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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은 없다.

소요유 : 2016. 12. 10. 16:33


명예혁명은 없다.


‘비폭력 평화 시위로 탄핵 가결을 이끌어내었다’


이런 맹랑한 말로 세상을 속이는 세력들이 있다.


저 말은 폭력을 배제하여야 한다고 점잖게 타이르는 양 싶지만,

실인즉 시민들의 폭력은 물론 정당한 저항조차 조절하고, 

끝내는 세력 자신의 목적 가치에 복속하도록 교묘히 유인한다.


이번 탄핵 발의를 앞두고 벌어진 일들을 기억하여야 한다.

여권을 제쳐놓고서라도 야권의 행태들이 어떠했는가 더듬어보라.

광장 구석엔 아직 식지도 않고 남아 있으니, 

눈을 감지 않은 자는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다.


‘자진 하야 하면, 명예를 보장해주겠다.’


‘비박의 요구를 들어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탄핵 가결을 전망하기 어렵다.’


이들 야권 인사들의 연이은 주문은 얼핏 탄핵 좌절을 염려하며,

저들 역시 성공을 원하고 있는 양 싶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적절 선에서 관리하며,

기존 체제 세력과의 타협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저들의 야비한 기도(企圖)는 그럴싸 한 말로 포장되어,

시민들의 의식 속으로 내재화 된다.


'혁명은 피를 흘리면 아니 된다.'


세상에, 피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정작 저들이 노리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그 다음의 정치 권력이고,

그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현 체제의 지속을 저들은 원한다.

다만 이 체제 내에서 권력의 이동만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를 탈취하길 바랄 뿐,

구악을 뿌리채 없애고, 체제를 새로 재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저들은 그리 명예혁명을 상찬하고,

틈만 나면 적당들 핑계를 대며,

상호 협조해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저들 내심을 간파해야 한다.

이게 얼마나 가증스러운 짓인지 알아야 한다.


참초제근(斬草除根)

반석압초(搬石壓草)

(※ 참고 글 : 3.5와 9 그리고 10)


무릇 풀을 제압하려면 그 뿌리를 제거하고,

돌로 눌러놓아야 한다.


헌데 저들은 어이하여 풀만 슬쩍 베고, 뿌리는 놔두길 원하고 있는 것인가?

그들은 판 자체가 전복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탄핵 가결이 되자마자 민주당 대표 추미애는 이리 말했다.


‘국회와 정부 정책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이 말은 탄핵 전, 저들 야권 인사들이 뱉어낸 일련의 언사들이 그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저들은 잔존 세력들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저것은 시민들의 손으로 일궈낸 성과를 외면하는 언설이다.

탄핵 가결은 국회에서 이뤄졌지만, 결코 야권 정치세력의 공이 아니다.

이제껏, 보아왔듯이, 저들은 언제나 시민들의 추동(推動)에 따라,

뒤늦게 허리춤을 부여잡고 뒤따라 추종(追從)하기 급급하였다.

이제 시민들의 성과를 거저 훔쳐내어, 자신들의 입 속에다 달랑 집어넣고 있다.


지금 정부에 남아 있는 세력들은 박근혜외에 그대로 전부 온존(溫存)되어 있다.

새로 수장을 맡게 된 총리 역시 이어 탄핵을 받아야 할 이에 불과하다.

박근혜가 탄핵 받아 마땅하다면,

황총리 역시 탄핵 받아야 마땅한 인사이다.

그들을 추종하며 따르던 저 잔여 졸개들 역시 물리쳐야 할 이들이다.
이들 외에 지금 별도의 다른 사람이 새로 들어오기라도 하였단 말인가?

그러함인데 구태(舊態) 이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일성을 토해내고 있다.

게다가 추대표는 이리 뱉어내고 있다.


“제1야당으로 책임 있는 태도와 야권공조를 바탕으로 정국 수습과 국정 반전에 나설 것이다. 특히 경제 난국의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 여당과 적극 협의해 나갈 것”


이게 무엇인가?

저이들이 홀라당 홀로 성과를 독식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상대 피탄핵 세력과 함께 손을 잡자고 청을 넣고 있다.


시민들은 다시 뒷전에 물러나란 말이다.

야당 대표라면, 야망을 숨긴 채, 정부를 향해 일성을 뱉어낼 일이 아니라,

먼저 이번 탄핵 가결을 이끈 힘의 원천인 시민, 시민 단체와 협의를 해야 옳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시민의회를 새로 만들든, 

현 국회를 해산하고, 제헌 국회를 새로 만들든,

여하 간에 우선은 시민 세력과 함께 하여야지,

저들 잔존 피탄핵 세력에게 먼저 협조를 구할 일은 아니다.


해방 후, 반민 특위가 설치되었을 때,

그 누가 있어 친일 세력들 척결이 아니 되리라 여겼으랴?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저들은 나라 재부(財富)를 다 거머쥐고 여전히 온존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노태우의 6.29 선언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 세력들은 노태우의 대권 쟁취를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탄핵 가결이 되었다지만, 앞일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보면,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이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斬草若不除根,春至萌芽再發。


잡초를 자르데, 뿌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명년 봄에 이르면 싹이 다시 돋아나는 법.


