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달력 무엇이 먼저인가?
내가 오래전,
방치되다시피 한 강아지,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적 있다.
그때의 그 흉한 인간.
이젠 아마도 이미 진토가 되었으리라.
매양, 교인들로부터 강아지들을 쉼 없이 제집 마당에 들이는데,
사료는커녕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었지.
내가 오가며 그들을 거두며 인연을 지었던 적이 있다.
(※ 참고 글 : ☞ 난득호도(難得糊塗))
얼마 전 문재인의 풍산개 파양 사건에 내가 글 몇 자를 보탠 적이 있다.
구들장 위엔 따뜻한 온기가 흐르지만,
그 한 뼘, 두 뼘 아래엔 일산화탄소란 사신(死神)이 어른거린다.
하기에 따뜻함을 노래하는 인간,
저이의 얇은 가슴팍 아래 심저(心底)에 무슨 흉계가 숨어 있는지,
나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살피며 살기로 오래전부터 작정해왔다.
하도 많이 속았기에, 이리 독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슬픈 노릇이다.
풍산개와 얽힌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수년간 자신과 함께한 유정물(有情物)을 함부로 내치는,
저 비정하기 짝이 없는 인간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염려할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그깟 250여만 원이 그리 아까웠던 것이랴?
월 천만 원 넘고, 예우금이 10억이 넘는 형편이 아니더냐?
이번엔 달력과 함께 그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출처 : newstomato)
엊그제 쿨하게 처리하고 만 풍산개의 슬픔은 온 데 간 데 남아 있지 않고,
다만 아직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귀하게 여긴다’는 다는 이들의 선전,
그 깃발만은 힘차게 허공 중을 가른다.
‘반려동물을 보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중에 진심이 호도(糊塗)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진심은 혼자 간직하는 게 좋다.
귀하고 그리운 님은, 제 홀로 가슴에 품지,
거죽 밖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단속하는 법이다.
하지만,
겨울 언 하늘을 나는 여기 가창오리 떼는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행적으로 남기길 바란다.
입이란 본디 마음속의 것을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일단 한 번 만들어지고 나서는,
가슴과 무관하게, 그저 제 입술 나불거리기 위해,
그저 공연히 여닫는 일에 종사하게 되는 법이다.
때문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사람들은 저들 입으로 선전하는 진심이 여하간에,
저질러진 행동으로 그 진짜배기 진심이 절로 드러나는 법이다.
‘진심이 호도(糊塗)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
이라고?
난득호도(難得糊塗)
(※ 앞 제시한 링크 글을 참고하라.)
聰明難,糊塗尤難
‘총명하기도 어렵지만, 멍청하기는 더욱 어렵다.’
자칭 총명하다 여기는 이는,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지 않기를 원한다.
그럴 때 곧잘 쿨하게 기르던 유정물도 버리고,
달력도 팔며, 자신의 선함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이럴 때는 차라리 못난 양 찌그러져 있는 게 득책임을 저들은 모른다.
헛똑똑이일 뿐 어찌 총명하다 이를 수 있으랴?
하기에 정판교는 이미 糊塗尤難이라 어리석기는 더욱 어렵다 갈파하였음이다.
由聰明轉入糊塗更難
총명한데도 어리석은 양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
아무나 어리석은 흉내를 낼 수 있는 줄 아는가?
이것은 고도의 정신 수양이 된 후라야 가능하지,
자투라기들은 설혹 정판교의 난득호도를 읽었다 한들,
섣불리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
그러함이니, 쥐뿔도 아니 되는 이들은,
자신이 총명하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에 분주할 뿐이다.
자신만으로는 미덥지 않기에,
주위 사람들을 들러리로 세워,
자신을 분단장하며 위장하려 할 뿐이다.
이것은 비교적 쉬운 노릇이다.
노빠, 문뽕, 개딸, 태극기부대, 근혜사랑교 ...
진짜배기 멍텅구리는 기실 지천으로 널려 있거든.
피리만 불면,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인 줄 모르고,
따라나서는 이들이 언제나 지상에 차고 넘친다.
달력은 어쨌거나 곧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저 가여운 뽕쟁이, 빠돌이들은 알려나?
피리 부는 사나이 아니 피리 부는 쥐잡이들은, 간단없이 출몰하며,
인민대중을 오도하며, 노예의 삶을 영속화하려 한다.
저 피리에 속으면, 천년 한을 품은 원귀가 되고 말리라.
(출처 : 圖片來自網絡)
오대(五代) 후량(後梁) 때 고승 하나가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일러 포대화상(布袋和尚)이라 불렀다.
우리네 절집에 가도 곧잘 배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그를 만나곤 한다.
본디 그는 어려서부터 땔감 걸머지고 세상을 전전하며,
살림을 꾸려가며 살았다.
커서는 옥림사(嶽林寺)란 절에 출가하였다.
늘 커다란 포댓자루 하나를 짊어지고 다녔다.
시장에 들어가서는 널리 선남선녀에게 보시를 구하였고
얻은 물건을 포대 안에 넣었다.
