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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불이(水糧不異)

소요유 : 2008. 12. 20. 17:23


오늘 등산길을 내려오다 곁을 스치는 말 하나를 주워듣다.

시집간 딸과 노모의 대화인 듯.

“약숫물은 양식(糧食)과 다르지 않다.”

말씀인즉슨,
등산길에 그저 소일거리 곁다리로 약수를 떠다먹는 하찮은 게 아니란 것이니,
당연 갸륵한 정성이 깃들 수밖에.

내 살면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은 들어보았으되,
수량불이(水糧不異)란 말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 말씀이 귀에 쟁쟁(琤琤),
어떤 귀한 분이신가 흘깃 쳐다보다.
(※ 琤琤 : 옥이 맞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따님의 하소연은 참깨 볶듯 연신 튀는데,
노할머니께서 간간히 이르듯 던져주시는 ‘말씨’들은
마치 지난 가을 낙엽을 헤치고 툭툭 떨구어지던 도토리처럼,
사뭇 반지르르 지혜롭다.

명년 봄에,
그 말씨들의 파란 싹들이
여기 북한산에 돋아날 사.

손곧춤(合掌),
두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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