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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함옥(殯含玉)

소요유 : 2009. 5. 16. 21:40


卻說齊軍列陣方完,陳逆令諸將各具含玉,曰:“死即入殮!”公孫夏、公孫揮使軍中皆歌送葬之詞,誓曰:“生還者,不爲烈丈夫也!”國書曰:“諸君以必死自勵,何患不勝乎?”

각설하고,
제나라 군사가 진을 벌려 짓고는,
진역(陳逆)이 제장(諸將)에게 명하길 모두 입에 구슬을 머금으라 이른다.

“이제 죽으면 바로 염(殮)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음이라!”

공손하(公孫夏), 공손휘(公孫揮)는 군사들로 하여금 모두 장송가를 부르게 했다.
그들이 장송가를 부르며 맹세하길,

“살아 돌아오면 결코 열혈 장부가 아니라!”

국서(國書)가 말한다.

“제군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힘써 싸운다면,
어찌 이기지 못할 것을 염려할 까닭이 있겠소!”

***

오(吳)와 제(齊)가 싸움터에서 만났음에,
기세가 한끗발 밀린 제군(齊軍) 진영의 한 장면이다.

구슬을 머금고 전쟁에 임한다.
이 말이 사뭇 인상 깊지 않은가?

요즘도 장례 때에는
반함(飯含)이라 하여 주로 쌀알을 망자의 입에다 세 번 나누어 넣는다.
염하는 이가,

첫 번째 “백석이오.”
두 번째는 “천 석이오.”
세 번째는 “만 석이오.”

이리 외치면서 숟가락으로 쌀을 떠 입에 넣는다.
이 이후에 구슬이나 엽전을 또 넣는 것이나,
요즘엔 구슬 대신 대개는 동전을 넣게 된다.
이는 저승길에 노자(路資)를 하라는 의미다.

원래 중국에선 망자의 입에 물리는 것으로는 珠、玉、貝、米가 있다.
특히 구슬은 빈함옥(殯含玉)라 부르는데,
이게 신분에 따라 사뭇 다르다.

“帝崩,唅以珠”

즉 제왕이 죽으면 주옥(珠玉)을 입에 물렸다.
또한,

“天子以珠,諸侯以玉,大夫以碧,士以貝,春秋之制也”

즉 천자는 주(珠), 제후는 옥(玉), 대부는 벽(碧), 사(士)는 패(貝)를 물리는 것이
춘추시대의 법도였다.

또한,
함옥(含玉)외에도 악옥(握玉)이라 하여,
손에도 옥을 쥐어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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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1991年 河南省 三門峽市에서 출토된 것으로,
망자의 왼손에는 백색, 오른손에는 청색 옥이 쥐어져 있었다 한다.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이나 요즘엔 모두 쌀, 동전 등으로 대체되고 있음이다.
구슬이 좀 비싼가?
혹여 재벌이라면 은밀히 이 풍습을 재현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슬프게도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위에서 진역(陳逆)이란 장수가 먼저 나서,
병사들에게 구슬을 머금고 출전하자고 독려하였었으나,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제군(齊軍)은 대패하여,
국서(國書), 공손휘(公孫揮) 등 대부분은 죽고 말았고,
진역(陳逆)은 얼씨구나, 제나라로 달아나고 말았다.

(※ 摘記事項
진역(陳逆)은 진항(陳恒)의 동생이거니와,
진항은 제나라 승상으로서 실질적인 실권을 쥐고 나중엔 제간공(齊簡公)을 시해까지 한 인물이다.)

원래 제대로 된 옥(玉)은 당시 금(金)보다 더 비쌌다.
한즉, 일개 병사들 입에 옥(玉)을 물렸다한들,
오죽 알량한 것이었으랴?
내 짐작하건대,
파옥(破玉) 부스러기나 물렸으면 다행이렸으련만,
아마도 야릇한 돌덩이나마 제대로 배급이 되었을까 싶다.
개중엔 깨진 기왓장을 입에 물은 가여운 병사가 어찌 없었으랴.

현대도,
위정자들은 국민들 보고 입에 옥을 물라고 닦달하며,
싸움터로 몰아대고 있지나 않은가?
이리 되물어 보아야 한다.

옥도 아닌 깨진 기왓장 하나씩 물게 하고는 내밀어내길,
마치 놀부가 짐짓 제비 다리 부러뜨리고,
헝겊으로 처매어주고는,
어서 나가 박씨 하나 물어오라고
부추기고 있지나 않은가?
이리 의심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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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09. 5. 16. 21:40 :