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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불(等身佛)

소요유 : 2023. 12. 17. 15:42


내가 어느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 어떤 절의 주지를 맡고 계신 분이 자승의 죽음에 대하여 일설을 풀고 계셨다.
헌데 법화경에 나오는 소신, 연비, 등신 ,,,을 설명할 제,
등신을 두고 등불처럼 몸을 태우는 것이라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해설임이라,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등신은 한자로는 等身으로 쓴다.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다만 등신불과 관련 지어 의론을 좁혀 나갈 것이다.
등신불 하면, 우리는 김동리의 기념비적인 동명의 소설을 바로 떠올리게 된다.
거기 등장하는 만적(萬寂)은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나는 어린 시절 한국단편문학전집 가운데 이 소설을 접하고는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등신불은 사람이 그저 불상이 되어 모셔지게 되는데,
소신을 하였으되, 미처 다 타지 않고 남은 경우나, 
어떤 까닭으로 입적을 하였으되 썩지 않고 남은 시신을,
대개는 향유로 절이거나, 옻칠, 금박을 입히는 등으로 장엄하여 모시게 된다.

그런데 等身의 等은 무슨 뜻인가?
영어로 맞춤 맞은 단어가 있으니 곧 equal이다.
동등(同等)하다는 뜻이다.
하니까 等身이라 함은 몸 크기와 같다는 말이다.
등신불이라 함은 사람 몸 크기와 같은 불상이니,
다른 재료로 조성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사람 몸 그대로 불상이 된 것을 이르게 된다.

대저 유기물은 썩게 마련이다.
항차 죽으면 더욱더 부패가 빨리 일어난다.
살은 말할 것도 없지만, 뼈 역시 단백질, 콜라겐 성분은 분해가 빠르다.
하지만, 건조가 되면 그 속도는 사뭇 늦춰진다.
스님의 경우 채식을 하는지라,
유기체에 질소 성분이 유의미하다 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보다 적으리라 짐작할 수는 있다.
따라서 몸이 걸지 않아 부패가 늦춰질 수는 있겠다.

아아,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우주도 종국엔 파괴되어 공으로 돌아가는데,
항차 사람의 몸뚱이야 더는 일러 무삼하리오.
유한 존재인 중생이,
썩지 않고 등신불이 된 이를 숭앙하는 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으랴? 
하지만, 영생에 대한 갈구, 영원을 꿈꾸는 짓,
역시 번뇌이리니, 등신불 앞에 서면 겸허한 마음을 가질지언정,
과도한 믿음을 불태우는 것이 과연 옳은가?
자문하여야 하리라.

대승불교의 法身有色說에 따르자면,
明心見性이라, 마음을 밝혀 견성하면,
即生成佛이라,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였음이다.
수행하여 바로 부처가 될 일이지,
남의 죽은 몸뚱이에 경배를 드려서야 어찌 장부의 체면이 서랴?
말라비틀어진 등신불을 숭앙하느니,
너 자신 肉身菩薩임을 자각하고,
살아생전 即生成佛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일이다.

사람 몸 그대로 불상으로 모셔진다니 이것은 중생들에게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기에 등신불은 영검스러운 대상으로 숭앙을 받으며 보물 취급을 받는다.

사찰에 등신불이 모셔져 있으면,
신도들이 다투어 향전(香錢, 香分, 賽錢)을 바치며 모여들게 된다.
아무려면 쇳덩이, 돌덩이 불상에 비견되랴?
그러하기에 사찰 측 입장에선,
기회만 닿으면 어떻게 하든 등신불을 조성하게 되길 바란다.
따라서 별반 의미 없는 경우일지라도,
이야기를 꾸미고, 그래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스토리텔링 그것 말이다.
금박으로 장엄하여 그 위엄을 더하고자 한다.

우리는 최근에 바로 위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한 중의 죽음을 두고,
그게 자살인지, 타살인지,
미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곧바로 종단에서 소신공양이라 규정 짓고,
정부에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하였지 않았는가?
무엇이 그리도 바빴기에 서둘러야 했는가?
상당히 미심쩍은 일이다.
차후 바로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래 말하지 않던가?
이적(異蹟)이 일어나고, 괴사(怪事)가 생기면,
이는 그를 행한 이가 아니라,
정작은 나머지 사람들의 일이 되고 만다.
이를 해석하는 일,
그리고 일편으론 꾸며 선전하고, 또 일편으론 널리 광고하는 주도적인 집단이 나타나고,
이어 그 무리를 믿고 설거지해주는 무리가 뒤따르는 법이다.
이로써, 그 서사는 마무리 된다.
하지만,
人可欺,天不可欺也라,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언정, 하늘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니,
어찌 그 이야기가 오래 갈 수 있으랴?

제가 행하지 않고, 남에게 떠밀며,
복채(卜債), 향전(香錢), 번제, 헌금 걷어 먹고, 바치며 대속하는 짓거리,
이것 얼마나 맹랑한 짓이냐?
따지고 보면 헐하게 먹히는 얄궂은 짓이지.

(출처 : 圖片來自網絡
伏龍寺에 나라 죄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관병이 들이닥쳤다.
관병이 막 방장을 죽이려는 찰나.
방장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관병은 곧 죽을 텐데 기다릴 것이 뭣 있나? 
이리 비웃었다.

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방장은 하늘로 수 장을 오른 후,
땅으로 내려와 이내 앉은 자세로 죽었다.
눈가엔 눈물 한 방울이 맺혔다.
방장은 아라한(阿羅漢)과를 얻은 이로,
누군가 자신을 죽이면 무간지옥으로 떨어질 것인 바,
이를 염려하여 차라리 자신이 죽은 것이다.

등신불이란 자신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남을 위해 죽은 보살을 이른다.
대승불교의 육바라밀 보살도의 내용 역시,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 으로 시작되지 않던가? 
증처(證處)는 사보살이 아니라, 생보살 때에서 찾아야 한다.
묻는다.
과연 자승이 자신을 위해 소신공양을 하였단 말인가?)

우리나라엔 등신불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엔 적지 아니 남겨져 있다.
김동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등신불의 주인공은 신라인 김교각(金喬覺)이지만,
이는 한국이 아닌 중국 구화산(九華山)에서 빚어진 이야기다. 
광해군 시절 침굉현변(枕肱懸辯) 스님의 일화도 있으나,
이 역시 화장되어 등신불은 없다.

참고로 등신은 또한 바보, 어리석은 인간을 지칭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 한자어는 等神이다.
돌, 쇠, 흙, 나무 따위로 만든 사람 형상의 신상(神像)을 이른다.
여기다 대고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빈다 한들,
별반 신통스런 결과를 얻지 못한 이가 있어,
에잇 하면서 저 돌덩이라니 도대체가.
이리 지절거리며 등신 같으니라고 뱉어내었을까나?
아무런 효험이 없는 돌덩이, 흙덩이일지니,
어찌 바보, 어리석은 자의 지칭어가 되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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