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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농담(陣中弄談)

소요유 : 2020. 9. 13. 17:12


진중농담(陣中弄談)


본래 전쟁터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모두들 긴장하고, 사나와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선에 선 사졸들이나 혹 그러할까?


장수급 정도가 되어서도, 이리 신경이 곤두서면,

외려 머리가 돌지 않고, 손발이 경직되어,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음이니 곤란하다.


그러한즉 유능한 장수일수록, 아무리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되어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아랫배에 묵직한 천근추(千斤錐)를 달아놓고, 부동명왕(不動明王)이 되어 자리를 엄히 지킨다.


지금 추미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국을 보면,

여긴 장졸(將卒)이 하나 같이 뻘밭 속에 들어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사태에 대한 이성적 분석이나, 객관적 판단이 실종 되버리고,

그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내 편일지라도, 그른 것은 그른 것일 터.

설혹 자기편을 싸고돌지라도, 

일점일지언정 합리적 근거를 들어 변호하여야 할 터인데,

무작정 감싸고, 비판 세력을 무지르기 바쁘다.


천박하다.


아, 미망이어라.


게다가 권력자들이 흩뿌리는 뽕맛에 젖은 하삐리들은,

저들의 장단에 놀아나며, 

마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우쭐거리고 있다.

이것은 뭣 홍기 청기 흔들며,

운동경기에 취한 양 싶은 몰골들이다.


저들에게 오대조 할아비가 혹 멀건 죽 한사발이라도 얻어먹었단 말인가?

무슨 얽힌 사연이 깊기에, 넋을 저당 잡히고,

저들이 손에 쥐어준 홍기 휘두르며 앞장 서 내달을 수 있겠음인가?


설혹 우리가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한들,

그게 저들의 노예가 되고자 함인가?

개별 인격 주체로서의 정치적 가치를 지키고,

이를 저들을 앞세워 펴고자 함이 아니던가?


헌즉 저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아무리 지지 정당 소속인일지라도,

되우 꾸짖어, 고쳐 잡아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그저 패거리 짓고,

무작정 역성들기 바쁘고, 

향취불분(香臭不分) 경배(敬拜)를 바친다.

저들은 낱낱의 인격 주체로서의 시민이 아니다.

이것은 뭐 거의 팬덤일 뿐이다.


이와 관련되어 내가 얼마 전에도 엇비슷이 직접 경험한 일이다.

이를 여기 소개해둔다.


명진이라 부르는 어떤 스님 하나가 있다.

그의 영상을 보는 중,

내가 끼어들어 한마디 내뱉었다.


우선 배경 설명을 먼저 해둔다.


문제의 그 명진은 반살림 결제 때,

성철 스님을 앞에 두고, 이리 물었다 한다.


‘성철의 목을 한 칼에 쳐서 마당 밖에 던졌습니다.

그 죄가 몇 근이나 됩니까?’


그러자 성철이 이리 대답하였다 한다.


‘백골이 연산이다.’ - 白骨連山


절집 풍속엔 이런 정도의 거래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명진이 고백하듯이,

풋중 시절에 그저 객기로 저리 나섰음이니,

과시 어린 아해가 생철로 만든 칼로,

관운장에게 덤빈 격이라 하겠다.


이 이야기를 먼저 깔아두고,

이제 문제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본다.


유신시절 명진이 거제도로 내려가 김신부를 만난다.

독재정권에 맞서는 이 둘이 자리를 함께 하였음이니,

음식이 차려지고, 술이 돌려졌다.

거나해지자, 그 자리에서 김신부와 명진이 형님 아우를 정하자는 의론이 나왔다.

김신부가 한 살 많으니 자신이 형님을 하겠다 하니,

명진은 도를 닦는 이들끼리 그래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도력으로 결정하자고 제안을 한다.


하여 양인은 겨루게 되었다.


1. 욕을 누가 잘하나.

2. 노래를 누가 잘하나.


헌데, 욕도, 노래도 명진이 다 잘했다.

그러자 김신부가 명진에게 묻는다.


‘세상의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서 감옥 한 번 가봤소?’


당시 명진은 감옥을 가본 적이 없다 한다.

그 후 명진은 이리 원을 세운다.


‘필연코 나는 감옥을 갈 것이다.’


이 영상 아주 재미있다.

헌데, 내가 이를 지켜보다 은근히 심술이 일었다.


도를 닦는다는 이들이 형이 되겠다 다투는 것도 우습다.

이게 농짓거리인줄 알지만,

그 의식의 밑바탕으로 들어가면,

저들이 천하를 줄 세우고,

아만(我慢)에 쩔어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 참고 글 : ☞ 나이와 물여우)


하여, 그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익히 예상하듯이 벌 떼같이 명진이 팬들이 달라붙으며 대들었다.


헌데, 영상 관리하는 이가 그 영상을 내려버리고는,

다시 새로 영상을 올렸다.

이로서 앞선 댓글들이 다 없어져버렸다.


글을 없애는 짓은 아주 서툴고도, 비열한 행동이다.

게다가 명색이 도를 닦는 이들이 이리 얄팍하게 놀아나다니,

하여 이를 나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나를 상대로 여럿이 몰려들었다.


헌데, 내가 지적한 것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멋지게 설복하지 못하고,

그저 흉한 말만 늘어놓을 뿐이다.


마치, 조국, 추미애 수호하는 이들과 매한가지로,

사리를 따져 근거를 대며,

이치에 닿는 말을 내놓지는 못하고,

그저 상대를 겁박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말지 않던가?


똥인지, 된장인지 꼭이나 찍어 먹어봐야 아는가?

진실은 친소가 아니라, 바른 견처로 밝혀질 뿐인 것을.


이들은 그저 뽕돌이일 뿐,

내가 어찌 이들을 다루지 못할쏜가?


일찍이, 명진이 성철을 두고, 호기롭게 이리 말하였다 하지 않았던가?


‘성철의 목을 한 칼에 쳐서 마당 밖에 던졌습니다.

그 죄가 몇 근이나 됩니까?’


여기 성철은 이리 답했다.


‘白骨連山’


아아, 저 명진 팬덤들,

어느 하나 나서서 白骨連山이라 뱉어낼 위인이 없었던 것이다.


엄혹했던 유신 시절,

집회, 시위를 하며, 항거할 때,

이는 과히 전쟁터 진중이라 할 터.


전쟁터 가운데,

때론 고누도 두고, 바둑도 둘 수 있는 법.


진중농담(陣中弄談)이라고,

욕설 경기도 벌이고, 노래 자랑도 하며, 감옥 차수를 두고 겨룰 수도 있다.

其實玩笑中都藏著真話

기실 농담하며 웃는 가운데,

진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는 법.


그러함인데,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진중농담(陣中弄談)이라며 덧걸이를 내지를 자가 하나도 없었음이니,

저들이야말로 모두 허재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白骨連山


명진은 저 골짜기마다 너부러진,

저들의 해골을 수습하고 있음이더냐?


동영상 열심히 찍어 올리고,

감옥소 연신 들락날락한들,

도가 깊어지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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