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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도원과 일모도원

소요유 : 2018. 12. 28. 22:45


임중도원과 일모도원


작금 임중도원(任重道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말이다.

우선 이 말이 출처를 따라가 온전히 그 뜻을 살펴본다.


士不可以不弘毅,任重而道遠。仁以為己任,不亦重乎?死而後已,不亦遠乎?

(論語·泰伯)


“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세지 않을 수 없다.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의 실천을 자기의 임무로 여기니, 

이 또한 무겁지 않으랴?

죽은 후라야 그치니,

이 또한 멀지 않으랴?”


논어는 주인공이 당연 공자다.

거기 제자들도 등장하니, 

증자 즉 증삼 역시 공자의 제자이다.

헌데, 여기 증삼이 아니고 높임말인 증자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를 두고 의심을 일으키는 이가 계시다. 

논어를 엮을 때, 증자의 개입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쨌건 그것은 별도의 주제이니,

다음으로 돌려 남겨두자.


교수신문에 이를 추천한 이유를 들어보니

“문재인 정부에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달라"는 당부요 경고라고도 했다.


교수들은 아직도 문재인 정권에 미련이 남아 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구나 싶다.


그런데, 여기 임중도원보다 더욱 극적인 사자성어가 있으니,

나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일모도원의 출처를 살펴보자.


卻說申包胥自郢都破後,逃避在夷陵石鼻山中,聞子胥掘墓鞭屍,復求楚王,乃遣人致書於子胥,其略曰:子故平王之臣,北面事之,今乃僇辱其屍,雖云報仇,不已甚乎?物極必反,子宜速歸。不然,胥當踐「復楚」之約!

伍員得書,沉吟半晌,乃謂來使曰:「某因軍務倥傯,不能答書,借汝之口,為我致謝申君:忠孝不能兩全,吾日暮途遠,故倒行而逆施耳!」使者回報包胥,包胥曰:「子胥之滅楚必矣。吾不可坐而待之。」想起楚平王夫人,乃秦哀公之女,楚昭王乃秦之甥,要解楚難,除是求秦。乃晝夜西馳,足踵俱開,步步流血,裂裳而裹之。奔至雍州,來見秦哀公曰:「吳貪如封豕,毒如長蛇,久欲荐食諸侯,兵自楚始。寡君失守社稷,逃於草莽之間,特命下臣,告急於上國,乞君念甥舅之情,代為興兵解厄。」秦哀公曰:「秦僻在西陲,兵微將寡,自保不暇,安能為人?」包胥曰:「楚秦連界,楚遭兵而秦不救,吳若滅楚,次將及秦,君之存楚,亦以固秦也。若秦遂有楚國,不猶愈於吳乎?

(東周列國志)


춘추시대 오월동주의 오나라, 월나라, 그리고 초나라에 얽혀든

비운의 사나이 오자서(伍子胥).

원래 오자서는 초나라 사람이었으나 평왕에게 온가족을 살해당한다.

오나라로 망명하여 절치부심하던, 그는 마침내 초나라를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든다.

그러나, 이미 평왕은 능속에 누워있었다.  

오자서는 평왕의 능침을 헤쳐, 죽은 시신을 꺼내고

채찍질로 어육(魚肉)을 만들어 버린다.

한 때 초나라에서 함께 평왕을 섬겼던,

초나라의 신하 신포서는 이런 오자서를 타이른다.

그 때 오자서는 그 유명한 일모도원(日暮道遠) 운운하며

자신은 이미 늙어 시간이 없음이니, 도리를 거꾸로 뒤집어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탄식한다.


바로 이 장면만 꺼내 음미해본다.


忠孝不能兩全,吾日暮途遠,故倒行而逆施耳!


“충효를 함께 겸전할 수 없는,

지금 내 처지는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격이다.

고로 거꾸로 역행할 수밖에 없다.”


여기 보면, 일모도원 바로 다음에 도행역시(倒行逆施)란 말이 나온다.

하여 도행역시(倒行逆施)도 그 출처가 여기가 되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오자서가 초평왕 시신을 찾아내 원수를 갚는 장면을,

음미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用水銀殮過,膚肉不變。員一見其屍,怨氣沖天,手持九節銅鞭,鞭之三百,肉爛骨折。於是左足踐其腹,右手抉其目,數之曰:「汝生時枉有目珠,不辨忠佞,聽信讒言,殺吾父兄,豈不冤哉!」遂斷平王之頭,毀其衣衾棺木,同骸骨棄於原野。髯翁有讚云:怨不可積,冤不可極。極冤無君長,積怨無存歿。匹夫逃死,僇及朽骨。淚血灑鞭,怨氣昏日。孝意奪忠,家仇及國。烈哉子胥,千古猶為之飲泣!

