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소요유 : 2008. 11. 29. 12:45


만약 새가 울지 않는다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그 새의 목을 벨 테다.”

도요도미 히테요시(豊臣秀吉)는
“기어코 그 새를 울게 만들 것이다.”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그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다케다 신켄(武田信玄)은
“새가 울면 우는 대로, 울지 않으면 않는 대로 그대로 둔다.”

이리 말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익히 아는 일화다.

종국엔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움켜쥔다.

진시황(秦始皇)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는, 자주 전국을 순행했다.
순행하다가 박랑사(博浪沙)라는 곳에서 습격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 일을 그치지 않았다.
이는 천하의 인심을 수습할 목적도 있지만,
거창한 행렬을 짓고 천자의 위엄과 권위를 시위하려는 뜻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이 천자의 행렬을 보고 반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위 이야기에 빗대어 재미있다.

항우(項羽)는
“저놈의 자리를 빼앗고 말 테다.”

유방(劉邦)은
“사나이로 태어나서 한번 저렇게 되어 보아야지.”

알다시피,
이 둘 중 나중에 유방이 천하를 거머쥐었다.

혹간 이런 따위의 진부한 이야기를 인용하는 이들을 보면
대개는 기다림의 미학을 들고, 대인관후(待人寬厚)함을 지적하며,
이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유비(劉備)의 관후(寬厚)함이 조조(曹操)의 간지(奸智)를 이기지 못하였으며,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에서 보듯이 살벌한 세상을 건너는데,
패도지책(覇道之策)을 꺼린 한낱 허울 좋은 인덕(仁德)이란 것이,
그저 술자리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못하기도 한다.

하니,
새를 울리거나, 울리지 않거나,
모두 도모하고자 하는 뜻에 따르겠지만,
시절인연(時節因緣)의 운(運)과 시(時) 그리고
그 장단강약(長短强弱)을 여의고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다 하겠다.

창밖을 보니 낙엽이 바람에 허공을 난다.
그 모습이 마치 나비를 보는 듯,
때로는 새가 나는 양 싶기도 하다.

더불어,
오늘 아침 잠시 틈을 내어
새 이야기를 상기해보았다.

나는 몇 번,
다케다 신켄(武田信玄)의
“새가 울면 우는 대로, 울지 않으면 않는 대로 그대로 둔다.”라는 말을 음미한다.

좌든 우든, 목적지향적인 다른 이들보다는 신켄의 달관한 듯한 태도가 찌르르 가슴에 더 여운을 남긴다.
기어히 가슴속 호젓하게 난, 그 안 뜨락으로 떨어지는 철지난 낙엽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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