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내상(內傷)

소요유 : 2018. 7. 14. 19:45


오늘 소식 하나를 접하다.


밭을 거닐다,

이를 생각하다 가만히 홀로 실소를 지었다.

旁敲側擊

변죽을 울렸더니,

중앙에서 소리 나는 격이구나.

그리 기세가 등등하더니만,

나는 하는 일없이 가만히 있는데,

녀석, 제풀에 내상(內傷)을 입고 마는구나.


칼도 잡아 본 적이 있어야 쥐는 법.

그러기는커녕 연필도 변변히 깎지 못하던 이가,

흉내 내어, 대도를 휘두르니 제 손을 다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鷦學鸛脛欲斷

뱁새가 황새 정강이 긴 것을 흠모하여 따라한다한들 가능하겠음인가?

그저 가랑이나 찢어지고 말 밖에.


내가 소요유(逍遙遊)한다니까,

이게 무슨 뜻인 줄 모르는 이가 태반이요,

혹간 글자는 안다하여도 그 참 의미를 아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장자 맨 처음에 나오는 편명이 소요유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그 웅혼한 기상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한 구절 한 구절 다 명문이다.

이제 이중 마지막 부분을 옮겨본다.


惠子謂莊子曰:「吾有大樹,人謂之樗。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立之塗,匠者不顧。今子之言,大而無用,眾所同去也。」莊子曰:「子獨不見狸狌乎?卑身而伏,以候敖者;東西跳梁,不避高下;中於機辟,死於罔罟。今夫斄牛,其大若垂天之雲。此能為大矣,而不能執鼠。今子有大樹,患其無用,何不樹之於無何有之鄉,廣莫之野,彷徨乎無為其側,逍遙乎寢臥其下?不夭斤斧,物無害者,無所可用,安所困苦哉!」

(莊子 逍遙遊)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다.


‘내가 큰 나무가 하나 있어, 사람들이 가죽나무라 이른다.

나무 줄거리는 울퉁불퉁 옹이가 많아 먹줄을 놓을 수 없을 지경이다.

가지는 말려 있고 구부러져 자로 재어 치목할 수도 없다.

서 있어도 목수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제 그대의 말은 그 나무와 같으니 크나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세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살쾡이를 본 적이 없는가?

몸을 낮추고 엎드려 있는 것을.

동서로 뛰고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날뛰다가 필경은 함정에 빠지거나,

덫에 치어 죽고 만다.

하지만, 이우(斄牛)는 하늘을 가리운 구름처럼, 

몸집이 커도 쥐 하나 잡을 능력이 없다.

지금 그대는 큰 나무를 가지고도 쓸모없음을 걱정하는데,

어째서 넓은 광야나 아무도 없는 동리에 심고,

그 옆에서 산보하거나 그늘에서 누우며 소요(逍遙)하지 않는가?

그런 곳에서는 도끼 같은 것으로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다른 데에 소용이 없다하여, 

그 마음을 괴롭힐 일이 없다.’”


내가 글에 한문을 섞어 쓰니,

좁쌀뱅이 녀석들은 호들짝 놀라,

그 따위는 적지 않으면 아니 되겠는가?

하며 기함(氣陷)을 한다.

무지도 자랑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소치다.


마치 혜자처럼,

당장 무엇인가에 소용이 닿아야 하는데,

알아먹지도 못하는 말이라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그러다가 짜증을 내며 나자빠지고 만다.


그러니까, 코인 투자하여 득실을 셈하는데 빠져있거나,

하찮은 농짓거리에 정신을 팔고 시시닥거리며 하루해를 지우고 만다.

날것 하루살이 생을 방불하는 삶이라 하겠다.


나보고 저들 불한당들의 짓거리에 상처를 입지 않았느냐고 걱정하는 이가 계셔,

내 그렇지 않다 하였음인데, 이게 그저 겸양을 떨거나, 

감정을 감추려 함이 아니다.

실제, 나는 내 마음 가는대로 노닐 뿐,

태풍이 불거나 벼락이 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태풍은커녕 뒤퉁맞은 도깨비 소란이요,

벼락은커녕 장바닥 건달들의 아사리 깽판 치는 소리임이니,

결코 상대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오불관언.

나는 홀로 당당한데,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한 녀석은 떠난 사람 집에 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또 한 녀석은 남의 집 기명(器皿)까지 훔쳐다가,

제 녀석들 혈자리에 진설(陳設)하고 재(齋)를 지내기까지 한다.

눈물 질질 짜며.

코메디다 코메디.


이것은 뭐 거의 어린 아해 수준인 바라,

정신 발달이 게에 머물러 지체된 상태라 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계산 끝내고,

나비 베 잘라 정분을 갈랐는데,

구질스럽게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뒷구멍을 파는가?

뭐 내 꽁무니에서 단꿀 냄새라도 나는가?


참으로 인격이 단작스럽고,

천박하기 그지없다 할 밖에.


(출처:麻衣神相古書版)


(출처:麻衣神相古書版)


薄弱之相

古怪之相

俗濁之相


옛 상서를 뒤적일 것도 없이,

자연 이런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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