(東周列國志)


이 장면은 실로 충격적이어서,

내 뇌리에 강한 인상으로 남겨져 있다.


헌즉, 바로 모두 번역하여 옮겨두며,

함께 나누고자 한다.


(※ 참고 

이 장면에 앞서, 

오자서는 초나라에 쳐들어 가서는, 군사들을 시켜,

호수 밑에 숨겨 묻은 죽은 평왕의 시신을 찾았으니,

이 귀절들은 그 다음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網上圖片)


“염한 시신을 수은으로 처리하여, 피부가 하나도 변색이 되지 않았다.

오자서가 그 시신을 보니, 원한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았다.

손에 구절동편(九節銅鞭)을 쥐고, 삼백 번 내리쳤다.

살은 문드러지고, 뼈는 부려졌다.


다시 발로 그 배를 밟고, 손으로 그 눈알을 뽑았다.


‘너는 생전에 비뚤어진 눈을 가졌기에, 

충신을 못 알아보고, 간신을 믿고, 내 아버지와 형님을 죽였으니,

’어찌 원통하지 않을쏜가?”


마침내 평왕의 머리를 자르고, 

그 수의와 이불 벗기고, 널을 부수고,

해골을 들판에 버렸다.


염옹이 이를 찬탄하여 시를 읊었다.


‘남에게 원한을 쌓지 말고,

남의 원통함이 극에 이르게 하지 말라. 

원통함이 극에 이르면 임금도 없나니,

원한이 쌓이면, 살아있고, 죽어 있고가 문제가 아니 된다.

필부는 죽음을 면했으나,

임금의 시체는 다시 죽임을 당했도다.

피눈물을 흘리며 매질을 하니,

원한으로 하늘이 어둡도다.

효도 때문에 충성을 잃었으며,

가문의 원수가 나라에 미쳤도다.

매섭구나 오자서여,

천추가 지나도 외려 눈물을 삼키는도다!’"


헌데, 오자서의 이런 행동에 대하여,

선인들의 평가가 여러가지라 여기 잠시 소개를 한다.


사마천(司馬遷)은 이런 평을 하였다.


怨毒之於人甚哉


"원수에게 품은 원한이 참으로 심하구나"


헌데, 공자(孔子)는 학인 하나가 이 일에 대하여 묻자,

이리 말하였다.


子之復仇,臣之討賊,至誠感天,矯枉過直。乳狗哺虎,不計禍福。大道不誅,誅首惡。子胥笞墓不究也。

(越絕書)


"오자서의 원수를 갚음과 (자식으로서, 부모의 원수를 갚는 일)

신하로서 적당(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하시는 바다.

(허나) 굽은 것을 고치려다 외려 곧음을 지나쳤다.

(※ 矯枉過直 출처가 바로 여기가 되겠다.)

개를 먹이고, 호랑이를 키움엔 그 화복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하늘의 대도는 벌을 아니 줄 수도 있지만, 악의 수괴를 벌하기도 하는 법.

오자서의 태묘(笞墓 - 채찍으로 무덤을 때리는 행위)의 일은,

기왕불구(既往不究)라 이미 지난 일이니 더는 따질 일이 아니다."


공자는 오자서의 태묘 일을,

더는 따질 일이 아니라 하시며,

판단을 유보하였은즉,

공자로부터 인가를 받았다고 보는 평자도 있음이다.


촛불 시민들의 그 열망을 기억하는가?

가녀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불이지만,

시민들 가슴에 품은 분노와 한은,

저 오자서의 마음과 다름이 없었다.


시민들이여,

이때의 그 차가운 분노, 뜨거운 열망을 벌써 잊었는가?


이 땅의 교수들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이란 말을 앞세웠지만,

그들이 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는 변을 들어보니,

한참 한가하구나 싶다.


노무현이 대권을 쥐었을 때,

서민들의 기대는 대단하였다.


하지만,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 

그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이리 뱉어내었다.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그는 도청이 본질이라며,

재벌 발치에 엎어지며 시민을 배신하였다.


기억하는가?

그는 대선 선거운동 당시,

시민들의 돼지저금통을 빌어, 선거를 치루겠다 하였다.

그리고는 감읍하며 전달식 이벤트를 치루기도 하였다.

이런 한 편 다른 검은 손으로는 재벌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

당시 그는 한나라당보다 십분지 일 넘게 받았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 공언까지 하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시민들은 저들을 버렸다.

이에 따라, 그를 옹위하던 이들은 모두 역사의 수챗구멍으로 쓸려나갔다.

저들은 스스로를 폐족이라며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그리고 노 그 자신은 부엉이 바위 위에서 떨어지며 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십년 자한당에게 정권을 내주었다.