그는 시주물이 많든 적든 언제나 빈 듯 여겼다.
그게 알고 보면, 제 것이 아니거든.
다시 다 나눠주니 빈 포대와 무엇이 다르랴?
사람들이 그에게 불법의 대의를 묻자 그는 다만 포대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계속 되물으면, 그는 크게 웃으며 다시 포대를 짊어지고 떠났다.
사람 하나가 있어 그의 법호를 묻자 그는 이리 답하였다.
‘나에겐 포대 하나가 있은즉, 허공 가운데 하나도 걸림이 없어라.
시방 두루 열어 들어가 관음을 볼 뿐인 것을.’
또 한 사람 있어 대사에게 짐이 있으오? 하고 물으니,
이리 답하였다.
‘한 그릇으로 수천 사람을 먹이고, 홀로 만 리를 걷는다.
푸른 눈을 가진 이를 만나면, 백운두(대머리)로 가는 길을 물으라.’
行也布袋,坐也布袋;放下布袋,多少自在。
아아, 앉으나 서나 포대라.
허나 포대를 내려놓자 이내 편안한 것을.
사람들은 하여 포대화상을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긴다.
이제 절집에 가서 포대화상을 만나면,
저 포대 안에 들어 있을 게 보물인 양 여길 것이 아니라,
放下布袋라 내려놓고 보면,
空空如 텅텅 빈 것처럼 여길 일이다.
冰天雪地
차가운 한데로 잘못도 없는 유정물을 쫓아내고 마는,
저 모진 사람이 바로 매양 잘난 양 떠드는 그대 당신이 아닌가 말이다.
수년간 함께 산 풍산개 쿨하게 내다 버리고서는,
입은 살아서,
아직도 저 허울 좋은 ‘사람이 먼저다’다 부족하여,
‘동물이 먼저다’라 외칠 수 있겠음인가?
예술이 전시가 제 허물을 가리는데 동원되고 만다면,
그것을 어찌 예술이라 이를 수 있겠음인가?
삿되고,
헛됨을 알아야 하리라.
기왕 관음보살 이야기를 풀었은즉,
관운장 모신 사당에 얽힌
효렴(孝廉) 마풍환(馬豐還)의 이야기를 마저 보태, 짝을 맞추련다.
일찍이 서촌 사는 이 씨가 여관을 하나 개설하였다.
이웃엔 성질이 흉악한 왕모(王某)가 살았다.
매양 처를 학대하였다.
어느 날 그 처가 배가 고파, 이 씨네 닭을 훔쳐 먹었다.
이에 이 씨는 왕모를 고소하였다.
왕모는 대노하여 처를 칼로 죽이려 하였다.
이에 놀란 여자는 닭을 잡아먹은 것은 자신이 아니고,
마효렴이라 무고하였다.
마효렴은 입이 열 개라도 도무지 변론을 펼 수 없었다.
이에 사당에 모신 관운장 신에게 결단을 구하려 하였다.
이에 묻고자 사당 안으로 잔을 던졌으되,
세 번 거푸 마 씨가 범인이라 현시하였다.
이에 왕모는 칼을 내려놓고 처를 용서하였다.
마 씨는 죄를 뒤집어쓰고 마을 사람의 비웃음을 샀다.
수년 후, 마 씨가 다시 부계(扶乩)자로 단에 올랐다.
(扶乩 : 나무 틀에 목필을 매달아 놓고,
그 아래 모래판을 두되,
신이 내려 목필이 움직이면 글이 쓰여진다.
이를 읽어 길흉을 점치는 무꾸리를 일컫는다.)
본래의 관운신은 영험하지 않다 매도하며,
스스로를 관운신이라 이르며 점을 쳤다.
그런데, 그 계서(乩書)에 써진 바는 이러했다.
‘마효렴 너는 후에 백성의 부모와 같은 관리가 되었다.
응당 사물의 경중, 완급을 나눠야 하리니,
그대가 닭을 훔친 무함(誣陷)을 받았다 한들,
일시적인 허물에 불과하였다.그 결과 왕모 처의 혐의가 밝혀지면,
그녀는 칼 아래 죽고 말았으리라.
나는 영험하지 않다는 모함을 받을지언정,
생명을 구하고 말겠음이라.’
마효렴은 이제 관운신의 깊은 마음 씀씀이를 알고서는,
마음으로 깊이 감복하여 관운신의 가르침을 명심하여,
발분(發奮)하여 공부를 하여 공명을 이뤘다.
백성을 사랑하고 부모와 같은 관리가 되었다.
아아, 정판교는 총명한 이로되 바보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관운신은 스스로 영험하지 않은 신을 자청하였다.
헌데, 이 땅엔 엊그제까지 기르던 풍산개를 내다 버리면서도,
여전히 ‘동물이 먼저다’라며,
사진 박아 달력 내며,
자신의 총명함을 자랑하는 이들이 살고 있음이다.
해괴망측(駭怪罔測)스런 노릇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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