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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 전지법 ⅱ

농사 : 2017. 3. 3. 22:18


오늘부로 나무 가지 치기가 얼추 끝났다.

가지치기는 나로선 매년 할 때마다 새삼스럽고 까다롭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나무를 자르는 것이 자연에 반하는 짓이 아닌가?

나무 앞에 설 때면, 이런 회의를 일으킨다.


둘째는 아직도 나무 가지치기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고,

공부가 충분치 않다.


하지만, 올해엔 예년에 비해 사뭇 자신감이 생기고,

손놀림이 빨라졌다.


블루베리 전지법에 대하여는,

기히 알려진 방법이 널리 소개되고 있다.

내가 새삼 이들을 다시 되뇌일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전부터 생각하며, 시행한 방법을 중심으로 기술하기로 한다.

나의 전지법 대강(大綱)은 실로 간단하다.

허나, 근본에 충실하기에 자연을 심히 거스르지 않고,

식물의 성장을 돕고,

열매가 달고 향기롭다.


내가 본디 농장을 조성할 때,

한꺼번에 전 밭에 모두 식재를 한 것이 아니라,

매해 조금씩 심어 나갔다.

첫해는 경험이 많다는 이에게 맡겼는데,

이게 순 엉터리라 지금도 그 구역은 황폐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그자가 밭에 와서는 시범을 보인다며

어린 묘목 가지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잡아 늘였다.

틈날 때마다 이리 눌러두면 열매가 잘 달리고 성장에 좋다고 일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는데,

당시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거기 심오한 뜻이 숨어있겠거니 여겼다.


아마도 이는 리콤의 법칙을 반성 없이 무작정 추종하여,

그런 수작을 부린 것이리라.

게다가 그이는 공부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처지라,

아마도 어디선가 주어들은 것을 섣불리 아는 척하였을 것이다.


가지치기의 그 큰 바탕은 식물의 본성을 다치지 않는데 있으니,

소출 증대를 위해 꾀하여 지는 작위(作爲)는,

설혹 그 효과가 커도 이 기준을 벗어날 경우 나는 따르지 않는다.


하향지, 내향지, 썩은 가지 등은,

식물 자체에도 별로 이롭지 않으므로 물론 자르는 것이 좋다.

이런 따위는 새삼 설명할 것도 없다.


나의 전지법의 핵심은,

위로 자라는 가지를 북돋고,

아래로 난 가지나 측지를 상황에 따라 처치하는 것이다.


대저 식물은 하늘 기운(天氣)을 받으려, 위로 솟는다.

따라서 가지치기 하는 이는 식물을 도우려면,

위로 자라는 가지(上枝)를 부추기고,

아래로 처지는 가지를 적절히 솎아주는 것이 옳다.


현대의 가지치기는 이와는 반대로,

줄기나 가지 각도를 눕히기 위해

유인줄로 매어 옆으로 끌거나,

힘껏 가랭이를 찢으며,

앞에서 말한 이처럼,

애써 손으로 눌러 수평으로 퍼지게 한다.


天氣先盛牡而後施精,故其精固;地氣盛牝而後化,故其化良。

(春秋繁露)


“천기는 먼저 웅성(雄性)을 성하게 한 후에 정을 풀기에,

정(精)이 견고해지고,

지기(地氣)는 먼저 자성(雌性)을 성하게 한 후에 화하기에,

좋은 이룸이 있게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남녀 간의 교접은,

남, 녀 각기 최대로 발육이 되었을 때 교접을 하여야,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使男子不堅牡不家室,陰不極盛不相接。

(春秋繁露)


“남자는 웅성이 익지 않으면, 처를 거느리지 않고,

여인의 음기가 최대로 성하지 않으면 교접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무 가지도 꼿꼿이 서서,

최대한으로 천기(햇빛)를 잘 받아야 튼튼해진다.

이러고 나서야, 달고 시원하며 건실한 열매가 바로 달린다.


그런데도 현대의 전지법은 리콤의 법칙 운운하며,

눕혀야 결실이 잘 된다면 처음부터 가지를 자빠뜨리기 바쁘다.


마치 미처 발육도 되지 않은 여인네를 탐하듯,

음욕이 승하여 자빠뜨리기 바쁜 것이니,

이 얼마나 추하고, 욕심이 사나운가 말이다.