오늘날 저들은 다 동굴 속에서 기어 나와,

깃발 높이 탄 가마 타고, 벽제(辟除) 잡이 앞세우고 길을 나서는,

고관대작으로 복귀하였다.


시민들은 그 엄동설한에 가냘픈 촛불 하나에 의지하였지만,

手持九節銅鞭,鞭之三百라, 

손에 구절동편(九節銅鞭)을 쥐고, 삼백 번 내리치듯,

마음에 세운 큰 결기로, 부패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 힘들게 빼앗은 권력을,

지금의 문정권은 거의 어부지리로 차지하게 되었다.


헌데, 교수들은,

임중도원이란 그럴싸한 사자성어를 빌리긴 하였으되,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달라“

이리 당부를 하고 있다.

참으로 한가한 이들이라 할 밖에.


대저 觀其果而知其樹라, 

그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다 하였음이다.


아직도 더 기다릴 정도로,

촛불 시민이 부여한 임무가 가볍단 말인가?

한가하게 당부를 할 정도로,

갈 길이 가깝단 말인가?


이는 과시,

갈바람에 우쭐대는 허재비 같은 교수 집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曾子仕於莒,得粟三秉,方是之時,曾子重其祿而輕其身;親沒之後,齊迎以相,楚迎以令尹,晉迎以上卿,方是之時,曾子重其身而輕其祿。懷其寶而迷其國者,不可與語仁;窘其身而約其親者,不可與語孝;任重道遠者,不擇地而息;家貧親老者,不擇官而仕。故君子橋褐趨時,當務為急。傳云:不逢時而仕,任事而敦其慮,為之使而不入其謀,貧焉故也。《詩》云:「夙夜在公,實命不同。」

(韓詩外傳)


여기 나오는 任重道遠을 찾아내어, 즉,

任重道遠者,不擇地而息;家貧親老者,不擇官而仕

이 문구가 이번에 덩달아 함께 소개 되고 있다.


허지만, 이리 토막을 쳐서,

끊어내고 해석을 하고 마니,

자칫 크게 그릇되어,

그 이해가 엉뚱한 곳에 머무르게 될 우려가 있다.

하여 내 의견을 남겨,

이를 경계코자 한다.

 

우선 任重道遠者,不擇地而息;家貧親老者,不擇官而仕

이 문구만 해석을 해본다.


“맡은 일이 무겁고 갈 길이 먼 사람은 땅을 가리지 않고 쉬고,

집안이 가난하고 늙은 부모를 모시는 자는 관직을 가리지 않고 벼슬한다.”


그런데, 이것 인간적으로 그럴 쌍 싶은 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만약 집안이 가난하다고, 가리지 않고 벼슬을 탐한다면,

제 능력을 벗어난 일이 되거나, 삿된 일에 끼어들 소지는 없겠음인가?

게다가 만약 저 무거운 짐이 공적인 일이라 한다면,

진땅이라 슬쩍 피하여 가고,

마른 땅만 골라 걸으며,

그저 힘들다고 아무 데나 쉬어가고서야,

어찌 일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겠음인가?


무릇 擇地而行라,

무거운 임무를 짊어진 자는,

가려 행할 것을 염려하여야 할 일이지,

아무데나 자빠져 쉴 일이 아니다.


懷其寶而迷其國者,不可與語仁;窘其身而約其親者,不可與語孝;


재물을 탐내는 자가 벼슬을 하게 되면 나라를 혼미하게 할 것이니,

仁을 논할 수 없으며,

가난하고 부모를 봉양해야 할 위치에 있다면,

효에 대하여 말할 것이 없다.


만약 재물에 욕심이 나거나,

부모를 공양하기 위해,

부득불 무슨 관직이라도 얻어야 할 입장이라면,

나라의 큰 임무를 맡지 말고,

그저 여곽(藜藿)

즉 명아주잎과 콩잎과 같은 변변치 못한 음식 정도를 해결할 정도의,

관직에 머무를 일이다.

아니, 농부가 되거나 장사를 할 일이지, 관에 들어설 일이 아니다.


되지도 않을 욕심을 내어,

대권(大權)을 쥐어 나라를 결딴낼 일은 아니지 않은가?


무리 지어 권력 다툼하느라, 적폐청산을 내팽개치고,

제 일신의 영달과 안녕을 위해 매진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달라“


이런 식의 당부를 하고 있는 저들 교수들이야말로,

작금의 중임(重任)을 방기하고,

분란만 일삼는 이들과 거지반 의식 수준이 같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당부가 아니라, 방임에 가까운 그저 한가한 수사에 불과하다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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