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침탈

소요유 : 2020. 7. 19. 11:45


지난번에 언급하였던,

농장 인근의 신축 아파트가 근래 완공되었다.

(※ 참고 글 : ☞ 아파트)


공사하는 중 소음으로 상당히 시달렸다.

하여, 저들을 호출하여 상당하는 소음 차단 시설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초급 현장 기사 하나가 나를 상대하는데, 

이 자가 사물의 물정을 모르는 영 허재비다.

하여 엄히 나무라자, 급기야 현장 소장이 나를 방문하였다.

역시 배운 자는 사뭇 다르다.

이치를 발라 소명하고, 예를 갖춰 사과를 하였다.


그것은 그렇고, 

이제 아파트가 제 모습대로 곧추 서서 꼴을 갖추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후에 소문을 들으니,

제법 브랜드가 알려진 업체가 지은 것이라 그런지,

300가구 분양이 모두 완료되었다 한다.


군에선 이들을 적극 지원하여,

단지 앞뒤로 신작로(新作路)를 개설하고,

버스 노선도 별도로 짜서, 이들을 둘러 가도록 조치하였다.

기실 인구가 적은 여기 군의 입장에선,

300가구면 제법 헤아릴 만한 규모라 하겠다. 


나는 이들이 들어서며, 주위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호기심을 넘어 사회, 환경학적 관심 단위를 유지하며 유심히 관찰하였었다.

신작도로 변에 심은 가로수를 보자하니,

분을 뜨고, 돌돌 감아놓은 끈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심은 것을 목격하였다.

이게 자연분해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설사 그렇다한들, 

그대로 땅에 묻고마는 그 무신경에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차후 고사가 되기라도 한다면,

이게 원인 조건의 하나가 되고도 남으리라.

사진을 박아두었다.


입주가 차차 늘어나자,

내가 그리도 혀를 차며 걱정을 하던 일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앞서 저편 강변에 전원주택이 늘어나며, 제법 큰 단지를 형성하자,

주택마다 너른 입지(立地)임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늘어선 것을 목격하곤 하였다.

아니, 왜 차량을 제 집 울안에 넣지,

밖에다 주차를 하고 마는 것인가?


제 집 한 톨 마당을 아끼고자,

공적 영역을 침탈하며 다중의 불편을 돌보지 않고,

제 욕심을 채우려는 저 짓이 얼마나 흉한가 말이다.


바로 이런 모습이 이 아파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입주가 거의 끝나가자,

단지 앞, 뒤로 개설된 신작로가 저들 입주민의 차량으로 무단히 점령당하고 말았다.

내가 어느 날, 거기 아파트 주차장을 들어가 보게 되었다.

저녁이었는데, 주차장은 거의 만차로 차량이 가득 하였다.

그러니, 이게 넘쳐 밖의 도로까지 흘러나오게 된 것이리라.



(신축 아파트 앞뒤로 개설된 신작로는 아파트 입주민의 차량 주차로,

이미 반, 아니 그 이상의 효능이 상실되어버렸다.

기능상 2차선 도로가 1차선 도로로 바뀌어버리고 만 폭이다.

누구를 위한 도로인가?

관리청은 이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아파트 신축 시행규칙에 따라,

가구당 채비하여야 할 주차 용량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이게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입주민 차량이 많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새로 개설된 도로가, 저들 입주민을 위한 것만이 아닐지언대,

귀한 군 예산을 쪼개 투입한 공적 공간이,

소수의 사적 이해에 복무하게 된다면,

이는 집행의 목표에 사뭇 어긋나는 일이라 하겠다.


아울러, 사후 도로 유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도로 기능 발휘도 기대할 수 없다.

고착되어 더 늦기 전에 단도리를 하여야 하리라.


군 예산이 권한 없는 소수의 사적 이해 집단을 위해 낭비될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도로는 만민이 사용하는 것이라,

원활한 이용이 방해받는다면, 

당국은 이를 제거하여, 본연의 기능을 회복토록,

관리 능력 자원을 적극 투하하여야 한다.


이런 공적 압력이 바로 작동할 때라야,

차후 정당한 사적 계산이 헤아려지고,

자발적 부담 동기가 생기게 되는 법이다.


이게 아니 되니까, 법은 법대로 형해화되고,

억지 부리며, 염치없이 사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若是、則群臣廢法而行私重,輕公法矣。數至能人之門,不壹至主之廷;百慮私家之便,不壹圖主之國。

(韓非子)


“이와 같이 되면, 

신하들은 법을 폐하고, 사적 이해에 치중하며, 공법을 가벼이 여기게 됩니다.

실력자의 집엔 빈번하게 드나들지만,

군주의 조정엔 한 번도 나오지 않게 되며,

실력자의 편의는 백가지로 염려하지만,

군주의 나라 일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아,

이 얼마나 옳은 말인가?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아라.

실권자의 비윗장 맞추기에 여념이 없는 간신모리배들이 창궐하고 있지 않은가?

한 때의 그늘 시절 그토록 정의로운 양, 

그리 입술을 베틀 북처럼 달싹거리던 이들이,

이제 집권 세력이 되자, 권력에 아부하고자,

됫박을 밀고, 저울대를 자르며,

패거리들의 죄상을 깎고, 덮기기에 혈안이 아니던가?


아아, 그러함이니,

자고로 법은 정실(情實)에 매일 것이 아니라,

그 곧음에 비추어 바름을 추구해야 하는 것.

이는 모두 군주, 즉 최고 책임자의 소임이라 할 터.


이게 아니 된다면,

그들에게 별도의 방 꾸며 주고,

기분 좋게 하러 여성 비서 붙여주고,

월급 많이 주며,

시민들이 저들을 굳이 기를 까닭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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