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흔극(釁隙)

소요유 : 2024. 1. 17. 19:20


한반도 전쟁론이 서서히 번지고 있다.
로버트 칼린, 시그프리드 헤커 등 해외 군사전문가는 한국 전쟁 위기론을 말하고 있다.
어찌 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모두는 저마다 잘 헤아려 볼 일이다.
이번 선거 책임감 가지고 잘 임해야 한다.
오늘 아주주간 기사를 놓고 한 생각을 일으켜 본다.

(출처 : 亞洲週刊)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의 기사지만,
윤가가 말한 것을 도흔(挑釁)이라 표현한 것에 눈길이 간다.
挑釁은 도발한다는 말로 곧잘 쓰이지만,
나는 釁이란 글자에 주목한다.

본디 釁이란 고대 제를 지낼 때 쓰는 피를 말한다.
희생 제의에서 동물을 죽이고 그 피를 기물에 바른다. 
고대 기물은 수작업으로 만들기에 트고, 터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의시 이 틈을 피로써 메우게 된다.
여기서 파생되어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옛 책에서 그래 釁龜策, 車甲釁, 釁鐘, 釁鼓란 글자를 곧잘 만나게 된다.
이는 태사가 점을 치기 위해 거북 껍데기에 피를 바른다든가,
전쟁에 대비하여 창고에 보관하기 전 마차, 갑옷, 또는 깃발 등에 피를 바른다는 뜻이다.
또는 종에 피를 바른다, 북에 피를 바른다는 뜻이다.
모두 혈제(血祭)로부터 유래한 의식이다.

방금까지 살아 있던 동물을 죽이고.
그 정령이 깃든 피를 애써 기물에 바름으로써,
사람들은 이 어둠 속에 갇힌 현실 가운데,
무엇인가 도모하여 꾀하는 미래를 밝히 전망하고, 복을 빈다.

여긴 필연적으로 타자의 희생이 따른다.
아아, 
그러함이니 함부로 복을 빌지 말지라.
거긴 필연적으로 서 말 닷 되가량의 슬픔이 흐르고 있음이니.

기실 이따위 짓을 하는 가장 원천적인 이유는 겁 때문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이것을 홀로 감내할 실력이 아니 되니까, 그리고 자신도 없고,
그러니 멀쩡한 타자를 끌어들여 죽이고, 그 피까지 내어,
터지고, 찢어진 틈바구니마다 피 칠로 도말(塗抹)을 해버리거든. 
  (이를 血涂라 한다.)
그래 釁은 바른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두려움을 가리는 피의 장막을 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외사(外邪)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리란 기대를 산다.
미망이러라.

나는 이 글자 앞에 서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음이다.
우선은 한비자의 다음 글을 먼저 상기해 본다.
참고로 나는 소싯적 이래 한비자를 사모하여,
그를 심장 깊숙히 모시고 있은즉,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조각조각 말 숨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음이다.

荊王伐吳,吳使沮衛蹙融犒於荊師而將軍曰「縛之,殺以釁鼓。」問之曰:「汝來卜乎?」答曰:「卜。」「卜吉乎?」曰:「吉。」荊人曰:「今荊將與女釁鼓其何也?」答曰:「是故其所以吉也。吳使人來也,固視將軍怒。將軍怒,將深溝高壘;將軍不怒,將懈怠。今也將軍殺臣,則吳必警守矣。且國之卜,非為一臣卜。夫殺一臣而存一國,其不言吉何也?且死者無知,則以臣釁鼓無益也;死者有知也,臣將當戰之時,臣使鼓不鳴。」荊人因不殺也。

“초나라 왕이 오를 쳤다.
오는 저위궐융이란 사자를 보내어 초나라 군사를 호궤하였다.
(※ 적군이지만 먼 데서 오느라 고생했다고 술과 음식을 내어 대접하는 고대 의식이다.)

장군이 말하였다.
‘포박하여, 죽여서 피를 북에 바르겠다.’
  (※ 여기 殺以釁鼓 이 장면을 만나고 있음이니 그 뜻을 음미할 일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이어 물었다.
‘그대가 올 적에 점을 쳤는가?’
답하여 말하다.
‘점을 쳤습니다.’
다시 물었다.
‘점이 길하더냐?’
다시 답하다.
‘길하더이다.’

초나라 사람이 말하였다.
‘이제 초나라’ 장군이 그대를 죽여 북에 피를 바르려 하는데, 이것은 무엇이더냐?
답하여 말하다.
‘이것이 그 길한 까닭이외다.
오나라 사신이 온 까닭은 본디 장군의 노여움을 시험하기 위해서입니다.
장군이 노하시면, 장차 해자를 깊이 파고, 성채를 높이 쌓을 것입니다. 
장군이 노하지 않으신다면, 경계를 게을리할 것입니다.
이제 장군이 신을 죽이신다면,
오는 반드시 경계하여 지킬 것입니다.

또한 나라가 점을 친다는 것은,
일개 신하를 위해 치는 것이 아닙니다.
무릇 신하 하나를 죽여 나라가 보존된다면,
그것을 길하다 말하지 않고 무엇이라 이르겠습니까?

