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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이별

decentralization : 2018. 3. 16. 16:47


昔者彌子瑕有寵於衛君衛國之法竊駕君車者罪刖彌子瑕母病人閒往夜告彌子彌子矯駕君車以出君聞而賢之曰:「孝哉為母之故忘其刖罪。」異日與君遊於果園食桃而甘不盡以其半啗君君曰:「愛我哉忘其口味以啗寡人。」及彌子色衰愛弛得罪於君君曰:「是固嘗矯駕吾車又嘗啗我以餘桃。」故彌子之行未變於初也而以前之所以見賢而後獲罪者愛憎之變也故有愛於主則智當而加親有憎於主則智不當見罪而加疏故諫說談論之士不可不察愛憎之主而後說焉

(韓非子)

 

미자하는 위나라 임금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에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탄 자는 월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 : 월형은 중국 고대 형벌 오형중 하나로 발뒤꿈치를 베는 형벌임.)

그런데, 어느 날 밤,


어떤 사람이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사실을 미자하에게 알려 주었다.

미자하는 임금의 명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임금이 이 말을 듣고 어질다고 여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느라 월형의 죄를 범하는 것도 잊었구나.”

어느 날은 미자하가 임금과 더불어 과수원을 노닐면서 복숭아를 따먹다가

맛이 달다고 다 먹지 않고 남은 반을 임금에게 드렸다.

임금은 기뻐하며 말했다.

나를 사랑하여 맛있는 것도 제가 다 먹지 않고 나에게 먹게 하는구나.”

그러다가 미자하의 고운 얼굴빛이 시들고 총애가 식어져서 임금에게 벌을 받게 되었다.

임금은 말했다.

미자하는 본래부터 그랬다. 일찍이 나의 수레를 내 명령이라고 속여 탄 일도 있고,

자기가 먹다 남긴 복숭아를 내게 먹인 일도 있었다.”

(미자하

여기 등장하는 미자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고대에 왕들 중에는 적지 아니들 남색을 즐겼습니다.

차고 넘치면 지나치게 되는 법입니다.
여색도 이젠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 무엇인가 색다른 놀음을 구하게 됩니다.)

 

유명한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미자하가 한 행동은 하나지만,

임금의 사랑에 따라 선악이 뒤집혀집니다.

그러하니 설득의 어려움은 정작은 설득의 내용이 아니라,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이쪽의 마음을 거기 꼭 들어맞게 하는데 있다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날 이후, 저는 복숭아를 깨물어 먹을 때,

가끔 미자하를 생각합니다.

 

헌데 말입니다.

이게 꼭 설득의 어려움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나이 들면서 깨닫게 됩니다.

 

내가 돈이 있을 때는 친구들을 부러 꼬시지 않아도 모여들며,

술 마시며 함께 시시닥거렸지만,

돈이 다 떨어지자, 저문 들녘 까마귀떼 흩어지듯,

다 헤어져 주위엔 하나도 남지 않게 되고 맙니다.

 

실제 이야기인데,

백화점에 여성복을 납품하여 제법 돈을 번 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당시로선 귀한 차도 사주고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나눴습니다.

어느 날 사업이 여의치 않아 부도가 나고,

그는 달동네로 쫓기듯 숨어듭니다.

그러자 친구는 못본 체 외면하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합니다.

그는 절치부심 사업을 다시 일궈 성공합니다.

그러자 그는 이제까지 알던 친구를 다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새로 친구를 사귄다고 합니다.

 

나는 그에게 묻습니다.

그럼 새로 사귄 친구는 변하지 않을 것을 자신하는가?

그리고는 바로 이 미자하의 고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대는

노을 보면서,

미자하의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그 기명빛 사무침을.

 

연일 코인판이 어지러워지자,

언제 그랬다는 듯이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수천 년 전 미자하의 외로움이 다시금 의식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파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주인공 이수일은 변절한 애인 심순애에게 이리 말합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냐?“

 

탈중앙화 철학은 그럼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순정은 돈과 밥으로 이리 쉬이 환가(換價)되고 마는 것인가?

 

강태공(姜太公)은 본명이 강상(姜尚)입니다.

본디 학문이 높고 병법에 달통했습니다.

가슴 속에 재주를 감추고 있었으나 때를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책만 읽으니 생활이 곤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처인 마씨(馬氏)가 보니 나이는 계속 먹어 가는데 아무런 성취가 없었습니다.

이에 그를 버리고 달아나버리고 맙니다.

 

강상이 위수(渭水)가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마침 수렵 차 나온 주문왕(周文王)을 만나게 됩니다.

주문왕이 만나 대화를 해보니 강상이 보통 인물이 아니더라.

이에 천하대업을 위해 도와 달라 청을 하였습니다.

당시 강상은 80세의 노인이었습니다.

후에 강상은 주문왕의 아들인 주무왕을 도와 상()나라를 멸망시키는 대업을 이룹니다.

그리고 그 공으로 제나라 땅을 봉읍으로 받았습니다.

(기실 이 부분에 이르러, 숨겨진 뒷 이야기에 대하여 말씀드릴 것이 많습니다만,
지금은 그럴 틈이 없는 것이 아쉽군요.)

주나라는 봉건국가라 각 봉국에 희씨(姬氏) 성 가진 왕족을 심었는데,

제나라만큼은 다른 성씨가 제후가 된 것입니다.

강상의 공이 얼마나 큰지 미뤄 알 수 있습니다.

제나라는 지금의 산동 일대이니,

물산이 풍부한 요지로 후에 춘추오패의 하나인 제환공이 나옵니다.

 

이리 강상이 귀해진 후, 헤어진 마씨가 다시 합칠 것을 원했습니다.

강상은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항아리의 물을 땅에 쏟으며,

마씨에게 항아리 속으로 물을 다시 넣어보아라 하였습니다.

 

당초 네가 그렇게 헤어지더니만, 금일 다시 합치자 하는구나.

그렇다면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항아리 속으로 주어 담아보거라.”

 

땅에 쏟은 물을 어찌 다시 주어 담을 수 있으랴?

마씨는 제 청을 부끄러워하며 거둘 수밖에.

 

이를 흔히 복수불반(覆水不返)라 이릅니다.

 

떠나는 이는 이제 이리 말합니다.

코인은 실체가 없다.

그럼 어제는 실체가 있다고 느껴 가까이 하였는가?

 

삶이란 이리 비릿한 것입니다.

코인이 아니라,

인생도 역시 마찬가지일 때가 많습니다.

때론 수십 년 살을 맞대며 살았던 연인도,

돈에 대한 작정이 아니 서면,

갈라서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애정이란 그리 견고한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배반은 끝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삶은 슬픈 것입니다.

 

그러면서 헤어지면서 한다는 말은 언제나 천편일색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배우 최무룡은 김지미와 헤어지면서 이리 말합니다.

 

이후 이 말은,

어줍지 않은 이별의 변주곡으로 널리 쓰이곤 하였습니다.

 

떠날 때는 그저 말없이 떠나야 합니다.

이게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복숭아를 탓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사랑이란 말을 인질로 삼지 말라는 말입니다.

밥을 핑계 삼지 말라는 말입니다.

 

떠날 때는 그저 아무 말없이,

저녁노을처럼 지평선 밑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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