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라
파고라(pergola)를 세우다.
틈을 내어 파고라를 두 군데 세우는 작업을 하다.
시골 동네 철재상으로부터 자재를 들이고,
근 여드레 걸려 마쳤다.
용접을 하지 않고,
오로지 체결구만으로 결속을 하였다.
게다가 홀로 작업하였다.
내게도 용접기가 있긴 하나,
이것은 아직 사용이 서투르다.
게다가 눈을 아끼려니,
불가피한 일이 아닌 한,
멀리하게 된다.
동네 철재상 주인은 언제 가도 마음씨가 선한 이임을 느낄 수 있다.
전문 건설업자가 아니라 주문량이 소소한 나 같은 이도 반갑게 맞이한다.
그 집을 들리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편해진다.
이번엔 제법 주문량이 적지 않아,
그에게 그 동안의 미안함을 면피(免避)한 꼴이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기본 구조강 철재 외에,
그 밖의 결속 부자재를 인터넷을 통하여 수배를 하였는데,
여기서도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은 궁리를 터서 해결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Φ75m/m 기둥 위에,
속칭 아시바 Φ48m/m 가로대를 질러 걸치는 일이었다.
이를 결속(結束)시키는 체결(締結) 연결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여 Φ60m/m * Φ48m/m 체결구를 개조하였다.
이게 다행히 주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함마로 두들기면 조금 무리를 하여 규격을 빗겨 늘일 수 있다.
좀 벗어나 생긴 틈은 반구형 Φ60m/m++를 덧대어 용케 보강할 수 있었다.
용력(用力)을 쓴다는 것은, 몸에 적지 아니 부담이 된다.
농장을 처음 일굴 때는 무릎 관절이 상할 정도로 용을 썼는데,
이번에도 철강재가 제법 무겁고,
체결이 마음대로 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생을 하였다.
하지만,
두 번 째 파고라를 만들 때는,
요령이 생겨 시간과 품이 한결 절약되었다.
오늘은 이 파고라에 올릴 등나무를 기둥 밑에 심었다.
마침 봄비가 내려 활착이 잘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일 전 길을 지나다 들린 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등나무 대신 포도, 머루, 다래 등의 유실수를 권하였다.
그늘도 만들고 과일도 딸 수 있지 않은가 하며,
내 좁은 안목을 흔들었다.
그는 농장 입구에 세워진 미루나무를 베어내 자신에게 넘기라고 들린 것이다.
수십 년 자란 나무를 아무려면 함부로 자를 수 있으랴?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도대체가 내 인지 한계만으로도 최하 50여 년이 넘은 나무를,
고작 느타리 버섯목을 위해 자빠뜨릴 수 있겠음인가?
어림없는 수작이다.
그가 제안한 유실수는 잠깐 솔깃하였지만,
이것 심었다가 마냥 부지하세월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염려가 하나,
더하여, 혹여 벌레가 많이 생겨 곤혹(困惑)스런 일이 생길까 저어되었다.
하여 생장이 빠르고 비교적 병충해에 강한 등나무를 심기로 하였다.
등나무는 꽃이 일품이라,
까짓 포도 따위의 열매를 먹는 것이 대수가 아니다.
푸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사람을 쉬어가게 하고,
보랏빛 꽃을 늘어뜨려, 마음을 앗아감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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