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아파트

소요유 : 2018.12.24 20:07


여기 시골 동네,

멀지 않은 곳에 한탄강이 있다.

그 강변엔 택지가 조성되더니만,

한동안 분양이 되지 않고 버려져 있다시피 하였다.

헌데, 어느 날부터 슬그머니 집이 들어서더니만,

이젠 제법 많이 전원주택으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 농장 언덕에 오르면,

저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을 지켜보자니,

이제, 그럴싸하니 꼴을 갖추고 있다.


헌데, 내지 쪽엔,

올해부터는 농토를 짓뭉개고 아파트를 짓고 있다.

어느 날, 이곳 시골에서 알고 지내는 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땅값이 올라 좋겠단다.

무슨 이야기인가?

허니, 근처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데, 객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은 건축 일을 하고 있는 이로서,

서울에 근거지를 둔 이다.

온 동네를 쑤시고 다녀,

현지인들보다 외려 현지 사정이 더 밝다.


얼마 전에는 한탄강에 다리를 놓는다고 난리를 피더니만,

그 공사가 끝나가니 다시 아파트 공사로 시끄럽게 생겼다.

여기 시골은 서울보다 몇 곱은 더욱 시끄럽다.

무슨 그리 토역(土役) 공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지,

트럭은 연신 달리고, 걸핏하면 허물고 짓고를 반복한다.


여담이지만,

후에 여기 주민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이 여기에 있다.

그는 신축 아파트 바로 아래에 살고 있다.

공사를 하면서, 아파트 측에서 선물을 주민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이는 소음, 비산 먼지 항의에 대비한 사전 입막음용이라 할 터. 

헌데, 부잣집에는 돌렸는데,

허름한 집은 건너 띄었다 한다.

이런 육시럴한 놈들이라니.

만약 내가 그 근처에 살고 있었다면,

저들 천박한 녀석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으리라.


내 어제 틈을 내어,

아파트 현장을 답사하였다.


(저 빽빽하니 세워진 모습이 내겐 너무 괴이하니 낯설다.)


수년래 논이었으니 절대농지가 거의 틀림없으리라.

일단의 논 반 토막을 잘라 내어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이다.

12~13층 올랐는데, 16:00 석양 그림자가 근 100 여 미터에 이르고 있다.

헌즉, 저 근처의 논은 필경 소출이 반감하고 말리라.

헌데, 허가 층수를 보니 17층이란다.

그렇다면, 다 지어지고 나면,

인접 논은 큰 타격을 받고 말리라.


어떤 자가 수십 년 째 미뤄두었던 도로 개설까지 해가며,

저 멀쩡한 농토를 뭉개고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인가?

우라질, 사람도 적은 이곳 시골 동네에, 17층씩 지을 일이 있는가?

경관 좋은 시골 동네에 흉물 하나가 나타난 것이 아니랴?

땅값이 오르기는커녕 나 같으면,

근처 이런 건물이 들어서면,

돌아보지도 않고 외면하고 말리라.


내가 어쩌다,

타지 시골을 지나다 보면,

덩그란히 아파트가 올라선 것을 보며,

혀를 차며, 왜 저리 한적한 곳에 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가 하였다.

헌데, 이게 여기 시골에도 가까이 이런 흉물을 마주하게 되었음이다.


어지간하니 잇속이 꾀바른 업자이겠거니 생각하였다.

헌데, 가까이 가보니, 시행자가 한국토지신탁이란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모기업이다.

이 회사는 소위 주공(대한주택공사)과 토공(한국토지공사) 등이 합친 회사이다.

정부가 대주주이다.

헌즉 한국토지신탁은 모기업이 표방한 공적 사업에서 벗어나,

사적 영리 사업을 행하는데 한껏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실제 이 子기업은 코스닥에 상장도 되었고,

금융투자업 인가도 받아,

완연 민간 기업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공기업이 子기업을 두어,

이리 눈 가리고 아웅 하여도 좋은가?

나는 도대체 이 희한한 곡절을 잘 모르겠구나.


하기사 대학교도,

각종 이권 사업체를 운용하고,

교회도 건물 임대사업하고, 별 짓을 다하는 세상인데,

나는 무엇을 새삼 분개하고 있음인가?

물정도 모르는구나.


아파트가 동棟끼리 이것은 뭐 닭장처럼 빼곡히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리 지어도 허가가 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소싯적부터 업무상 강남 일대를 샅샅이 훑고 다닌 이라,

아파트에 대하여 어느 정도 기본 상식을 가지고 있다.

근처 전원주택보다 더 가까이 인접 동이 가까이 지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 살면 너무 답답하여 몸살이 나겠구나 싶다.

요즘은 이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도,

이리 동간 상거 거리가 밭아도,

건축허가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가 보다.

과시 이는 입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애오라지 건축업자의 편리를 돌보기 위해서,

건축법과 관련 토지공법이 바뀐 것이 아닌가?

과시 천박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라 하겠다.


여기 시골은 인구가 늘지 않아,

몇 년 전에는 열차 편성을 감편하겠다 한 적도 있다.

하여 주민들이 열을 올리며 반대 시위 피케팅을 한 적도 있다.


게다가 나라 인구 자체가 줄어든다고 난리인 실정이다.

물론 전철이 인근에 개설되어,

차후 수도권 인구가 들어올 요인은 있다한들,

이곳은 아직까지는 인구 유입이 적은 곳이다.

도대체가 앞뒤가 어긋나길 여반장이라,

한편으론 열차 감편하겠다 하고,

일편으론 전철을 놓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어쨌건, 그것은 저들 영리를 목적으로 움직인,

사업체가 판단할 일이다.

허나, 저리 멀쩡한 농토를 깔아뭉개어도 좋은가?

이에 대하여는 농부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어찌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여긴, 연천군에서 제일 큰 역내 지역이라,

쉽게, 개발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망국적 정권이 그린벨트 풀듯이,

절대농지까지 마구 뭉개며 풀어도 되는 것인가?

한번 빗장을 풀어재끼면,

나중에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수 백년래 형성된 논이 사라져 가는 현장.

나는 어제 두 번에 걸쳐 거푸 그곳을 서성이며,

장탄식을 금치 못하였다.

주공이란 공공기관이 토지신탁이란 자회사를 만들어,

사기업이란 고깔모자를 쓰고서는, 

여느 기업처럼 사적 이익을 챙기는데 골몰하는 현장.


이 희화화된 역사 현장이 나는 너무 낯설다.

아니 낯설음을 넘어, 눈가에 슬픔이 고인다.

아니 슬픔을 넘어 가슴에 분노가 인다.

아니 분노를 넘어 저 깊은 뱃속으로부터 욕지기가 올라온다.


이 더러운 자본 논리를,

정부가, 국가가 지지하고 부추기고 있는 역사 현장.


도대체 촛불은 왜 들었는가?

왜 그 추운 겨울에,

우리는 울분을 토해내었는가?


문가 정권이 너무 밉다.

시민들의 푸르른 열정을 배신한 저들.

피를 토하는 저 붉은 원망(願望)을 네다바이한 저들 무리들.

나는 결코 저들을 용서하기 힘들다.


이 벌판에 서서,

나는 이 잔인한 욕망의 변주곡을 들으며,

자그마한 두레박을 

나의 깊은 우물에 던져,

슬픔과 분노를 함께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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