또한 죽은 자가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면,
신을 죽여 북에 그 피를 바른다는 것은 무익할 것이며,
죽은 자가 아는 게 있다면,
신은 장차 죽어 전쟁이 벌어질 때를 맞아,
피 바른 북이 울리지 않게 할 것입니다.’

초나라 사람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아아,
殺以釁鼓란 게 얼마나 허망한 짓인 줄 이제 알 수 있으리라.
멀쩡한 동물, 사람을 죽여,
종, 북, 갑옷, 깃발, 창칼에 피 칠갑한들,
그게 무슨 영험이 있으랴?

그러함인데,
석열이는 이리 말하고 있음이다.
尹錫悅警告,若果朝鮮繼續挑釁韓國,韓國將會加倍奉還,促使韓國人民和政府團結一起擊敗朝鮮的策略、宣傳和煽動。
‘석열이는 경고하였다. 만약 조선이 계속하여 한국을 도발하면,
한국은 장차 곱빼기로 돌려주겠다.
한국인들은 정부와 화합 단결하여 조선의 책략, 선동을 쳐부술 것이다.’

마치 피칠갑을 원하고 있다는 투가 아닌가?
왜 그런가?

615 공동 선언문을 먼저 무력화시킨 것이 누구인가?
북은 하노이회담 결렬이후 무력감을 넘어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그러함이니 문은 삶은 대가리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선전, 선동질은 기실 남측에서 신나게 해 처먹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토깠다 할 밖에.
그러함인데, 석열이는 외려 그들을 충동질하여 격분시키는 짓을 멈추지 않았다.
구태의연하게 다시 北風을 획책하려 함인가?

보아라, 
酒鬼와 닭가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닭은 국정교과서 파문을 일으켰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다 뭉개버렸다.
주귀 역시 왜국에 국권을 나눠주다시피 하였고, 홍범도장군 동상을 무너뜨리고,
멀쩡하던 중과 러를 준적국으로 바꿔버렸다.
도대체 이러하고서 무슨 평화를 어디서 구할 수 있으랴?

殺以釁鼓는 더 이상 없어져야 할 제의다.
釁鼓를 말하고 있는 자들을 이 땅 지경 밖으로 쫓아내 버려야 한다.
그러고서야 온 천하가 태평하리라.
그대 당신들 가슴팍에, 365일 매양,
흐르고 있을 우리 이웃의 서 말 닷 되 슬픔을 기억할 일이다.

현대엔 제의를 지낼 때 피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술과 향을 올리지 않던가?
사람이란 본디 흉측스런 동물임이라.
불쑥불쑥 피를 부르고, 흉한 마음이 솟구쳐 오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피를 부르지 말고 차라리 술을 처마실 일이다.
酒鬼는 이젠 더는 천방지축 나대지 말고,
더는 나무라지 않을 터이니 차라리 淫樂長夜之飲할지라.

若使人無釁隙焉,則妖孽不能自作이란 말이 있다.
‘만약 사람으로 하여금 釁隙이라, 즉 피로 틈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면,
요사스런 요괴가 일을 꾸미지 못한다.’
피를 불러 흠결을 감추려 하지 말고, 즉 죄짓지 말고 맑고 곱게 살란 말이다.
아니면 귀신이 나타나 어찌 재앙을 가져다주지 않으랴?
북, 종, 제기가 틈이 벌어지면,
요즘 같으면 본드로 붙일 터인데,
당시엔 피로써 그 틈을 메꾸려 하였음이니, - 이게 본래 釁이 나온 배경이다.
실로 희생되는 상대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제 잇속만 챙겼다 할 밖에.
석열이가 挑釁이라 말하였다면,
이러고서야 어찌 상대의 원한을 일으키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실로 釁이란 실인즉 희생양이 아니라,
제사 주관자의 허물을 먼저 돌보며 반성하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저 틈은 남의 피로써 메울 일이 아니라, 네 죄의 벌로써 메꿀 일이다.)

이태백의 將進酒에 나오는 싯귀가 떠오른다.
古來圣賢皆寂寞,惟有飲者留其名。
陳王昔時宴平樂,斗酒十千恣歡謔。
고래로 성현은 모두 적막하였거니와,
다만 마시는 자만이 이름을 남기리라.
진왕 조식(曹植)은 평락전에 연회를 베풀고,
한 말 술, 만금에 빈주(賓主)가 마음껏 즐기지 않았던가?

酒鬼는 용산 어름을 더는 헤매지 말고,
이젠 그만 청산을 벗하고, 술과 친하며,  
장진주를 부를 일이다.
그러면 酒鬼가 아니라 酒仙이 되었을 터인데,
진세에 내려와 흑칠갑, 피 칠갑을 해가며 고생한다.
참으로 가여운 인생이로고.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고(雪鼓)  (2) 2024.01.24
음려화(陰麗華)  (1) 2024.01.24
한비자를 통해 본 로또 당첨과 불행 경로  (0) 2024.01.20
그래도 지구는 돈다  (1) 2024.01.14
의학용어의 한글화  (1) 2024.01.04
범 내려온다 II  (0) 2023.12.24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24. 1. 17. 1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