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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자격 고시가 필요하다.

농사 : 2017. 3. 28. 22:43


농사 자격 고시가 필요하다.


나는 이를 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농사짓는 기술을 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농사 윤리 수준을 평가하여,

일정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텃밭 농사라도 아예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하게 제한하자는 것이다.


여기 시골에,

몇 해 전 전원주택을 짓고서는

주말마다 식구들이 주르르 몰려와 농사를 짓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 밭엔, 

앞서 농사를 짓던 이가,

가을에 멀칭 비닐을 걷지 않고, 

매 봄마다 짓이겨 갈아 넣고 농사를 지었다.

내가 이를 알려주며 복토를 할 때는,

저것들을 수거하는 것이 옳다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비닐로 곤죽에 된 밭 위에다 흙을 부려 넣고는 땅을 돋았다.


이리 끔찍하게,

집이 지어지자,

저이들은 식구들이 몰려들어 와글와글 거리며,

주말 농사를 짓는 양 싶더라.


헌데, 밭 곳곳엔 먹고 버린 과자 봉지가 나돌아 다니고,

지난 해 멀칭하고 치우지 못한 비닐이 질정치 못한 계집 치마폭처럼 때없이 나부낀다.

일 년 내내.

절대 주어내지 않는다.

복작거릴 때 보면,

식구들이 근 열이 넘는다.


닭이 열이면 무리 중 꿩이 하나 있는 법이며,

꿩이 열이면 거기 봉황이 하나 깃들기 마련인 것이다.

식구들이 아무리 개차반이라 한들,

며느리도 있고,

사위도 있을 터이니,

개중 꿩 한 마리는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닭은커녕 총중(叢中)엔 메추라기 찾기도 벅찬 일이구나 싶다.


올해 마침 목격한 바이거니와,

저이들은 밭에 불을 내었다.

작년 밭에 깔아둔 멀칭 비닐을 모아 검불과 함께 태운 것이다.



아,

저곳에서 다시 농사를 짓겠다니,

도대체 주말농사의 즐거움은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고자 함인가?


비닐 따위를 태우면 다이옥신이 나온다.

이는 청산가리의 만 배 독성이 있다 한다.


만 배건 열 배건,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저 짓 자체를,

바른 넋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마 저지를 수 없다.


주말농사의 의미를 찾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농사 윤리라는 것은 의미를 찾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차원의 부름에 응답하는 일이다.


주말이 되었다.

차를 타고 주르르 밭에 몰려나가,

농사를 짓네 하며 잔뜩 폼을 잡자는 것인가?

가끔 지인도 초청하여,

직접 기른 쑥갓, 상추, 고추를 내놓고,

헌소(喧笑)하며 수작(酬酌)질로 놀아나면,

한껏 기분이 고조되어 천하를 얻은 듯해진다.


하지만,

밭엔 쓰레기가 나돌아 다니고,

봄에 비닐을 태운 재가 흙속에 버무려져 있을진대,

도대체가 저 떠드는 웃음이란,

이 얼마나 천지(天地)를 능욕하는 짓이 아니랴?


여기서 잠깐 농사의 신이라 일컫는 신농(神農)씨에 대하여 잠깐 알아본다.


謂之神農何?古之人民,皆食禽獸肉,至於神農,人民眾多,禽獸不足。於是神農因天之時,分地之利,制耒耜,教民農作。神而化之,使民宜之,故謂之神農也。

(白虎通德論)


“이를 어찌 신농이라 이르는가?

옛날 사람들은 모두 짐승 고기를 먹었다.

신농 시절에 이르러 사람들 수가 늘어,

금수가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신농은 하늘의 때에 의지하고,

땅의 이로움을 가리며,

농기구를 다스려,

사람들이 농사를 짓게 가르쳤다.

신비하게 변화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마땅케 하니,

고로 신농이라 이르게 되었다.”


神而化之,使民宜之


이 부분에 주목한다.


이것은 신(神)이란 주체가 있고,

백성이란 객체가 따로 나눠져 있다.

그러니까 농사는 신이 백성에게 가르쳐준 것이고,

이것은 매양 신비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신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각, 자족 정도만 제대로 하고 있다면,

즉 인간 개개인이 주체적 인격이라면 말이다.

주말 농사를 하던, 텃밭 농사를 짓던,

지인을 불러들여 즐거움을 함께 나누던 말든 ...

자신이 농사를 지으면서,

땅을 능욕하고, 하늘을 노하게 하는 짓을 하지 않음은,

윤리적 요청이며, 존재론적 당위임이다.


