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장만욕(胸藏萬慾)

꿀벌에 낭충봉아부패병이 창궐하여,
집단으로 폐사하는 일이 연년세세 되풀이 되어왔다.

나는 벌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이런 현상을 두고 초기부터 누차 그 원인을 지적하며,
양봉가에게 경고를 하였다.

(※ 참고 글 : ☞ 흉장만상(胸藏萬象))

헌데 뉴스를 보니 겨우 이제야,
그 실상을 바로 지적하고 있다.
이제껏 그 수많은 학자는 물론 방역 당국은 무엇을 하였기에,
아까운 생령을 수없이 나자빠지게 하고,
고작 살균제 만든다고 법석을 피워왔던가?
통탄스런 노릇이다.

(출처 : news.sbs)

헌데, 양봉농부의 한 이야기를 전하며,
또 본질을 에둘러가고 있다.

유황을 써서 혹 병이 억제된들,
그게 증상만 피해가는 것이지,
그것으로써 벌들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외려 독을 가하는 일시 미봉책으로 사태 해결을 막는 짓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약해진 개체들은 그 독한 유황을 마시고는 더욱 기진맥진해지리라.

설혹 벌들에게 일을 시킨다 한들,
그들에게 제 몫을 충분히 할애할 일이다.
꿀이나 화분 대신 설탕물을 공급함으로써,
저들이 일시 연명을 할 수 있으되,
마치 진기 다 빠진 곡기(穀氣)를 석삼년 먹은 며느리 짝이 나고 말 것이다.
예전 사람이 돌아가시면 상청(喪廳)을 차리고 삼 년을 모셨다.
이때 조석으로 상식(上食)을 올리게 되는데,
제삿밥을 며느리가 먹게 되는 바,
이것을 삼 년 먹고 나면 머리가 텅 비고 만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귀신이 다 흠향(歆饗)하시고 난 제삿밥에 무슨 곡기가 남아 있으랴?

기화요초(琪花瑤草)에서 모아온 꿀엔 각종 영양분은 물론 면역 물질이 들어 있다.
헌데, 설탕물에 어찌 면역 물질이 들어 있을쏜가?
(※ 설탕은 정제과정에서 당분을 제외한 비타민, 무기질이 완전히 제거된다.
이 당은 이탄당인 슈크로오즈가 그 주성분인 고로 신속히 체내에 흡수되어,
단발로 에너지화될 뿐이다.)

사람은 욕심이 시랑(豺狼)보다 사납고, 사갈(蛇蝎)처럼 독한 법.
그저 한 방울이라도 더 꿀을 취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한 점까지 앍아내기 바쁘지 않았던가?
낭충봉아부패병을 맞이하였으면,
이제라도 깊이 참회하고 저들에게 꿀을 돌려주고,
화수분, 로얄제리 역시 박박 긁어내는 짓을 멈춰야 할 것이다.

헌데,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삿된 짓을 자행하려 함이니,
저들의 마음보가 도대체 얼마나 흉악한가 말이다.

炎帝修成大道通，胸藏萬象妙無窮。
(封神演義)

“염제가 도를 닦아 도통하니,
가슴 속에 만상을 감추고, 무궁하니 신통력을 발휘하다.”

도통하면 편벽되니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만상(萬象)이 가슴에 비친다.
비로소 그 쓰임이 자유자재 무궁하게 된다.

내 벌에 대하여야 아는 바 없으나,
흉장만상이라, 저 흉측한 병이 어디에서 오는줄 어찌 모를쏘냐?

사람들은 아귀처럼 남의 등을 쳐서라도 게우게 하여 처먹기에 분주할 뿐,
병이 왔는데 그저 약을 찾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積善之家，必有餘慶；積不善之家，必有餘殃
(易 文言)
악을 쌓기를 시갈, 이랑을 방불하고 있는데,
어찌 재앙이 찾아오지 않으랴?

병(病)이 오면 변증(辨證)하여 근인(根因)을 찾아내 치료를 하여야 하나,
胸藏萬象이 아니라 흉장만욕(胸藏萬慾)이라,
앗아낸 꿀, 화분, 로얄제리 단 하나, 한 톨까지도 손해를 보지 않고서,
그저 병증(病症)을 눌러 덮으려데만 혈안이다.

辨病論治是治病以治人，辨證論治是治人以治病。
辨病論은 治病으로써 治人하나,
辨證論은 治人으로써 治病한다는 말이 있다.

병이 찾아온 것은 사람이 부실하여 그리된 것이로되,
거죽 병증을 가리고, 덮어내어 사람을 살렸다 안심한다면,
이게 임시 미봉책이 될지언정 어찌 항구한 대책이 될 수 있으랴?

낭충봉아부패병 역시,
황 아냐 황금 따위로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저들에게 꿀을 다시 돌려줌으로써 해결할 일이다.

이치가 이러함인데도, 
이즈음 사람들은 가슴속에 만상은커녕 오로지 전상(錢象)만 품는다.
제 몸에 썩은 동취(銅臭)가 진동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애꿎은 주위 생령(生靈)들을 쥐어짜며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흉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