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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道法)인가? 법술(法術)인가?

decentralization : 2018. 3. 9. 10:55


연일 코인 시장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코인판이 연신 어수선하다. 이에 한 생각 떠오른다. 날씨도 칙칙한 아침나절 이를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 동료 하나가 있었다. 당시 그는 본업이 따로 있었다. 양돈(養豚) 사업을 제법 크게 하였다. 녀석은 출근도 빠듯하게 하고, 퇴근은 누구보다도 잽싸게 하였다. 퇴근시 서류 정리라든가, 공동 관리하는 일들을 수습해놓고 가는 것이 예의일 터인데, 그는 그것은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무시하고 내빼기 바빴다. 


당시에도 요즘처럼 양돈 사업은 부침이 심했다. 돈육 시장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을 수시로 하여 양돈업자들은 때마다 아우성을 질러대었다. 그는 가격이 폭락하여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하였다. 그의 이야기인즉, 가격이 폭락하여 영세한 업자들이 모조리 나가떨어지면 외려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사육 돼지 수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멀지 않아 천정부지로 돼지 고기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하기에 자신은 폭락할 때는 돼지 사육 수를 대폭 늘린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것인데, 당시 대만 청소부 옷에는 “당신은 버리고, 나는 줍는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유장(悠長)한 사고방식이라 하겠다. 아니 체념한 것일까?


어쨌건 버리는 자가 없으면 물건을 헐하게 모을 수가 없다. 그게 쓰레기가 되었든 돼지가 되었든 매한가지다. 지금 한국 암호 화폐 시장에선 정부가 개입한 이래, 공교롭게도 코인 가격이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어제까지는 당국의 조치가 정당한가 아닌가를 묻건 하였지만, 오늘 아침엔 수십 년 전 스쳐지나간 저 회사 동료가 문득 생각났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자라도 버리는 것을 줍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은 앞일을 전망하는 능력과 위험에 과감히 대처하는 용기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당시엔 그를 미워하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그가 던진 말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음을 낸다한들, 수중에 현금이 없다면 만사휴의(萬事休矣)라 도대체가 움치고 뛸 재간이 없게 된다. 스마트 머니(smart money)란 그저 돈이 많기 때문에 그리 불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돈이 적더라도 언제나 시장 진입과 퇴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이리 불러줄 수 있다.


하지만, 덤 머니(dumb money)들은 매매(賣買)에만 집중한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매매휴(賣買休) 삼상(三相, 3phase, 3state)을 자유롭게 오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치 물이 액체, 수증기, 얼음의 세 가지 상태를 외기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신(變身)하듯이 말이다.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는 수중에 현금을 늘 예비하고 때를 기다린다. 이를 휴(休)라 한다. 언제나 코인만 가지고 있는 이는 투자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개미들은 거센 풍랑에 몸을 맡긴 일엽편주에 불과하여, 그 부침에 놀아나고 만신창이가 되고 말리라. 그랜빌(Joseph E. Granville)의 말처럼 시장은 끊임없이 투자자를 속인다. 하지만 휴(休), 즉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안전하게 바닷가 항구에 서서 때를 고르며, 풍랑을 관찰하며, 언제 배를 띄울지 가늠한다.


仲尼曰:「君子中庸,小人反中庸。君子之中庸也,君子而時中;小人之中庸也,小人而無忌憚也。」

(中庸)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중용이요, 소인은 반중용이다.

군자의 중용이란, 군자다우면서 때에 맞다.

소인의 중용은 소인다우면서 거리낌이 없다.”


휴(休)란 바로 여기에서 지적한 시중(時中)에 당한다.

사람들이 매매(賣買)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로지 공간에만 매몰될 뿐, 시간을 깊게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 된다. 시간을 의식하게 되면 중(中)과 절(節)을 알게 된다. 이를 나는 휴(休)라 부른다.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發而皆中節,謂之和;中也者,天下之大本也;和也者,天下之達道也。致中和,天地位焉,萬物育焉。

(中庸)


“희노애락이 아직 일어나기 전의 상태를 中이라 하고, 발해져서 알맞게 된 상태를 和라 한다.

中이란 천하의 대본이고, 和란 천하의 달도이다. 中과 和를 이루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찾고, 만물이 제대로 자라게 된다.”


이 말씀에 비춘다면, 투자를 잘한다는 것은 中節하여 즉 和한 상태에 이르른 것을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투자 핵심의 현실적 덕목으로 休를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을 의식하라는 말이 되겠다. 나아가 그게 절도(節度)에 맞는 상태로 나아가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애오라지 매매에만 빠진 이에겐 시간을 의식하는 일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말은 이렇게 하였지만 투자 실천 현실에선, 법술(法術) 오늘날 말로 하자면 기술, 테크닉이 되겠는데, 방편상 이를 몇 가지 배워두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법(道法), 즉 투자 철학이다. 앞에서 거론한 양돈업자가 폭락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양돈업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기초한다. 코인 투자자나 채굴인 역시 법술보다 이런 믿음이 앞서야 한다. 헌데 이런 믿음은 미래에 대한 옳은 전망이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 과연 현재의 믿음과 미래의 전망은 커플링될 수 있을 것인가?


양돈업자의 강한 믿음도, 오늘 날엔 수입 개방에 따라 밑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믿음이란 오늘의 확신을 넘어 미래를 전망하는 능력에 의해 보증될 수 있다.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오늘의 믿음은 사람을 괴물처럼 인간을 시험한다. 그랜빌은 시장이 간단(間斷)없이 사람들을 속인다고 하였지만, 그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며 그것을 법술(法術), 기술적분석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개발한 OBV가 되겠는데, 오늘날 이를 사용하는 이도 거의 없지만, 제대로 그 오의를 깨우친 이도 드물다. 결국 그는 도법(法法)이 아니라, 법술(道術)로 도피하고 말았다. 


도법(道法)인가? 법술(法術)인가? 

이 물음을 던져두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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