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를 풀과 함께 키우는 기본 이치 ⅰ
내가 수년 관찰을 해보니까 사람들이란 위생관념이 있어서인지,
풀을 보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을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한다.
(※ 참고 글 : ☞ 여성과 위생, 그리고 제초에 대하여)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열 중 열은 넘어지는 방향 반대로 급히 핸들을 틀게 된다.
그러면 영락없이 쓰러지고 만다.
이 때 옆에서 지켜보던 이가 큰 소리로 외친다.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하면 그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라.'
그러면 이내 자전거가 바로 선다.
자전거를 배우려 올라 탄 이는 겁에 잔뜩 질려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핸들을 바로 틀지 못한다.
산속에서 멧돼지를 만날 시 겁이 나서 곧바로 뒤로 돌아 등을 보이며 달아나기 바쁘다.
이러면 곧바로 녀석의 표적이 되고 만다.
무릇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전격 그 가운데로 뛰어들어 눈을 치켜뜨고 대적하는 것.
상대도 역시나 겁을 먹고 있기 때문에 이리 작정하고 기세 좋게 나가면,
승산은 이쪽으로 부쩍 기운다.
그런데 풀은 적은커녕 친구이기도 하니,
바로 서서 가까이 하면 친근해질 수 있다.
다만, 해보지도 않고 사람들은 지레 짐작으로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걸며 뒤로 물러서고 만다.
대저 헤엄치는 것을 배우려는 자는 물을 여의고는 하나도 이루는 바가 없게 된다.
도대체가 풀이라는 게 사람 손으로 제어가 되질 않는 것이라,
풀은 사람의 뜻을 헤아려 알아주지를 않는다.
소라면 고삐라도 채울 테지만 풀은 어찌 할 것인가?
나는 바로 이 부근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개 풀하고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온 밭을 비닐이니 부직포 따위의 방초포로 덮어버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저리들 방초망을 깔아놓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풀이 나도 괜찮은 곳은 방초망으로 덮고,
풀이 나면 곤란한 나무 밑 부분은 덮질 않는다.
그러자 덮지 않은 이 부분에 눈에 거슬리게도 풀이 많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다시 나무 밑 부분에 나는 풀을 제압하기 위하여 온갖 고생을 한다.
급기야, 어떤 분은 동지섣달 칼바람 앞에 동저고리 고름 여미듯,
나무가 빠끔 얼굴을 내밀게 하고는 나머지 전체를 꽁꽁 처매기도 한다.
하지만 방초망을 깐 자리도,
그 위에 풀씨가 날아들면 몇 년 후엔 그 위에도 풀이 무성하게 자라기도 한다.
실제 인근 농장은 방초망으로 중무장을 하였는데도 풀이 나자,
연중무휴로 예초기를 돌리곤 한다.
저 농장은 저보다 예초기 사용하는 횟수가 사뭇 많다.
혹간 유목기를 지난 성목기엔 풀과 함께 키울 수도 있겠다는 분이 계시다.
성목이 되면 크라운이 발달되어 나무 밑동 언저리엔 풀이 나지 않으리란 예상이리라.
하지만, 크라운이 발달하였다 하여도 밑동에 풀이 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항차 콘크리트 위에도 풀이 나는데 나무 그늘이라고 풀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내가 접근하는 방법은기본적으로는,
"풀이 나도 괜찮은 곳은 방초망으로 덮고,
풀이 나면 곤란한 나무 밑 부분은 덮질 않는다."
이 방법을 완전히 거꾸로 하는 것이다.
즉 ,
"풀이 나도 괜찮은 곳은 풀이 마음대로 자라도록,
풀이 나면 곤란한 나무 밑 부분은 풀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나는 세상 사람들과 정반대의 길로 나아갔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풀과의 공존에 성공했다.
나무 밑동 부분에 풀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적당한 재료로 멀칭을 하는 것인데,
가령 풀 잔사, 우드칩, 왕겨 따위로 덮어주는 것이다.
물론 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는 차차 논의하도록 하자.
지금 한창 장마철인데도 나무 밑동엔 거의 풀이 나지 않고 있다.
(※ 식재 2년차分 : 밑동 풀을 제어한 모습)
하지만 나는 지금은 도리어 나무 밑동에도 풀이 나게 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풀이 전혀 없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판단되어,
이젠 거꾸로 풀이 좀 자라도록 하려 한다.
번무하면 곤란하지만 견딜 정도라면 자라게 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아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중 정립이 되면 이곳을 통해 차차 소식을 전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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