이 때 신이 化之하기 때문에 宜之함이 아니라,

제 스스로 宜함에 處한다.

이때 인간은 윤리적 존재가 된다.


또 다른 장면이 여기 있다.

얼마 전 일단의 사람들이 밭에 나타나더니만,

지난 해 심었던 고춧단을 거두고 있었다.

고춧대를 뽑더니만 고춧대를 두르르 말아가며 커다란 수레처럼 굴리더라.

헌데 거기 보니 고추가 쓰러지지 말라고 쳤던 비닐 끈도 한데 말리고 있다.

저것을 어찌 할 것인가?

애초에 비닐 끈 먼저 별도로 수거한 후 처리하였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저리 한데 엉켜있으니 필경은 저것 또한 밭에 태워질 것이다.


왜 아니 그러하랴?

저 밭엔 저것들을 태운 흉한 자리가 남아 있다.



작년엔 저들이 밭에다 먹다버린 라면컵, 각종 폐비닐 등속을 산처럼 모아놓고 태우길래,

내가 신고를 하였기에 이후부터 저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비닐 따위를 밭에다 태우는 것을 보면,

나는 저 깊은 곳으로부터 불처럼 일어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 짓은 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농약병이 나뒹굴던 논인데,

농약병이 태워지고 재로 변해있다.



천둥벌거숭이 

이들이 온 천하 벌판을 천방지축(天方地軸) 가로질러 날뛰며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란 이런 불한당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천하의 도리, 인간의 윤리를 아는 선비들이 지어야 한다.


패륜, 배덕자, 무지렁이들이 농사를 짓기에,

농사가 제일 천한 일이 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싼 것이 농작물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노릇이다.


도대체가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이 생명을 기르는 것 중 제일 본이 되는 것이 농작물이다.

헌데 이리 천한 이가 짓고, 제일 하찮은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먹고도,

그 명이 온전하길 바랄 수 있는가?

연목구어(緣木求魚)임이라.


귀한 생명을 지키고,

품격 있는 생활을 하려면,

의당 비싼 농산물, 응당 제 값을 치른 것을 먹어야 한다.

합당한 농산물을 먹고자 한다면,

천지에 순덕(順德)하고 자연의 도리(道理)를 아는 선비 농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하고서야,

존명(存命)코,

보생(保生)하며

종수(終壽)케 되리라.


허나, 이는 그저 오래도록 살고자 함이 아니다.

日月合明

해와 달이 밝음에 합하고,

鬼神合靈

귀신이 신령에 합하듯,

天地合德

천지가 덕에 합함에,

다만 더불어 함께 하고자 함이다.


이런 사람을 대인(大人)이라 한다.


참고로 우리 밭 일부를 여기 보인다.



여긴 지난 해 풀이 전 땅을 덮고 있다.

이 정갈한 땅으로서,

매일 온전히 하늘, 태양을 경건히 맞는다.


그래 나는 주장한다.

나만 살고자 한다면,

선비 농부, 대인 농부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너도 살리며 모두 살고자 한다면,

온 농사 판을 뒤집어엎어야 한다.


때문에 나는, 

농사 자격 고시 제도가 필요하다 하는 것이다.


자존심을 가진 농민이 도래(到來), 아니 도래(渡來)하여야 한다.

밭은 천박한 사람들에 의해 매양 신음을 하며 더렵혀지고 있다.

여기서 소출된 것을 먹고,

인간은 갖은 질병, 특히 암에 걸리고 만다.

게다가 미친놈, 미친년이 장마철 곰팡이 피듯 창궐(猖獗)하고 있다.

사람은 드물고,

다만 도깨비(魍魎), 창귀(倀鬼), 괴물(怪物)만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만약 농민 자격 고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당장 시급히,

밭에 불내고, 비닐 태우는 자를 적발하여 엄벌에 처하여야 한다.

이것은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담당 공무원이 조금만 부지런 떨면 될 일이다.

군수, 시장만이라도 문제의식을 가지면,

쉬이 해결할 수 있다.


밭 파파라치제도도 도입하자. 

비닐, 농약병 태우는 현장 사진 찍어 신고하면,

범법자에겐 일 천만 원 과태료 물리고,

파파라치에겐 그 반인 오 백만 원 포상금으로 지급하자.


하기사 제도가 갖춰진다고 만사가 다 제 자리를 찾을까?

기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 짓는 이의 농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

이런 이를 현실 속에서  찾기 어려우니,

법을 구하려 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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