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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變態)

농사 : 2020. 7. 30. 10:39


변태(變態)


올해 매미나방 창궐로 피해를 본 농가가 적지 않다.

우리 농장엔 피해가 없다.

이는 블루베리가 제 품성대로 자라 건강하고, 생물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이 확보된 결과라 믿는다.

자연재배는 실로 대단한 것이다.


흔히 친환경 재배 운운하지만,

주막집 밖으로 내다 건 주기(酒旗)처럼,

달고 시원한 탁주를 선전하지만,

뒤꼍에선 먹다 남은 술 붓고, 맹물 타고, 내놓기 일쑤이듯,

안팎이 부동하기에 모두 다 믿을 수 없다.


게다가 지저분한 텁석나룻 사내 녀석들은,

주둥이에 시뻘겋게 입술연지를 바른 주모의 아양에 넘어가기 일쑤인 바라,

도대체가 까짓 물 탄 탁주가 대수가 아니라 여기고,

야밤 나방 모이듯 화톳불로 모여드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비료를 밭에 투하하면,

생물 다양성 환경은 깨지고 만다.

이에 따라 병충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내가 아는 블루베리 농가가 있다.

그는 올해 농사를 접었다.

매미나방이 나타나 모든 잎을 갉아 먹었기에,

앙상하니 가지만 남았은즉, 결과(結果)가 있을 수 없다.

그 농장도 풀을 키우며 친환경으로 재배를 한다고 선전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농장 한켠에 비료 부대가 쌓여 있고,

유기질 비료는 물론 화학비료를 처넣고 있는 것을.


아아,

나는 안다.

요란스레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운운 하며 주기(酒旗)를 밖에 내다걸고들 있지만,

이들 중 여럿, 울 뒤에 숨어 뒷전에서 야릇한 짓을 하고 있음을.


친환경 농사는 그저 단순한 농법(農法), 기술(技術)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유기질 비료 넣고, 친환경 농약을 넣는다하여 유기농법인 게 아니다.

친환경 농사는 농부의 마음보가 먼저 바뀌어 있어야 한다.

하기에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 하는 것이다.

을밀농철은 그러하기에 농사, 농법이 아니라 농철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저들은 매미나방이 농장을 덮치자.

온 식구가 동원되어, 젓가락이나 집개로 쐐기처럼 생긴 이 유충을 잡아내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게 유목(幼木)이라면 어찌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만,

성목(成木)인 경우엔 인력으론 막감당이다.

급기야 멀겋게 눈을 뜨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잎이 다 없어지고, 가지만 남았은즉,

먼 하늘 쳐다보며, 앙가슴을 태웠을 뿐이다.


헌데, 6월 중순이 지나자,

새순이 돋고 다시 잎이 나기 시작하였다.

농장주들은 이제 한 시름 놓았다 생각할 것이다.

어림없는 일이다.


나방은 알-유충-번데기-성충의 4태(四態)의 라이프사이클을 건넌다.

이게 소위 변태(變態)란 것이다.

(※ 卵, 幼蟲, 蛹, 成蟲

이 4가지 변전상을 모두 거치는 것을 완전변태라 하고,

용(蛹, 번데기) 과정이 없는 경우를 불완전변태라 한다.

곤충의 45%-60%는 완전변태의 비율을 보인다.)

우리가 성적(性的)으로 나대며,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을 일러,

흔히 변태라 하는데, 한자 역시 같은 글자를 쓴다.

인간은 벌레와 같은 변태과정을 지나지 않는다.

헌데, 개중에 바로 이 벌레처럼 야릇한 변태 과정에 놓인 자들이 있는 것이다.

벌레보다 못한 녀석들이다.


지금 저들 농장에 벌레가 없어진 듯 보이는 것은,

바로 변태 때문이다.

다 자란 유충은 6월 중순~7월 상순에 번데기가 되고,

약 15일 후 성충으로 우화한 뒤,

7~8일 정도 생활한다.

그러함이니, 지금은 농장에 일시 유충인 벌레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성충 즉 나방도 식물에 흡즙 등의 방식으로 해를 가하지만,

유충이 잎을 갉아먹는 식엽(食葉)의 가해(加害)엔 미치지 못한다.


(출처 : butterfliesandmoths.org)


그런즉,

지금 유충이 사라졌다고,

저들이 모두 떠났다고, 안심할 노릇이 아닌 것이다.

어찌 대처할 것인가, 연구하고 방책을 마련하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한번 벌레가 출현한 농장은, 두 가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하나는 일 년 내내 예찰하고, 방제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제까지의 농사짓는 태도를 점검하고,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부를 더 하여야 한다.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는데,

내 농장에선 도대체가 벌레가 거의 없은즉,

이를 실험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선 이야기를 더는 풀어놓지 않고자 한다.


블루베리는 여느 작물보다 성체가 단단하여 벌레들로부터의 가식성(可食性)이 떨어진다.

하기에 제대로 키우면 벌레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천하의 블루베리 농장들을 두루 살피건대,

대개들 그 본성을 거슬려 연성(軟性)으로 만들고 있다.

가히, 장탄식을 금할 수 없다 하겠다.


이제라도,

바른 태도를 갖추고,

올바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변태 노릇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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