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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蓍龜)

소요유 : 2023. 12. 24. 01:04


 

(출처 : https://youtu.be/IZ4Ej6pfgh4?t=208)

이 동영상을 보자, 사기(史記) 귀책열전의 다음 장면이 떠올랐다.

故云神至能見夢於元王,而不能自出漁者之籠。身能十言盡當,不能通使於河,還報於江,賢能令人戰勝攻取,不能自解於刀鋒,免剝刺之患。聖能先知亟見,而不能令衛平無言。言事百全,至身而攣;當時不利,又焉事賢!賢者有恒常,士有適然。是故明有所不見,聽有所不聞;人雖賢,不能左畫方,右畫圓;日月之明,而時蔽於浮雲。羿名善射,不如雄渠、蜂門;禹名為辯智,而不能勝鬼神。
(龜策列傳)

사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법 긴 이야기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다 소개할 틈은 없고,
다만 축약하여 급히 소개하련다.

고대엔 거북을 이용하여 점을 쳤는데,
장강에서 한 어부가 거북이를 하나 잡은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거북이가 원왕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살려 달라고 청을 한다.
원왕은 살려 주려 하지만,
신하인 위평(衛平)은 잡은 거북은 보물인즉, 
남보다 먼저 이를 얻은 이는 천자가 된다면서,
놔주지 말고 간직하여 복을 누리라 간하였다.

왕과 신하의 주고받는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왕은 위평의 말을 따르게 되었다.
위 인용 글은 마지막에 따라온 평론이다.

신령스런 거북이 원왕의 꿈속에 나타날 수는 있었지만,
어부의 바구니에선 빠져나올 수 없었다.
...
지혜가 뛰어나 꿈에 나타날 수는 있었지만,
위평의 입을 막지는 못했다.
...
밝아도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들어도 귀로 듣지 못하는 것이 있다.
사람이 현명해도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원을 그릴 수는 없다.
일월이 밝아도 때로는 뜬구름에 가려질 때가 있다.
...

본문은 물론 평문 역시 여간 흥미진진하지 않다.
게다가 거북이를 살려주느냐 잡아 두는가를 두고,
왕과 신하가 서로 논박하는 모습이 여간 진귀하지 않다.

나는 저 동영상 가운데,
준석이가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서 꼼지락거리며 환칠을 하는 장면을 보자,
人雖賢,不能左畫方,右畫圓
바로 이 문구가 떠올랐다.
左畫方,右畫圓
시험 삼아 한 번 해보라.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는 동시,
오른손으로 원을 그려보라.
이것 그리 쉬운 노릇이 아니다.

인격이 다중화되어,
muti core/muti processing 할 수 있기 전엔,
단일 통일체로서의 한 인격인 한,
方과 圓을 동시에 그리기 힘들다.

머릿속에서 꿈꾸는 것과,
대외적으로 포장하여 말하는 것이 다를 경우,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1개월 이상 본심을 숨기고,
외부 활동을 하며 각종 매체에 노출되어 연신 말을 부려놓는 처지에선,
시간 궤도 위에서 앞뒤 간 얽혀 어긋난 말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여야 한다.

(※ 그는 12.27까지 거취를 밝힐 수 없다 하였다.
그러면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탈당 가능성) xx%가 되었다는 등,
方과 圓을 계집아이들 공깃돌 가지고 놀 듯,
좌우 손 바꾸며 현란하게 그려내었다.)

그래 그가 左畫方,右畫圓를 그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左畫方,右畫圓
이것은 무협 소설에서도 곧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동에서, 서에서,
그리고 어제와 오늘.
方과 圓을 그려내야 하는 이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다 하겠다.
허나, 그 재간만큼은 남달라 감히 아무나 흉내낼 수는 없겠다.
무협지에서도 저 짓 역시 고련(苦練)을 통해 획득되는 기술이라 하겠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한때, 사람들은 안철수를 두고 간잡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반기문을 두고 기름장어라 놀리기도 하였다.
낙연이, 준석이,
이들도 함께 묶어 조선 땅의 3대 혹은 4대 왕종개 아니 신귀(神龜)가 아닌가 싶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이 어지럽기 짝이 없는 시대의 시귀(蓍龜) 영물 아니 요물들이라 하겠다.
(※ 시귀(蓍龜) : 점칠 때 쓰는 시초풀(가새풀)과 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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