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알 수 없어요

소요유 : 2008.04.28 08:32


요즘 들어 나도 모르게 부쩍 쓰곤 하는 말버릇이 생겼다.

“알 수 없지...”

이 말을 자주 쓰는 것 보니, 나도 한참 삭아가고 있는 것임이라.
주위에서 그런 나를 ‘알 수 없지’라 부르며 놀린다.
나는 그러지 말고 ‘수직의 파문’이라고 불러달라고 점잖게 주문한다.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 시를 대하면,
‘오동’, ‘이끼’, ‘탑’, ‘시내’, ‘연꽃’, ‘저녁놀’, ‘등불’ 등의 시어가 절절이 아름답고 곱다.
그런 것을 어찌 이리 정감어리게 제 자리에 놓아 결구(結構)하였는지 놀랍다.

주식강의 연재가 마감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다.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이니
이야말로 ‘알 수 없는’ 것을 두고 공연한 헛고생을 하고 있지 않음인가 말이다.

여기 고사 하나를 소개한다.

초나라가 제나라를 치려고 할 때다.
노나라 역시 초나라 편을 들어 움직이려 하는 중이었다.

노는 이들 나라에 비해서는 소국이나, 제의 서편에 인접하고 있어,
만일 초의 길잡이 노릇을 하면 제로서는 아주 곤란한 형편이다.

제왕은 사태를 우려했다.
이 때 장갈(張?)이라는 세객(說客)이 제왕을 뵙기를 청했다.

“이 문제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노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오겠습니다.”

세객들은 일종의 프리랜서들이라,
천하를 횡행하며 일거리를 찾아내, 이를 해결해주고는 벼슬과 밥을 얻었다.

장갈은 제왕의 신임을 받고 노에 가서 노왕을 알현했다.

노왕이 묻는다.
“어떤가 제왕은 아마 벌벌 떨고 있겠지 ?”

“그따위 일은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왕께 안됐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뭣이라, 안됐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

“그렇지 않습니까 ? 왕께서는 승자와 손을 잡지 않으시고 먼저 행동하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

“그렇다면 묻노니 제, 초 가운데 어느 쪽이 이긴다고 보는가 ?”

“그것은 하늘도 모르실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내게 안됐다는 말을 하는가 ?”

“제, 초는 세력이 엇비슷합니다.
노가 어느 쪽에 가담하든 이 정세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을 위해 생각해본다면,
지금은 형세를 관망하면서 두 나라를 싸우게 하여 이기는 쪽과 손을 잡는 것이 상책입니다.
초가 제를 이긴다해도 정예 군단을 잃고 말 것입니다.
남은 병력으로 천하의 제후를 상대할 힘이 없습니다.
제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에게 이긴다한들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왕께서는 온전한 노군을 이끌고 이긴 쪽을 편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의 존재는 제에게나 초에게나 한층 비중이 큰 존재가 되지 않겠습니까 ?”

“그럴듯한 말이야.”

노왕은 초에 편드는 것을 보류하고 철병하여 형세를 관망하기로 했다.

세상 일은 제 아무리 분석을 잘했다한들,
앞 일을 꼭 알아 맞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주가만 하여도 오죽하면 ‘귀신도 모르다’라고 말해지며,
‘개구리 뛰는 방향’, ‘계집 마음’, ‘주가의 방향’
이 삼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한탄한다.

한즉, 세상 일은 내가 최근 궁시렁 거리듯
‘알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주식투자 역시 이기는 쪽에 붙어야 한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있으면 우선은 사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유불리에 앞서 욕심이 동하여 무슨 주식이든 사고 보는 경우가 많다.
막상 이기는 쪽에 붙으려고 할 때면, 정작 실탄이 없다.
투자하지 않고 있는게 기회를 버려, 이내 손해를 보고 있는게 아니다.
365일 사시장철 나댈 일이 아니다.
꾹 참아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원래 병가(兵家)의 일이란 흉하고 위험한 일인 게다.
주식투자 역시 위험스러운 일이다.
삼가고 삼가 결정적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야 한다.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닌 게다.

‘알 수 없는 게다.’

이기는 쪽에 붙어야 한다.
그러러면 노왕처럼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 그럴싸한 방책이 된다.
노나라가 소국이듯이,
주식투자자 역시 시장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자다.
약자가 시장 전체를 상대로 무엇인가를 도모하려는 것이야말로
당랑거철, 섣부른 짓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후확인의 법칙’을 나는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아직은 소개하지 않은 또 하나의 방책이 있으니,
이는 연재가 끝난 후, 적당한 때 글 하나를 올릴 예정이다.
왠지 이 글은 쉽게 시작이 되지 않아 이제껏 게으름을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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