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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의 한글화

소요유 : 2024. 1. 4. 14:59


이재명이 피습되어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되었다.
애초 언론에선 내경정맥(內頸靜脈) 손상이라 표현하더니만,
서울대병원에선 이를 속목정맥이라 지칭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하여 생각 하나를 일으켜본다.

의학용어 순화운동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저들은 이를 순화라 부르지만, 그저 한글화일 경우가 많다.

(※ 출처 : viewsnnews)

이 기사를 보면 속목정맥뿐이 아니라 피떡이란 말도 등장한다.
피떡은 영어로는 blood clot이고 중국어로는 혈병(血餠)이다.
의사가 피떡 운운하니 대단히 생경스럽다.
대게 피떡은 일상어로 많이 쓰나,
이게 직설적이고 거칠어 말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 낯을 찡그리게 된다.

헌데 엄정함과 명확함을 생명으로 하는,
의학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니 무슨 까닭일까?

나는 생각한다.
국내 의학 기술도 많이 자립하여,
이젠 한글로 써도 될 만큼 자존심이 높아진 것일런가?

아니면?
나는 의심한다.
요즘 학도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아,
기술 전수나 교육 현장에서,
한자어가 잘 통하지 않게 되기라도 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래 더는 참을 수 없어 이참에 한글화에 나서게 된 것이 아니랴?

결찰(結紮, ligature)이란 말은 아직 그냥 쓰이고 있다.
이것 잘려진 혈관에서 피가 흘러나오므로,
클립으로 고정하여 더는 피가 나오지 않게 한다는 의미다.잡아 묶는다는 것인데,
그런 연후 고인 핏물, 피떡을 처치하는 것이다.

또 나오는 배액관은 한자로는 排液管으로 상처가 난 곳에서,
흘러나온 누액을 밖으로 배출하는 관로를 말한다.

이들 역시 머지않아 한글로 바꿀 것인가?
그렇다면 이미 상당한 진척이 있는 북한과 교류하여 그들로부터 배워둘 일이다.

내가 전에 침술을 배울 때,
선생님은 양의학도들이 시험치는 것을 보면,
저것은 의학 그 자체가 아니라 차라리 의학용어 암기 테스트를 하는 양 싶다.
그렇듯 매양 영어 일색이라 이것 일일이 외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이리 말씀하신 적이 있다.
가령 뼈다귀 하나 하나 그 조각, 구텅이 부분 부분까지 다 의학 지칭어가 있다.
그러니 의학이 아니라 이것은 뭐 단어 시험이 되고 말았다는 탄식이다.
그렇다고 이를 건너 뛰고서 더는 나아갈 수 없는 형편이다.

한자의 경우 번체자(繁體字)와 간화자(簡化字)가 있다.
번체는 전통적인 한자어를 말하고,
간체는 번체로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 이를 간소화하자고 하여 나온 것이다.
중국 대륙에선 현재 간체가 통용되고 있다.

헌데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판칭린(潘慶林)은 향후 10년 안에,
간자체를 버리고 다시 번자체로 돌아가자고 제안하였다.

간자체를 주장하는 편에선,
중국의 현대화가 성공을 하였고,
인민 대중 문화 보급, 교육이나,
과학, 기술 분야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내 생각엔 한자를 직접 손으로 적는 현장에선 일응 효과를 볼 수 있다 하겠지만,
컴퓨터로 글을 적는 경우 어차피 채자(採字)하는 수고로움은 번체나 간체나 다를 것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달하고 보니 이젠 그 번거로움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반면 번자체로 다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측은,
고전으로 돌아가 엄청나게 많이 축적된 중국 문화를 다시 꺼내 창달시켜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기실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어지간한 지적 수준의 사람에겐 번체, 간체 둘을 다 아울러야 행세할 수 있다.
그러니 실인즉 부담이 외려 두 배로 늘어난 폭이다.

頭 - 头
醜 - 丑
裏 - 里
離 - 离
麵 - 面

한자어를 언어생활 현장에서 온전히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실 이 두 가지를 다 익혀야 한다.
생력화(省力化)를 꾀하고자 간자체를 도입하였지만,
외려 부담이 더 늘고 말았다.

그래 (양)의학 현장에서 한글화가 일어날 경우,
이제까지의 (의학용어) 영어 일색에서 한글어를 더 배워야 하게 되니,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 보탬이 되겠지만,
의학도나 의사들에겐 외려 더 부담이 늘어나고 말 것이다.

영어도, 한글도, 한자도 다 잘 아는 이에겐,
어차피 그 지적 자원을 변통하여 둘러쓰는 즉,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다른 언어(용어)를 익혀야 하니,
또 다른 과제가 부과되었다 하겠다.

아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 접수하여 소화하기도 바쁜데,
기초 용어까지 새롭게 닦고 배워두어야 하니,
실로 사람의 언어생활이란 어렵기 짝이 없다 하겠다.

AI만 하여도 걸핏하면 진화 속도와 질적 수준이 배증하고 있다.
이것 관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그것도 거죽 핥기로 얼추 따라가기에 바쁠 뿐이다.
만약 흥미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진작에 포기하였을 것이로되,
아직 한 톨이나마 열정이 남아 식지 않고 있음이니,
다행이라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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