기다릴 일이다.


상지(上枝)가 최대로 천기를 잘 받을 때라야,

영양 상태가 충실해지고 - 精固

이후에 달고 큰 열매가 달리는 법이다. - 化良


열매가 달리면 가지는 자연스럽게 아래로 처지게 된다.

이 때 비로소 리콤의 법칙이 목격될 뿐이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본축말(捨本逐末)이라,

본을 버리고 말단을 쫓기 바쁘구나.


열매를 달아 아래로 처진 가지 등 쪽으로 다시 가지가 솟아나는 법이라,

그 겨울,

제 역할을 다하고, 이리 처진 가지를 적절히 다스려주면,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생명 그 기운의 순환을 볼 수 있게 된다.


凡衛地之物,乘於其泰而生,厭於其勝而死,四時之變是也。故冬之水氣,東加於春而木生,乘其泰也。春之生,西至金而死,厭於勝也。生於木者,至金而死;生於金者,至火而死。春之所生而不得過秋,秋之所生不得過夏,天之數也。

(春秋繁露)


이 글의 요점은 무엇인가?


천지의 사물이란 정상적인 상태를 맞으면 생기고,

그 극에 이르면 죽게 된다는 말이다.

봄에 태어 난 것은 가을 건널 수 없고

가을에 태어난 것은 여름을 맞을 수 없다.

참고로 이를 피승(被勝) 또는 극(剋)이라 한다.


현대 전지법을 보자.

아직 가지가 충실하지도 않은데,

부러 줄로 묶어 아래로 처지게 한다.

위로 솟은 가지는 자르고,

아래로 처진 가지는 남겨둔다.

이는 모두 열매를 많이 보자는 욕심의 발로다.


요즘은 들깻잎이나 딸기 농사를 짓는 이들이,

밤에도 불을 밝혀 이들 성장을 촉진하는 짓을 한다고 한다.

이 또한 욕심의 발로다.

이런 것 먹고 건강을 담보할 수 있겠음인가?


이는 마치 양계장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달걀을 낳게 하려고,

밤이 다하도록 등불을 밝히는 짓과 매한가지며,

좁은 케이지에 닭, 돼지 등을 마구 구겨 넣고 키우는 가축공장 사육자들의 욕심과 진배없다.


不時之物,有傷於人,不宜以奉供養

(漢書)


“때가 아닌 물건은 사람을 상케 하니, 공양하기에 마땅치 않다.”


구제역, 조류독감 모두 병원균이 문제가 아니라,

이리 착취하기에 저들의 면역력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봉업자들도 꿀 다 빼앗고,

그 진겨울 벌들을 설탕물로 연명하게 하기에,

저항력이 떨어져 벌들이 결딴이 나고 있다.

결코 낭충봉아부패병 따위로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아,

사람들은 이리도 제 욕심을 위해,

지상의 모든 동물들을 착취하고 있음이고뇨.

하기사 식물이라고 뭐 별반 다르지도 않다.


나는 저항한다.


동물이나, 식물의 본성을 반하여,

끝 간데 없는 사람의 욕심에,

부역 시키는 짓을 따르지 않으며,

적극 반대하고, 

저항한다.


四時不同氣,氣各有所宜,宜之所在,其物代美。

(春秋繁露)


“사계절은 기(氣)가 한결 같지 않다.

기는 각기 마땅한 바가 있음이며,

마땅한 곳(때)에 그 산물 일세의 아름다움이 있다.”


때를 어기고,

천지 순행의 이치를 거스른다면,

일시 이를 취할 수는 있지만,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없다.


내가 제시한 원칙을 따르면,

전지가 혼란스럽지 않아,

한결 쉽고 빠르다.

식물에게도 무리를 가하지 않아,

편안하니 자신의 몸을 농부에게 맡길 만하다고 여길 것이라 생각된다.


※ 위에 인용한 春秋繁露의 본디 내용은 식물과는 상관없으나,

내 뜻을 설명하기 위해 이끌어 들였다.

하지만, 그 취의는 식물에 적용하여도 하등 어긋남이 없으니,

과히 큰 허물이 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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