처럼 수관 전체가 덮힌 곳을 풀어주었다.


올해는 풀을 거의 무한정 자라도록 하였기에,

새로운 배움과 깨우침을 많이 얻었다.


아마도 밭에 축적된 풀의 양은

트럭 수 십 차를 들였어도 쉽사리 채울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일일이 전체 밭에 고르게 펼 수도 없었을 터이니,

절로 이를 해결한 셈이니 실로 풀의 공덕은 대단하다.


풀을 키우지만 아직도 풀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

모든 풀을 공평하게 대하고 있으니,

굳이 구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은 세워 두고 있다.


콩과식물과 벼과식물 중 가급적 벼과 식물을 귀히 여긴다.

탄질율 기준으로 20:1 이상인 것이 조금이라도 블루베리엔 좋을 것이기에,

벼과식물을 우대한다.

다만 벼과식물일지라도,

갈대를 제외하고는 pH는 대부분 중성에 가까운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흔히 억새와 갈대를 혼동하는데,

여러 차이가 있지만,

블루베리 재배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pH가 확연히 다르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갈대의 pH는 5.0 이하이고, 

탄질율도 가을철 마른 것을 취하면 80~90으로 다른 풀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다만 벼과식물이라도 칼륨이나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 있을 우려가 있으므로,

마냥 이에 경도되어 무리를 하는 것은 취할 도리가 아니다.


여기 한탄강변엔 갈대가 많이 자란다.

농원 아래 강변엔 무한정 갈대가 자생하고 있다.

한 때 저것을 취하려던 때가 있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끝내 행하지는 아니 하였다.


환삼덩굴, 도깨비바늘은 처리하기 어렵다.

특히 가을철 도깨비바늘은 면장갑, 옷 따위에 붙어 떨어지지도 않고,

안으로 찔러 아프기까지 하다.

내가 아무리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저것들은 나의 밭 활동을 힘들게 하므로 친하기 어렵다.


작업을 하는데,

나뭇가지에 제법 큰 공 모양의 풀 뭉치가 달려 있다.

탁구공보다도 크다.

이제껏, 벌레가 겨울 나느라 그리 채비한 것이라 여겨져 나는 그냥 내버려두곤 하였다.

그날은 쉬는 참에 한 겹 , 두 겹 벗겨보았다.

마치 비단처럼 고은 풀들로 정성들여 싸놓았다.

아마 빗물도 안으로 스며들지는 못할 양 싶다.

그런데 마지막 껍질을 벗기는데 무엇인가 꼬무락거리며 아래로 떨어지며 도망을 간다.


아차 하는 순간 손에 든 풀공을 놓치고 말았다.

눈에 비친 모습은 영락없는 생쥐인데,

크기가 손톱만한 것이 서넛 들어 있다.
(※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이들은 멧밭쥐라고 한다.)


아뿔싸,

공연한 짓을 하였구나 싶다.

그리 어미가 봉하여 놓았으니,

아마도 새끼들은 저런 상태로 겨울을 나며 동면을 하는가 보다.

내가 훼방을 놓았으니 저들의 명운은 어찌 될 것인가?

풀을 잘라 녀석들 위로 덮어주기는 하였는데,

어미가 정성들여 지은 집만 하겠는가?


그 이후에도 저러한 것을 두 개는 더 발견하였는데,

그것들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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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6.11.22 15:54 PERM. MOD/DEL REPLY

    우체통이 정말 크군요.
    시장의 장사치들 돈주머니가 그리 큽니다.
    까닭인즉 돈도 주머니 크기에 따라 많이도 적게도 들어온답니다.
    우체통이 크다면 틀림없이 반가운 우편물이 많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사용자 bongta 2016.11.22 16:41 신고 PERM MOD/DEL

    진작부터 구상을 한 것이나,
    원하는 재료를 구하지 못하여 미뤘던 것인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이리 급조를 해보았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 전대가 그래서 큰 것이군요.
    저는 세상 사람들과 교류가 별로 없으니,
    우체통이 클 이유는 없습니다만,
    다만 우편물 분실이 우려되었고,
    체부들이 편히 투입하라고 크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우체통을 크게 채비하였기에,
    말씀대로 반가운 소식이 많이 들어온다면,
    덕분이라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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