搬石壓草라 하지만,

石去草又復生임이라,


다시 봄풀은 자라는 법이다.


항차 이러함인데,

어찌 축배를 들려 함인가?


(출처 : cecx.org)


秦失其鹿,天下共逐之,於是高材疾足者先得焉。

(史記)


“진나라가 사슴을 놓치자, 천하는 함께 이를 쫓았습니다.

이에 재주가 뛰어나고, 발 빠른 이가 먼저 잡았습니다.”


사기에 나오는 명언이다.

괴통(蒯通)은 본래 한신(韓信)을 섬겼었다.

유방(劉邦) 한고조(漢高祖)가 한신을 죽인 여후(呂后)에게,

한신이 죽을 때, 한 말을 묻자 이리 대답했다.


信言恨不用蒯通計。


“한신은 괴통의 계책을 쓰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화가 난 고조는 괴통을 삶아 죽이라 명령하였다.

이 때 괴통이 한 말이 앞에서 내걸은 것이다.


여기 사슴은 권력이다.

본디 권력을 노리는 이는 앞뒤 따지지 않고 사슴 쫓듯 달려간다.

이에 이 고사를 중원축록(中原逐鹿)이라 부른다.


정치인이란 開口閉口 입만 열었다하면, 국민을 위한다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하지만,

실제 본심은 권력 쟁취에 깊이 취(醉)해 있다.


逐鹿者不顧兔,決千金之貨者不爭銖兩之價。

(淮南子)


“사슴을 쫓는 자는 토끼를 돌아보지 않는다.

천금의 재화를 거량하는 자는 수량(銖兩)의 값으로 다투지 않는다.”


천금을 두고 장사하는 이는 사소한 저울 눈금에 불과한 값을 두고 아옹다옹 다투지 않는다.

나는 逐鹿者不顧兔 여기에서,

록(鹿), 사슴은 권력으로,

토(兔), 토끼는 국민으로 새기곤 한다.


권력을 쫓는 천하의 뭇 정치인은 모두 다 하나 같이,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뱉어내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고,

저 중원축록의 고사에 비추어 살피면,

그 말의 실제를 명확히 알아채릴 수 있다.


박근혜 하나 탄핵 가결되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다음이 무서운 법이다.

헌재를 통과할 일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지만,

그 다음이 더 무서운 법이다.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악당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 원천부터 막아버려야 한다.


친일, 그 부역 세력 잔존은 만악의 근원이다.

싹을 자르고, 뿌리를 제거하고, 돌로 눌러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그 위를 체르노빌 폐원전처럼 몇 겹 콘크리트로 싸발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 날까지 시민들은 마음을 놓지 말고, 저들을 엄히 감시할 일이다.


명예혁명이라 하여 무혈혁명을 떠올리며 자족할 일이 아니다.

그 어떠한 혁명이라도, 제단 위에 희생(犧牲)을 공양하지 않으면 완결 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피를 흘릴 일은 없다.

오해하듯 시민들의 무혈을 명예혁명의 전제로 여기는 것은,

이는 혁명의 본질을 전혀 아지 못한 소이이다.

시민들이 아닌, 저들의 피는 언제라도 요청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주어야 한다.

저들의 명예를 빼앗고 피의 제단 위에 눕혀야 한다.

이 때라야, 진실로 혁명은 완성된다.


피를 두려워하는 저 문법, 

명예혁명이란 말 자체를 그래서 나는 염오(厭惡)한다.

내가 피를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 피는 꼭이나 물리적 血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다만 벌, 죄에 대한 그 댓가라면 무엇이 되었든 제한 할 일이 아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혁명은 상대의 것을 빼앗아,

공화국의 제단에 바쳐야 한다.


이게 잘못되니까,

제 욕심을 감추고, 제법 그럴싸 하니, 아닌 척 포장되어,

명예로운 퇴진 운운 하는 망발이 나오고,

상대를 존중씩이나 해주자는 사이비들이 설치게 된다.


죄를 지은 자에겐 남아 있을 명예가 없다.

생계형 범죄도 아니고,

공화국의 자유와 평화를 유린한 중범죄엔 더 더욱 지켜줄 명예가 없다.


나는 오늘 다시 광화문으로 나가려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본디 내 처가 다니던 고등학교 자리에 터하고 있다.
지난 번, 처의 안내를 받으며, 터자리 안에서 자라는 재동백송을 보았는데,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교교(皎皎)하니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출처 : ccourt.go.kr)


조사를 해보니, 재동백송은 본디 중국이 원산지라 한다.
수피(樹皮)가 백색이라 소나무 중에 제일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곤 한다.
중국에선 주로 사당 근처에 많이들 심었다 한다.
기록에 따르면 1,0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것도 있으며,
구룡송(九龍松)이란 별칭이 있다.

공교롭게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9인이다.
지금으로선,
저들 9인이 구룡(九龍)이 될 것인지,
아니면, 구사(九蛇)가 될런지는,
구룡송(九龍松)만 알런가?

하지만, 설혹 저이들이 구사(九蛇)일지라도,
이번엔 어림도 없다.
저들을 감시 하기 위해,
시민들은 여전히 민주, 民主 그 정의의 촛불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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