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밀 전지법 ⅲ
요즘 연일 블루베리 가지치기 일에 매어 있다.
나는 본디 식물에 가위를 대거나, 톱으로 써는 일에 의심을 일으키고 있었다.
해서 소위 전지 작업을 하지 않고서는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가 고민하였다.
아직 공부가 충분히 익지 않아,
이 작업을 하지 않고 농부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온전히 찾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부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치지는 않으련다.
오늘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다 언급한 것이로되,
밭에 나가 새삼 깨우침이 도타와지는고로 재삼 새겨 두려고 한다.
이에 대하여는 나의 앞 전 글을 참고하면 좋으리라.
이미 다 한 이야기다.
해마다 전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망설임이 적어져 간다.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 소소한 현장 특이 사항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처음엔, 여러 전지 교육도 받아보고, 자료도 챙겨보았지만,
요령부득이라 그 요체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저만 알고, 설명하는데 서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자연재배를 지향하지만,
제일 염려되는 일이 전지를 어찌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역시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리 놔두면, 열매 크기가 불균일해지고, 가지가 엉겨 볼썽사납게 된다.
이를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지만,
문제는 사람들은 열매가 무작정 큰 것을 원하며, 많이 달리기를 원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일정분 객손들을 의식하는 일이기도 한다.
나는 이를 극복해왔다.
무농약, 무제초, 무비료 등, 일체의 외부 자원을 들이지 않는 무투입 농법을 행해왔다.
애써 개발한 두더지 퇴치기도 가동하지 않았다.
허나, 새들의 습격은 감당키 어려웠다.
하여 몇 차 궁리를 더하여 이들의 공격을 무화시키는 장치를 개발하곤 하였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친환경 인증 따위도 나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녀석들에게 내 양심을 시험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홀로 떳떳한데,
감히 어떤 녀석이 간섭하려 하는가?
그런데 새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사정 돌보지 않고,
무작정 큰 것을 원하고, 맛있는 것을 찾고, 싼 것을 찾는다.
우리 농원에서 나오는 것을 볼작시면,
큰 것은 절로 그러한 형편이니 염려할 것이 없고,
(※ 이에 대하여는 다음을 참고하면 좋으리라. ☞ 담록(淡綠))
맛도 역시 따라올 이가 없다.
허나, 싸게 내놓을 수는 없다.
팔리지 않으면 그대로 견딜 뿐, 싸게 내 영혼을 팔 수는 없다.
다만, 전지를 하지 않으면,
크기가 고르지 않고, 나무 가지가 헝클어져, 관리가 어려우며,
그래 최소한으로 손을 대기로 하였다.
아직 도상에 있다.
전지를 최소로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는 계속 찾아 나설 것이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는 소이는,
가장 중요한 내 가지치기의 철학을 다시 새겨두려고 하는 것이다.
가지가 쳐진 것은 버리고, 올라선 것은 취한다.
정부우세성이니, 리콤의 법칙 운운하며,
대개는 나무 가지가 올라서면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든가 하며,
나와는 다르게 쳐내고, 외려 내려선 가지를 남겨둔다.
이것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순전 엉터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지는 하늘을 향해 올라서는 것이 순리다.
여기에 열매가 달리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가지가 밑으로 쳐질 뿐이다.
그러니까, 열매가 잘 달리려면 가지가 쳐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가 잘 달리면 쳐지는 결과가 나타날 뿐이다.
본말이 거꾸로 서면,
원인을 돌보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큰 나무 가지 밑으로 쳐진 잔가지는 잘라주고,
위로 발기(勃起)하듯 솟아오른 것은 살려둔다.
자고로 이리 하여야 원기를 충실히 받아 가지가 튼튼히 자라고,
여기 달린 열매도 달고 시원해지며, 커진다.
차후 열매가 영글고 차오르면,
이 때서라야 비로소 가지는 아래로 쳐지며,
속알이 충실해진다.
이 원칙을 알고 남이 뭣이라 하든 밀고 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거꾸로 축 쳐진 가지를 남겨두고,
위로 힘차게 오른 가지를 잘라주며,
부실한 것만 취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무리 초보자라 하여도,
이 원칙 하나만 잘 지켜 따라도,
전지 작업 7~8할은 제 길로 들어섰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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